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Apr 02. 2016

대기업 개발자의 업무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기간 동안 내가 주로 했던 업무 중 가장 주된 것은 세가지 정도였던 것 같다.


  첫번째는 외부 개발팀과의 협업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외부 개발팀이 해외 인력이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의사소통은 영어로 이루어졌었다. 이 때 얻은 영어로 업무를 하는 능력은 내가 대기업에서 얻은 가치 있는 것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들과의 업무는 나는 지시 혹은 리뷰를 하고 실질적인 개발은 그 외부 개발팀에서 하는 식으로 이루어졌다. 사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게 됐을 때는 나는 그들과 함께 '개발'을 하는 개발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달 두달 일을 진행하면서 내가 생각했던 개발의 역할은 그들이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난 주로 그들에게 그 프로젝트에 대한 문서를 요구하고 검토했고 그들이 만든 소스코드를 분석하기도 했다. 또한 그들이 어떤 의사결정이 필요한 것을 물어오면 나는 나의 상사와 협의하여 의사결정을 내려주기도 했다. 이 일을 하면서 나는 그들이 부럽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의 일은 대부분 그들이 하고 있었고 그게 내가 입사 후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


 두번째는 디버깅이다. 대기업은 굉장히 큰 프로젝트를 굉장히 작은 단위로 나누어서 굉장히 많은 사람에게 작게 작게 조각을 나누어준다. QA팀에서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당연히 소프트웨어이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점(버그)이 되는 것을 알려왔고 나는 그 문제점들을 해결해야하는 위치에 있었다. 어떤 한프로젝트가 처음 만들어질 때는 문제의 종류가 굉장히 많고 매번 다른 문제점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코드 분석을 해야했고 그에 따른 디버깅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완성되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점점 안정화 됐고 결국에는 항상 나오던 문제가 다시 나오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은 더더욱 '개발'의 일과는 동떨어지게 되었다.

  사실 이 때 한 것은 유지보수라고 볼 수 있는데 많은 개발자들은 알겠지만 유지보수 또한 개발의 한부분이다. 내가 이 때 불만을 가졌던 것은 유지보수'만' 했다는 것이다. 내가 직접 참여하여 어떠한 것을 만드는 경험을 하고 싶었지만 내가 하는 것은 외부 개발팀이 만들어놓은 결과물에 어떤 이상이 생기면 그것을 분석하여 약간의 코드 몇줄을 추가하는 일이었다.


  세번째는 메일이다. 메일이라는 것은 굉장히 많은 일들을 함축한다. 외부 업체 혹은 다른 부서의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상사가 지시하는 다른 부가적인 업무를 하기도 한다. 이것은 내가 생각하는 '개발' 외의 모든 업무를 총칭한다. 물론, 어느 회사든 이런 일은 다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이 많아 보였었다. 어디 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는 부서가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들이 왜 그것이 필요한지도 모르겠고 사실 말을 해도 이해를 잘하지 못하는 눈치이다. 회사에서 오래된 연차가 될 수록 이러한 일들의 비중이 커져나갔고 결국 '개발자'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만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기업에서의 개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