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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화 Jun 11. 2019

성격의 중요성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나?

우리는 성격(personality)이라는 단어를 많이 들어 보았고, 또한 아주 자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성격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한다. 나 자신의 성격은 물론 남의 성격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알다가도 모를 것이 성격이라는 생각도 든다. 도대체 나의 성격은 어떤 것일까? 그런 성격을 갖게 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왜 자신이나 남의 성격에 관심을 갖게 되는가? 사람들 사이의 성격 차이는 어디에서 유래하는가?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면 성격이 더 유사한가? 많은 경험 함께 공유하면 할수록 성격이 더 비슷해지는가? 성격의 원재료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은 누구나 한 번쯤 가져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심리학은 어떤 해답을 내려 줄까? 


사실 성격은 심리학이라는 과학적 학문을 통해서 답을 찾지 않아도 이미 오래전부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삶과 생활 속에서도 너무나 잘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격이라는 것을 너무나 익숙하고 당연하게 생각해온 것들이라 의식하지 못하고 지내왔을 뿐이다. 최근 들어 성격에 대한 관심은 매우 커지고 있는데, 특히 많은 기업들과 정부 기관 및 공기업들 까지도 인력을 채용하고 선발할 때 성격검사 또는 인성검사를 반드시 실시하고 부적격자로 판정이 되면 대학 학점이 높고 영어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불합격시키고 있다. 


실제로 제가 몇 년 전에 경험한 일이 있다. 연구실로 졸업생이라고 하면서 한 친구가 찾아와 다짜고짜 자신의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경찰 공무원이 되고자 시험을 두 번이나 보고 필기시험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성격검사에서 계속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심리학 교수인 나에게 성격검사에서 통과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 그 친구의 아주 절실한 부탁이었다.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그 친구는 심리학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었고, 심리학개론 과목도 수강한 적이 없다고 하니,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고 이해보다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해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어렵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시켜서 돌려보내긴 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답답함이 남아있었다. 시중에는 실제로 성격검사 문제집이라고 하는 책자도 나와 있고, 그 친구도 그 책자를 들고 와 성격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한 터라, 이 문제는 비단 이 친구 한 명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해 준 일이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필자가 강의를 해왔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을 통해서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취업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학생들을 대하고 보니 그 심각성은 매우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성격검사를 받아 본 학생들이 거의 없었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그리 많지 않았다. 지금은 전국에 있는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성격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너무나 자주 언급하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는 성격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내가 가고 싶은 직장을 가지 못하게 되는 일을 겪게 되니까 이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인가! 하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고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되었다. 성격이 사실 직업이나 직장을 구하는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은 최근 들어서의 일이지만, 그 보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삶에서는 매우 중요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인생 최대 과제 중 하나인 결혼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할 때도 성격은 중요시되어왔고, 학창 시절 친구를 사귈 때도 성격이 잘 맞는 친구를 사귀어야 그 관계가 오래 유지되었고, 직장에서도 한 부서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성격이 잘 맞아야 일이 잘되고 직장생활이 즐겁다. 이 뿐만이 아니라 사실 일일이 다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우리는 삶 속에서 사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성격은 빠지지 않았다. 심하게 말하면 모든 것이 다 성격으로 연결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성격은 어떤 사람의 행동, 감정, 태도, 욕구, 동기 및 의지 등과 같은 개인적 특성이라고 하는 모든 요소들과 다 연결될 뿐 아니라 한 사람을 평가할 때도 사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격에 대해서 매우 중요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일상의 삶 속에서 성격이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용어이고 개념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은 성격이 되어 나타나고, 성격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를 예를 들어보자. 조선시대 5대 임금이었던 문종은 세종의 맏아들로서 학문에 밝고 인품이 관후했지만, 성격이 극히 내성적이며 온순했다고 한다. 이에 반하여 후일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7대 왕으로 등극한 세조는 문종의 동생인데, 성품이 활달하고 매사에 야심만만하여 늘 도전적이었다고 전해진다. 우리들은 그들을 본 적도 없고, 그들과 가까이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종’하면 매우 허약하고 우유부단한 인물처럼 여겨지고, ‘세조’하면 기개가 장대하고 박력이 있는 인물처럼 여겨진다. 이와 같은 우리의 객관적 판단은 역사가들이 묘사한 그들의 신체적 조건이나 성격 및 행동의 묘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행동의 바탕이 되는 것은 그 사람의 감정, 욕구, 의지, 인간관계 등이다. 사람이 밝은 행동을 하거나 어두운 행동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의 그때그때의 기분이나 감정의 변화 때문이며, 정열적일 때와 냉담할 때의 차이는 욕구의 유무나 강약에 관계된다. 그리고 하나의 목표에 대해 집념이 있느냐 없느냐는 그의 의지와 관련이 있다. 즉, 성격이란 행동에 나타나는 어떤 일관성 있는 그 사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감정과 욕구, 지각의 구조 등 사람의 행동을 부분적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성격은 신체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 인간의 전체적인 것을 바탕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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