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당 Dec 31. 2018

어제(어쩌다보니제주도) - 제주, 네 달 그리고 육지행

어쩌다보니 제주도로 왔다. 그리고 다시 육지로 올라왔다(?)

볕이 잘 드는 집이 좋다. 춥지만 따뜻하고 가만히 몽상하기엔 최적이다.

1.

날이 추워졌다.

연일 날씨 뉴스는 남극의 차가운 바람이 내려와

강추위니 영하 10도이니 춥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

제주도도 춥다.

정확히는 온도는 그리 내려가진 않지만

추워진 온도에 세찬 바람이 불어서 여간 추운 게 아니라고 한다.


2.

12월이다. 2018년도 끝났다.

어쩌다 보니 12월이 왔다.

어지러운 일들이 여기저기 터져 나왔던 한해였다.

12월도 마찬가지였다.


3.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지금까지 살던 것과 다르게 살기 위하여,

제2의 인생을 살아보고자 내려갔던 제주였지만

다시 육지로 올라오게 되었다.


2018년 12월이다.


집에 왔던 동료들이 남기고 간 방명록. 좋은 사람들이다.



지금은 육지 집이고

나는 육지로 다시 올라왔다. 아예.

어이가 없지만 그렇게 되었다.


큰 꿈을 품고 내려갔던 제주도였지만

황당한 일로 인하여 다시 올라오게 되었다.

12월의 제주날씨는 좀 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12월에 18도라니.

사실 다른 사람들이 제주에 내려가는 것처럼

어느 정도 기간 동안 충분히 생각을 하고 준비를 하고 내려간 제주가 아니었다.

갑자기 너무 좋은 기회가 생겼고 그 기회를 발판 삼아

지금까지 살아왔던 패턴에서 벗어나 제주에서 다시 시작해보고 싶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올라오게 되었고

나는 다시 제주에서의 생활을 꿈꾸고 사는 사람으로 되돌아왔다.

그동안 수고했고 안녕히 올라가라는 말을 동료에게 음식으로 받았다.

다행인 것은 제주에서 4개월 남짓 지내면서

제주 여기저기를 가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주에 있던 내내 어딘가를 돌아다녔다면

이렇게 큰 아쉬움이 없었을 테고 미련 또한 없어서

제주도에 다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테다.

조천 어딘가의 횟집 메뉴판이다. 제주의 스웩.

제주의 생활이 나에게 남겨준 것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사람이었다.

나와 똑같은 꿈을 가지고 제주에 내려온 사람들과

함께 일 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제주에 내려가게 된다면

만나서 같이 밥을 먹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도.

고마웠던 굿바이 선물.

제주, 그리고 함덕.

언젠간 다시 제주에 내려갈 것이다.

다시 내려가게 된다면 함덕에서 살고 싶다.

적당히 제주스러움과 도시스러움이 적절히 믹스되어있는 곳이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오름.

곳곳에 숨겨진 취향저격 공간들.

아직 다 보지 못한 것들이 잔뜩이다.

그렇게 육지로 날라갔다.

이렇게 갑자기 제주의 생활이 잠시 중단될 줄은 몰랐기에

집에서 잔뜩 받은 옷가지들과 이런저런 물건들,

제주에서 샀던 이것저것들을 모두 육지로 보내고

이틀 정도는 텅 빈 방에서 지냈다.

바다가 보였고 볕이 좋았던 방

제주에서의 생활도 아쉬웠지만

가장 크게 아쉬웠던 것은 제주에서 지냈던 방이었다.

적당히 높은 지대에 있어 함덕과 함덕의 바다가 보였고

날씨 좋은 날 아침에 일어나면 볕이 방 한 가득 들어와서

좋은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마셨던 커피.

방 창문을 열면 불어오는 바람.

그리고 그곳에서 썼던 글과 이런저런 생각들.


아마 잊지 못할 것이고

그것이 나를 다시 제주로 보내줄 것이다.


그렇게 다시 나는 육지로 올라왔다.

그리고 다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어쩌다보니 제주도에 왔고

어쩌다보니 다시 육지로 올라왔다.

다시 내려갈 제주도에 내려갈 예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어제(어쩌다보니제주도) - 제주, 세 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