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관심
앙리야, 안녕? 요즘 화분에 식물을 키우고 있어. 전엔 선인장조차 말라죽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엔 잘 키워보려고. 가게가 햇빛이 귀해서 자주자주 해가 드는 곳을 찾아 바깥에 화분을 내놓고 물을 주고 있어. 물만 주는데도 하루가 다르게 푸르러지고 며칠 전엔 예쁜 열매까지 맺었어. 참 신기하지? 놀라워, 생명이 있는 모든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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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집 근처 공원과 가게 뒤 주차장에 매일 고양이 사료를 가져다준단다. 처음엔 피하던 길고양이들도 요즘은 가게 문 앞을 지날 때면 느린 걸음으로 나를 쓰윽- 건너다보며 지나가. 내가 밥심부름도 자주 하니까. 자기네 편이란 걸 아는 것 같아. 눈이 초록색인 고양이에겐 녹두란 이름을 붙였는데, 가끔 내가 사료를 주려고 나가면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뒤따라 오곤 해. 낮은 목소리로 “냐옹- “하고 부르면 더 예쁘고 다정한 목소리로 “냥- “하고 대답을 하기도 하고... 길고양이와 그런 경계의 벽이 스르르 무너지다니... 모든 관계는 그렇게 사소한 것들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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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공원에서 돌아온 동지는 자주 울적해해. 그곳에 살던 뚱냥이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질 않거든. 다른 아이가 먹는 것 같다고... 근처에 공사 차량도 아주 많은 곳이라 위험하기도 하거든. 지난 겨울 뚱냥이를 처음 봤을 때 우리집에 데리고 와서 키울까 하고 고민했었어. 결국 한 번도 고양이는 키워본 적도 없고, 또다시 한 생명을 맡아 같이 살아간다는데 조금 겁이 나기도 해서 관뒀었는데... 조금은 후회가 돼. 네가 떠나고 특히나 동지에게 많은 위안을 줬거든. 우리가 가기만 하면 배를 뒤집고 뒹굴거리며 애교도 피우고 너무 귀여웠어. 뚱냥이가 어서 다시 우리 앞에 짠- 하고 나타나길 간절히 바라. 넌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니? 외롭진 않니? 우리처럼 작은 친구들이 생겼니? 앙리야... 너의 그 은색 보드라운 털을 만져보고 싶구나. 우린 잠시만, 안녕이지. 504호에서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