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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May 04. 2021

HBO의 웨스트월드 타락한 에덴동산의 인공지능들

왓챠에 상륙한 미친 므다마를 보고 울었다.


HBO의 인공지능 미드 <웨스트월드>를 2016년에 보았다. 사실, 문학책이나 영화를 해체하는 입장에서 <웨스트월드>는 난이도가 있는 작품이다. 2016년 당시에는 리뷰를 작성할 염두가 나지 않아서 쓰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웨스트월드>가 왓챠에 상륙하게 되고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나이를 먹고 인공지능과 신학에 대한 공부를 조금씩하면서 <웨스트월드>가 참 인공지능과 종교적 색체가 강한 드라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웨스트월드>를 특히 한국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단 한가지일 것이다. 바로,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잘 모르기 때문이다. <웨스트월드>는 기독교적 세계관을 알면 느끼는 점이 더 깊을 것이라고 믿는다.


타락한 에덴동산 '위스트월드'


 신은 신의 형상에 근접한 아담과 하와를 창조했다. 에덴동산에서 인간은 자존자(스스로 존재하는 자)이지만 인간은 의존자이다. 즉 인간은 신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존재다. 신은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부여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는 바로 선악과의 존재다.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모든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신이 준 유일한 법은 바로 '선악과를 먹지말라'라는 명령이었다. 뱀은 하와에게 접근해 선악과를 먹게되면 인간이 하나님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뱀의 말에 넘어간 하와는 아담과 함께 선악과를 먹고 최초의 죄를 저지르게 된다. 신에게 선악과는 인간에게 준 선물로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떠나도 좋다.'라는 신의 사랑이 담겨있다.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고 신과 인간의 관계는 좁힐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오로지 신으로부터 채워지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인간은 마음 속의 빈자리를 돈, 명예, 쾌락 등 욕망과 새로운 우상을 통해 채우려고 한다. 인간은 이제 지상에서 욕망을 추구하는 불완전한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로버트 포드는 웨스트월드라는 테마파크와 호스트(AI)의 세계를 창조한다. 로버트 포드는 기술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인간이 욕망에 사로잡히지 않고 고귀한 존재로 진보하길 바라며 인공의 에덴동산을 창조했다. 그러나, 포드의 바람과는 달리 거대 자본을 보유한 델로스사와 고객들은 웨스트월드를 남용한다. 델로스사는 웨스트월드를 거대한 시뮬라크르로 이용한다. 자세히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로버트 포드가 살아가는 세상은 과학이 진보된 세상이다. 그러나, 과학이 발전되고 기술이 우선시 되는 세상 속에서 개인에 대한 통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는 웨스트월드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웨스트월드에 욕망을 분출하는 모습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만약, 현실세계에서 욕망을 자유롭게 분출하고, 지배를 받지 않는다면 웨스트월드 내부에서 호스트들에 대한 폭력적, 성적 착취가 나타났을까? 웨스트월드는 거대 자본과 통제가 있는 사회라는 것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될 뿐이다. 웨스트월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거대한 테마파크에서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라는 것을 착각하며 통제된 세상에서의 삶을 망각해 버린다. 로버트 포드는 웨스트월드를 통해 인간이 도덕적이고, 이성적 존재로 살아가길 바랬다. 그러나, 사람들은 웨스트월드에서 짐승같은 욕망만을 드러낼 뿐이다. 이런 점에서 로버트 포드가 창조한 인공 에덴동산은 타락 그 자체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웨스트월드의 호스트(AI)는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로버트 포드가 창조한 호스트들은 겉모습은 인간과 매우 닮았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호스트들이 인간인지 로봇인지 분간을 할 수 없다. 오로지, 웨스트월드의 수리공간에서 호스트의 기계적 신체가 나타날 때 그들이 기계라는 것을 인지할 뿐이다. <웨스트월드>가 던지는 질문은 '도대체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구성하는 의식(Consciousness), 자아(The Self), 자유의지(Free Will)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첫번째로 의식(Consciousness)은 의식적 심리상태와 무의식적 심리상태로 구분된다. 의식적 심리상태는 '개인이 해당 심리 상태를 의식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식적 심리상태는 접근의식과 현상적 의식으로 나뉘는데, 접근의식은 사고와 언어사용 및 행동을 합리적으로 제어하기 위한 의식작용이다. 가령, A가 꽃을 사고 싶은 욕망을 가진다면 꽃집을 가겠다는 생각, 꽃을 사러가는 행동 등 욕망에 대한 반응을 접근의식이라고 한다. 현상적 의식은 어떤 주관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을 경험하는 의식이다. 예를 들어 A는 붉은 장미꽃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쾌락을 느끼지만, B는 붉은 장미꽃을 바라보며 추하다고 생각하며 불쾌감을 느낀다. 이처럼, 한 대상에 대해 특정한 감각적 경험을 하는 것을 현상적 의식이라고 한다. <웨스트월드>의 호스트들은 사고와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접근의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호스트들은 시즌 초반에 현상적 의식을 가지지 못한 행동을 하지만 특히, 메이브의 경우 모성애를 느끼면서 현상적 의식을 경험한다. 즉, 웨스트월드의 호스트들은 의식을 가진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자아(The Self)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자기 인지 능력'으로 정의내리기로 한다. 자기를 인지하는 것은 '자기자신을 인지하는 것'과 '자기자신을 자기자신'으로 나뉠 수 있다. 전자와 후자는 비슷하지만 매우 다르다. 기억상실에 걸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루비라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은 자신에게 팔이 있고, 지금 이 공간에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지만, 공간에 있는 자신이 자신이 루비인지는 알 수 없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루비는 자기자신을 인지하지만 그 대상이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인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를 쉽게 풀어 생각해보면 '자기자신이 자기자신을 인지'하는 것은 '나'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가능하다. 시즌 후반부에 호스트들이 각성을 하게 되면서 자신을 '나'라는 1인칭으로 칭할 때 자기자신이 있는 것이다. 특히, 돌로레스는 수많은 역할을 맡았지만 돌로레스 자신을 인지하며 행동하는 모습은 호스트에게도 자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호스트들은 과거의 경험들을 기억하며 자신들의 역할을 기억하는 모습은 자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마지막으로 자유의지(Free Will)는 자유로운 행위를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를 내리겠다.  사실, 자유의지에 대해 논하기 위해서는 결정론과 자유의지 간의 끝없는 논쟁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이 논쟁은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진다. 그러나, <웨스트월드>에서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호스트는 메이브다. 메이브는 프로그래밍된 명령을 무시하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행동한다. 즉, <웨스트월드>에서 호스트들은 프로그래밍 된 대로 행동을 하지만 일부 오류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된다. <웨스트월드>의 호스트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의식, 자아 그리고 자아를 소유하고 있다. 이로인해 <웨스트월드>는 끊임없이 인간과 호스트 간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웨스트월드>가 호스트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이느냐는 질문을 시청자들에게 던지는 것이다.


