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가 빠른 산업분야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이직 사유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도 없었지만, 부장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기도 힘들었다. 많든 이유 중 그래도 말할 수 있는 것을 골라서 한 말이었다.
"XX(회사이름) 이 30년 동안 얼마나 많이 변한 줄 알아?"
"네가 한가해서 그러지. 저 옆팀 애들 좀 봐라. 아무도 그만두지 않았어."
"서울이 가고 싶어서 그래? 내년에 갈 수 있게 조치해 줄게 내가."
퇴직 면담에서 부장님은 짜증과 화를 내셨다. 그리고 부장님은 인사기록에 있는 우리 엄마의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딸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려달라고 부탁했다. 20대 후반 직장인에게도 부모면담이 필요했나 보다.
“네가 그 회사 다니는 것이 자랑스러웠는데.. 이제 자랑 거리가 하나 사라졌다..”
결국 모든 것이 결정되었을 때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퇴사를 아주 크게 반대했다. 부모님에게 나는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다니는 딸에서 작은 인터넷 회사에 다니는 딸이 되었다.
새 회사에 입사 후 팀원들, 그리고 팀장님 마저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한테 이야기했다.
"거기서 여길 왜 왔어요? 안오실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