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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민 Nov 19. 2024

글이 안 써지는 날

 글쓰기가 쉬운 날은 없다. 영감을 문장으로 풀어내는 작업은 늘 아쉬움이 남는다. 하고 싶은 말이나 전하고 싶은 마음을 완벽하게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언어는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글이나 말로 전달할 수 없는 나만 아는 미묘한 감정은 내 안에 그대로 남는다. 글쓰기는 어렵다. 잘 써지는 날이 드물다. 사실 순식간에 글을 써 내려갈 때도 많지만 그런 날은 꼭 문장 하나를 두고 오래 고심하게 된다. 알맞은 단어를 조합하느라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한다. 글을 다 써놓고 정작 마음에 와닿는 제목을 찾지 못해서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문장을 매끄럽게 연결하려고 글을 다듬다 구조를 통째로 뜯어고치는 일도 흔하다. 글쓰기는 늘 어렵다. 역설적이지만 그래서 글쓰기가 주는 압박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어차피 뭘 해도 아쉬움이 남는다. 잘 쓰고 못쓰고 판단하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 나는 늘 그랬듯이 고심하고 고민하면서 그냥 쓰면 된다. 잘 쓰려고 애쓰면서 필요이상으로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생각과 감정을 담아서 쓴다. 살면서 내 뜻대로 되는 일이나 내 맘대로 흘러가는 일은 거의 없다. 글쓰기도 똑같다.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영감이 폭발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완성하고 나면 다시 손봐야 하는 엉성한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계획이 계획대로 되길 바라는 마음은 내 계획일 뿐이다. 완벽한 계획은 사소한 변수 앞에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불확정성은 우주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물리법칙이다. 거창한 단어를 썼지만 본질은 단순하다. 변수가 만드는 변칙이나 다름없는 변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편안해진다. 산책하고 돌아와서 쓰다만 글을 완성했다. 한 시간 가까이 머리를 싸매고 고심했던 문장은 밥 먹고 나서 단숨에 해결했다. 글을 쓰다 막히면 돌아가면 된다. 왕도나 정답은 없다. 어디로 가든 도착하기만 하면 지나온 과정은 길이 된다. 정답은 없다. 때로는 실력이나 역량보다 운과 때가 만드는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다.


 인생은 이벤트 아니면 액시던트다. 관점에 따라 서프라이즈가 될 수도 있고 서스펜스가 될 수도 있다. 보는 시각을 바꾸면 시야는 넓어진다. 강박 속에 자신을 가두면 자존감과 자신감 모두 타격을 받는다. 채찍질을 하면서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면 불안이 일상을 지배할 뿐이다. 스스로가 만든 속박에서 벗어나면 삶을 짓누르는 압박감을 떨쳐낼 수 있다. 글을 쓰면서 나는 막히면 돌아가는 법을 배웠다. 한 가지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해법을 발견하는 여유를 찾았다. 초조함과 불안을 떨쳐냈다. 완벽한 글쓰기가 아니라 솔직한 글쓰기를 추구하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쓴다. 글쓰기 쉬운 날은 단 하루도 없지만 365일은 전부 글쓰기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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