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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정이든
Aug 26. 2024
그저 표류 중이다
올여름 열대야가 34일이라는 유래 없는 기간 동안 계속되었다고 한다.
어제는 비가 오다가 오지 않다가 선선한 듯하다가 다시 또 덥기도 하였다.
더위는 몸과 마음을 마비시킨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는 별다른 의욕이 없다.
의욕이 없어서 의욕이 없는 채 의욕을 충전하고 있다.
한동안 글을 안 쓰다가 이런 상태에서
다시 글을 쓰려니,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머리가 텅 비어 버린 것 같다.
듬성듬성 떠오르는 생각들은 억지로 잡으려 하면 이내 휘발되어 버린다
.
나는 천성이 작가는 아닌가 보다.
유명한 작가들은 글을 쓸 때 항상 즐거울까? 에이, 딱히 그렇지는 않겠지?
그래도 최소한
지금의 나처럼 망망대해에 나무통 하나를 부여잡은 채 조난당한 느낌은
아닐 테다.
하지만 이 망망대해에 조난당한 느낌이 나쁘기만 하냐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가고 싶어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기에, 그래서 그냥 멈춰 있다는 사실은
인과관계를 나 자신에게 해명할 수 있기에 조금 불행하면서도 많이 안심스럽다.
사진: Unsplash의 Ivan Bandura
우리는 가야만 할 곳을 아는 것처럼 매일 재촉하며 하루를 달린다.
하지만 우리 중 그 누구도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실상은 그저 표류 중이거나, 이 길이 맞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거나, 그냥 운에 맡겨 보거나, 일 것이다.
어린 시절 한 때 글을 열심히 써보려다 미뤄둔 적이 있다.
취업과 연애와 놀이에 바빴을 때다.
놀랍게도 그 미뤄둠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때 가끔 취기에 끼적인 서툰 글들을 다시 읽으며, 내가 아직 경험이 부족하여 투박하다 여겼다.
그래서 나중에는 나이가 들어 완숙하여 이제는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니다. 그 시절
나는 이미 지금
보다 섬세했고, 영민했다.
커피 한잔에, 또는 날씨 변화나 네 아픔 같은 것들에
절절하고
격렬하게
반응하는 법을 알
았기 때문이다.
다만 무엇을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핑계로 나 자신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여,
글 쓰는 것을, 또는 돌인지 황금일지 모를 가슴 두근거리는 무언가를 저 아래에 숨겨 두었을 뿐이다.
맞다. 나는 사실 그저 표류 중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스스로를 재촉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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