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높으신 분들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
문화컬쳐 1
‘어디서 봤던 사람이더라??’
간신히 마지막 한자리를 채우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사람, 도대체 그를 어디서 본 걸까? 새로 온 회사에 아는 사람이 있을 리 없을터.. 어디서 만난 건지 한참 고민하며 카페테리아까지 그를 멀찌감치 따라가며 생각했다. ‘누구지.. 어디서 봤지?.’ 그는 유유히 천 원쯤 하는 커피를 사들고 내 앞을 지나쳐 갔고 그제야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 그는 바로 이 회사의 CEO였다. 이직준비를 하면서 찾아본 기사에서 많이 봤던 사람…. 그는 나에게 전혀 시선을 주지 않았지만 그가 CEO임을 알아차린 순간, 나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냥 대표를 봤다는 긴장감 때문이었다.
열명의 한 명 즈음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아마도 보고라도 해 본, 이야기 라도 나눠봤던 사람들이겠지?? 그가 걸어 다니는 길 내내,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충격적이었다. 이전 회사라면 절대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었다.
‘CEO 한테 인사도 제대로 안 한다니… 이거 너무한 것 아닌가??‘
그 순간 나는 그 자리에서 가장 보수적인 사람이 되었다.
— VS —
“전무님 1층에 도착하셨습니다.”
3층에서 근무하던 우리는 모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무님의 방문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과 시간들은 마치 학창사절의 환경미화 시간과 흡사했다. 우리는 팀별 화이트보드에 실적스티커를 가지런히 붙였다. 회사차원에서 하는 실적관리 방법론들을 다시 한번 점검하며 팀 보드를 정리하고 누락된 것들은 급히 제작한다. 때로는 예쁘게 장식을 하기도 했다. 개개인의 책상 정리는 물론, 전체 사무실을 깨끗이 정리하고 눈에 거슬리는 곳들은 페인트칠도 새로 했다. 어디에 어떻게 방문하실지 모르니 구석구석 쓸고 닦고 치장을 했다. 우리가 학기 초에 하던 그것과 비슷했다.
전무님이 사무실에 오시면 모두 긴장을 했다. 출근복 매무새를 단장하고, 층별 이동 상황을 공유받았다. 우리 층에 도착하신 순간부터 서서 대기를 한다. 무슨 말을 던지고 가실지, 무슨 질문을 하실지… 제발 나를 그냥 지나쳐 갔으면… 우리 팀을 그냥 지나쳐 갔으면.. 우리 부서 칭찬과 격려만 하고 빨리 다른 사무실로 가셨으면.. 했다.
공장도 바빴다. 꽤 멀쩡해 보이는 사람 다니는 통로나 손잡이에 페인트칠을 한다면 높으신 분이 곧 온다는 신호다. 페인트가 완벽히 마를 시간까지 생각하면 며칠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가끔 정신이 멍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