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한 노예 May 30. 2020

일 못하는 직원이 리더에게 미치는 영향

착한데 정말 미운 팀원의 이야기

" 안 되겠어요. A 씨가 하던 일 B 씨가 보완해서 마무리해 주세요"


10분이면 끝날 것 같은 리뷰는 60분 동안 이어졌다. 60분 내내 A 씨는 마구 쏟아지는 피드백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B 씨는 10분이면 된다고, 같이 A 씨의 업무를 체크해 보자고 불려 나왔다가 예상치 못한 일을 떠안게 되었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하던 일을..




나는 짜증이 나고 마음이 너무 불편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그리고 난 그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늘어진 회의로 3명이 허비한 시간을 합치면 160분 이상... 처음부터 이 일을 B 씨가 했더라면, 우리 팀은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그 시간은 누군가의 요청을 더 신속하게 확인해 줄 수도 있는 시간이며, 기획물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해 나갈 수 있는 시간임과 동시에, 회사에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농땡이를 피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B 씨는 표정이 안 좋아졌다. 이미 바쁜 사람인데.. 다른 사람의 뒤치다꺼리까지 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그래도 B는 점잖은 사람이라 숨기기 힘든 감정만이 표정으로 미묘하게 드러났을 뿐이다. 나 같았으면 '저도 하고있는일이 많은데요...' 고 한마디 했을지 모른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일은 중요한 일이었고, 마감기한이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A 씨가 계속하다가는 제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음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A 씨를 채용한 것이 후회스럽기도 했다. 그는 내 손으로 뽑은 사람이었다. 면접 결과가 좋지 않아 탈락 위기에 있었던 A 씨. 하지만 나는 그의 훌륭한 레퍼런스를 믿었고, 우리 팀에 데려올 작정으로 다른 면접관들을 설득해 합격을 시켰다. 면접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나는 후회했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자책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을 가질수록 나는 점점 나쁜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A 씨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다. 열심히 하고 싶어 하고, 잘하고 싶어 하고, 이직한 회사에 애사심과 충성심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짜증이 나는 이 마음 자체가 불편했다. '아.. 그래도 좋은 사람인데...' 그래서 다시 또, 나에게 불편한 마음을 가져다주는 그가 미워졌다. 이렇게 나의 감정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일을 못하는 직원은 생각 이상으로 나와 우리 팀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단순히 우리 팀의 성과만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었다. 팀원들이 나에게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고, 내가 나 자신을 못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리더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다양한 감정들과 불편한 상황들이 생겼을까?. 일만 하면 팀장한테 잔소리 듣는 동료가 안타까웠을 것이고, 그 사람의 일이 나한테 안 오기만을 바랬을 것이고... 그래도 좋은 사람이니까 도와는 주고 싶었겠지..


나는 착한데 일 못하는 A 때문에 꽤 많은 맘고생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를 포기하지 않았고 그도 이 상황을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는 일 잘러가 되었고, 승진을 했고 나와는 편하고 돈독한 사이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



나는 B 씨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나 :

B 씨, 업무 분배가 그리 되어서 죄송해요ㅠㅜ

B 씨의 업무 상황이 더 많이 배려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성과가 잘 나지 않는 분을 더 많이 배려하게 된 것 같아 저도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그래도 믿을 수 있는 분이 맡아 주시는 게 저희 팀의 시간과 성과 관리를 위해 낫다고 생각했어요. 괜찮다고 생각하신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저라면 정말 짜증 났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상황을 제 가 만든 것 같아.. 주절주절 했어요.. 아무쪼록 마무리 잘 부탁드려요~

B :

상황을 이해는 하지만 불만족스러웠는데, 먼저 이야기해 주셔서 풀렸습니다. ㅎㅎ 내일은 더 좋은 결과 나올 거예요. 다음에 배려해 주세요~


B는 역시 일도 잘하는데 심지어 어른스럽기까지 하다. 나 같으면 '에이 쳇..' 했을 텐데...

가만히 보면 우리 팀에서 가장 철없고 정신 못 차리는 건 나 인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팀장은 누가 케어해 주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