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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 노예 Mar 01. 2023

대기업과 헤어질 결심

군대문화로 소문나 있던 제조업 회사를 떠나다.

"부장님 오늘 회장님 행사에서 발리댄스 추신대"


부장님은 추위에 벌벌 떨며 축구 경기장에 있었다. 팀장님과 단둘이 직원들과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해당 사업소 담당 전무가 망원경으로 부서마다 몇 명이 축구장에 왔는지 세어본다는 소문이 있었다. 축구장 가는 것은 우리 조직에게 중요한 일이었다.


팀장님은 어느 날 괴로워하며 말했다.

"내가 어제 만취해서 담배를 피운 건지, 꿈에서 피운 건지 모르겠어.."

과장 이상은 신체검사 때마다 소변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흡연의 흔적이 나오면 진급에서 제외되는 불이익을 받았다. 회사는 직원의 금연을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길 대신, 징벌을 통해 관리하는 것을 택했다. 명목은 '탄소배출 절감'이었다.


내가 전 직원 영어능력 향상을 위한 영어연극 발표대회에 동원될 때만 해도 '막내인 내가 해야지..' 싶었다. 3등을 수상해 상금을 받고, 그 돈으로 회식하라는 부장님의 말을 듣고서도 '그래도 과장님은 우리한테 상품권 한 장이라도 주려고 노력하셨으니까..'라고 생각하며 술잔을 돌렸다.  


지역 환경 보호를 앞세워 쓰레기 봉지를 들고 주말에 등산을 하고, 정상에서 막걸리에 회무침을 먹느라 주운 것의 10배가 넘는 쓰레기를 만들어 오고, 팀장님의 대리운전을 할 때만 해도 '직장생활은 이러려니..' , '3000cc 차는 다르구나..' 가 내 생각의 전부였다.


하지만 부장님의 발리 댄스는 충격이었다.

'서울을 떠나 먼 곳에서 평생 살면서 열심히 일해서 부장이 되면 나는 발리 댄스를 추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이렇게 나는 첫 번째 회사와 이별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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