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2
매주 미사 성체 모시는 시간, 아빠는 뭐 하고 있냐고 물어본다. 하느님의 존재를 믿고 신실한 가톨릭이라서 기 보다 마땅히 물을 곳이 없고 하느님이 하늘에 계시니 막연히 아빠랑 아는 사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묻는 기도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벌써 4개월이나 지났다. 체감은 1 달 정돈데.. 근데 4개월 동안 왜 아빤 내 꿈에 나오지 않았을까 날 제일 좋아했으면서
꿈을 꿨는데 오늘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랜다. 남은 우리 가족끼리 초를 불고 “아빠가 없으니 심심하다”라고 했더니 12월 25일이 되어 있었다.
초인종이 울려 나가 보니 현관 밖에 아빠가 와있었다! “와! 쩐다! 아빠 여기 어떻게 왔어!!!?”라고 물으니
하느님이 말 잘 들으면 크리스마스 하루를 가족과 보낼 수 있게 한 명을 집으로 보내준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4월부터 우리 보려고 하느님 말 잘 들었단다.
너무 반가운데 일상처럼 하루를 아빠는 살아생전처럼 마늘도 까고, 빨래도 하고, 뉴스도 보셨다. 그런 아빠 곁에 우리 남은 가족은 둘러앉아 “거기서 뭐했어 그동안? 거긴 어때? “라고 물어댔다
아빠는 “말 잘 들으면 한 명만 크리스마스에 집에서 보낼 수 있게 해 준대서 열심히 잘했어”라고만 대답했다.
너무 재밌었다.
시간을 보니 25일이 끝나 아빠가 떠날 시간이 되었다. 현관문에서 아빠를 배웅하며
“아빠 또 잘해서 내년 크리스마스에 또 와!!”라고 하자 아빠가 “그래야지~” 라며 인사했고 꿈에서 깼다.
내용은 익히 아는 유명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본 적은 없지만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영화를 본다면 “너무 슬프다”에 그치지 않고 영원한 이별한 가족과 다시 한번 하루가 주어진다면 이라는 그 간절한 상상에 다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엄마는 내 꿈을 듣고는 추석을 앞두고 하느님께 아빠를 휴가 보내달라고 기도 했는데 내 꿈으로 휴가를 온 거 같다며 기쁘신 건지 보고 싶으신 건지 아무튼 우셨다.
꿈을 꾸니 갑자기 모든 게 비현실처럼 느껴졌다. 진짜 돌아가신 게 맞나. 어쩌면 이렇게 현관문 앞에 어느 날 서 있지 않을까. 아빠는 진짜 하늘나라든 그 어디든에서 우리를 볼 수 있단 희망 ㅡ 마치 내가 아빠가 죽은 게 아니라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는 거처럼 ㅡ 을 가지고 나름 우리에게 오고 있는 게 아닐까
+ 꿈에서 깨니 소중한 사람과의 하루라는 진부한 문장이 너무 소중하고 뜨겁게 와 닿았다. 반면 그리운 사람에 대한 후회로 그 하루가 주어지길 바라면서 남아있는 내 소중한 사람들에겐 여전히 잘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아이러니했다.
+ 잘해줘야지. 어쨌든 할 후회라면 조금 후회하기 위해서 많이 사랑해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