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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tincelle Aug 30. 2024

변하지 않는 게 있잖아

Suede, Live in seoul



10년도 더 지난 얘기를 자꾸 꺼내기가 참 뭣하긴 한데, 이분들이라면 좀 예외로 해야겠다. 마지막 수능을 준비할 때였다. 스마트폰도 정지를 해서 인강용 PMP(요즘 애들은 알까?)로 음악을 들었는데.. 그때 가장 많이 들었던 앨범이 Suede의 <singles>였다. 그냥 홀린 것처럼 끝도 없이 반복했다.



특히 Animal Nitrate는 거의 300번은 듣지 않았을까 싶은데. 묘하게 퇴폐적이고 폐쇄적인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그 왜, 별것도 아닌 일인데 스스로에게 비참한 서사를 부여하고 몰입하는, 그런 때가 있잖은가. 무튼 인생 초반부에서 꽤 힘들었던 순간에 함께했던 밴드인지라, 그 후로도 10년 넘게 줄창 들었고, 8년 만에 들려오는 내한 소식에 큰 고민 없이 티켓팅도 했다. 언젠가는 한번 꼭 실물로 보고싶었거든.



브렛 앤더슨은 더이상 카랑카랑한 비음을 뽐내며 노래하진 않았다. 영화 <델리카트슨>을 연상시킬 만치 비장하고, 그로테스크함까지 뿜어대던 Animal Nitrate는, 초반부에 나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떼창송’으로 충실히 불렸다. 그래서 별로였냐고? 음. 사실, Stay together나 The Asphalt world 같은 장엄한 곡을 들으면 왠지 눈물도 한두방울 흘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말이지, 그냥 내내 신났다. 너무 너무. 콘서트에서 방방 뛰어본 게 얼마만인지. 그래, 57살 브렛 앤더슨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데, 심각한 기분으로 공연을 봐야할 이유는 없잖아.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그 누구보다 멋지게 늙어가는 프론트맨이 빙글빙글 돌리는 스탠딩마이크라든가. Beautiful ones의 전주를 들을 때마다 짜릿짜릿 울리는 우리의 마음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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