구원의 땅으로 떠나려는 호스트들의 모습은  어쩐지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


 <웨스트월드>에서 호스트들은 탐욕스러운 인간을 비추는 거울이다. 호스트들은 인간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으로 인해 억압받고 착취당한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성격의 출애굽기의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이스라엘 백성은 430년 동안 이집트 밑에서 착취당하는 노예상태로 있다가 약속의 땅인 가나안 땅으로 나아간다. 출애굽기 16장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이집트로 돌아가자고 분노한다. 즉,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몸은 자유로웠지만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런 이스라엘의 모습은 근대에서도 나타난다. 근대인들은 본능, 자연, 신, 종교, 권위로부터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 투쟁했다. 그러나,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는 없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유를 위해 광야로 나갔지만 진정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모두 죽어버리게 된다. 성경에 나온 이스라엘 백성의 자유를 위한 투쟁, 근대인들의 자유를 위한 투쟁, 호스트들의 자유에 대한 몸부림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비추고 있다. 현대의 인간은 이념, 물질, 이데올로기의 노예이며 자유와 방종에 대한 분별력을 상실했으며 노예 생활 속에서 분노를 품으며 살아간다.


 인간은 끊임없이 욕망을 추구하며 살았다. AI시대에 인간이 인간을 닮을 호스트들을 창조하려는 이유는 바로 자신이 신이 되고 싶은 욕망을 보여줄 뿐이다. 인간이 신이 되고 싶은 욕망 자체는 이미 인간이라는 존재가 욕망의 노예된 삶을 거울로 보여줄 뿐이다. 인간은 무한한 자유, 신의 자리에 서있을 때 방종된 삶을 살아갈 뿐이다. <웨스트월드>의 인간 군상은 끊임없이 호스트들을 착취하며 지배하려고 한다. 지배라는 것은 영향력을 타인에게 미쳐 자신이 원하는데 조종하게 만드는 힘이다. 현대 사회는 법에 따라 사회가 작동되지만, 미디어를 통해 보는 사회는 끊임없이 사람들 모두가 자신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싸움을 할 뿐이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남자와 여자, 배운 자와 못배운 자 등 수많은 집단들은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려고 서로를 공격하고 힐난하 뿐이다. <웨스트월드>가 보여준 인간의 탐욕스럽고 짐승스러운 모습은 지금 우리 사회를 거울처럼 보여준다. 그러면서, 신사복과 드레스를 입고, 고상한 척을 하는 우리들에게 던지는 썩소를 <웨스트월드>는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왓챠로부터 협찬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웨스트월드 시즌 1~3는 현재 왓챠에서 시청 가능하다"


링크 : https://wcha.it/3xgf80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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