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부추밭에서 뭐한데 중요해? 부추를 한창 벨 때는 도와주지 않더니, 부추꽃이 피어서 베어 팔지 못하니까 거기서 아주 사네 그려 청개구리도 아니고”
“내가 청개구리면 부추밭에 있는 토끼에게 벌써 깔려 죽었을 거야”
“뜬금없이 웬 토끼 타령이야?”
“그런 게 있어! 부추밭에 토끼가 산데도 안 믿으면서”
수는 할머니에게 전학 온 친구가 엄마가 있어서 이상했다는 둥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자질구레한 이야기를 듬성듬성했다. 평소 같으면 대꾸를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는데 할머니는 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할머니! 나도 엄마가 있었어?”
“어머니 없는 새끼가 어디 있냐? 엄마가 있었지.”
“엄마가 있었어? 언제부터 있었어? 지금은 왜 없어?”
“엄마가 보고 싶어?”
“아니, 그런데 엄마가 궁금하긴 해”
“보고 싶어서 궁금한 게 아니고?”
“할머니도 참 뭘 모르시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보고 싶어? 궁금한 거지”
수가 숟가락을 놓자 할머니는 수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길가의 하얀 부추꽃을 꺾어서 수에게 건네곤 할머니는 여러 송이를 꺾어서 꽃다발이 되도록 움켜쥐었다. 수는 할머니가 이다음에는 무엇을 할 것인지를 안다. 틀림없이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올라가 하얀 부추꽃을 흔들다가 눈이 맵다며 냅다 던지고는 눈가를 훔친 손으로 수를 쓰다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