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노을

2020년 9월 13일 저녁노을을 보며.

by Taeho Keem

햇살좋던 오월 어느 날

노을이 드리워져가던 시간

베네치아 뒷골목 어딘가

수로 옆 조그만 카페

커다란 개와 함께

콧노래를 흥얼거리시던

뚱뚱하지만 귀여우셨던

영국할아버지 교수님이 생각나는

오늘 노을


그때가 불현듯 그립다.


벌써 20년이나 지난 일이 되었구나싶은 기억이 휙하고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벌써 옛날이 그러워질 나이가 된거 같지는 않은데..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이 아련해져 버리는구나.

2001년 5월 이태리 토리노로 학회 출장을 갔다가 들린 당일치기 베네치아. 골목골목 걸어다니며 마냥 신기하기만 했던 이태리 구경에 다리가 아파 쉬려고 들어가려던 운하 수로 옆 카페 밖 자리에 커다란 개와 함께 혼자 와인을 드시며 뭔가 중얼거리셨던 거 같은 외국인 할아버지. 안되는 영어로 주인에게 물어보니 베네치아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영국인 교수님이시란다. 그때 그 모습이 되게 인상적이었고, 낭만적이었고, 멋져 보였고, 부러웠다.

내가 요즘 그러고 싶다. 아무도 모르는 동네에서 커다란 개와 함께 살며 매일 저녁 들리는 카페에서 와인한잔하면서 멋진 하늘을 느긋하게 바라보는 모습. 20년 전이 그리워지더니 앞으로 언제일지 모를 앞날이 그립다.


오늘의 잡생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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