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가까운 미래 (3/4)
CES 리뷰 시리즈
1. 자동차
2. 스마트 리테일
4. XR (AR/VR)
이번 화는 우리의 삶을 스마트하게 해주는 제품을 모아봤습니다. 서로 다른 곳에 전시되어 있었지만 '스마트'라는 주제로 다음과 같이 스토리를 엮었습니다.
스마트 키친
스마트 리빙
스마트 컴패니언 (반려 로봇)
스마트 토이
스마트 뷰티
Samsung's Bot Chef
삼성은 이번에 스마트 홈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 같았습니다. 특히 '쉐프봇' 이라고 부르는 요리 로봇은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아직 조금은 어색한 로봇 팔이 집에 붙어있다는 것 빼고는요.) 주인이 "스리라차 소스 좀 더 넣어줄래?" 라고 보이스로 명령하면 찬장 서랍을 열고 소스를 꺼내어 믹스볼에 정당량을 뿌려줍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명령이 가능했는데요, 당연히 재료들이 쉐프봇이 닿을 수 있는 거리 내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는 주인을 시켜서(?) 재료를 갖다달라고 하더군요.
아직은 매우 느려서 답답하고 가끔 주인을 시켜먹기도 해서 당장 사용하기에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다만 이 로봇 기술이 발전한다면 내가 집에 들어가기 전에 어떤 요리를 해 놓으라고 미리 주문을 해 둘 수도 있고, 냉장고와 연동하여 현재 있는 재료를 가지고 쉐프봇이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추천할 수도 있을 것 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주방 전체가 디지털화 되어 냉장고, 서랍, 인덕션 레인지, 전자렌지, 싱크대 등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하면서 요리를 만들어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 한샘이 아니라 삼성이나 LG에서 주방 솔루션을 사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로봇이 알아서 해주더라도 화면은 필요했습니다. 지금 로봇이 어떤 것을 하고 있고 다음 순서가 무엇인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도구로써요. 완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유저는 지속적으로 정황을 파악하고 판단을 내리기 원할 것입니다. 매 번 로봇에게 물어보는건 너무 귀찮거든요.
Engadget: https://www.youtube.com/watch?v=joo3ikFS0j0
LG가 빠질 수 있나요. LG는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쉐프봇과는 달리, 아예 커피 주전자가 달려 있어 한 가지 기능에 충실한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쉐프봇을 먼저 봐서 그런지 감흥은 덜 했지만, 당장 적용 가능한 기술이기에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정도는 로봇이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샵에서 일손을 좀 덜어줄 수도 있겠네요. 다만 커피 찌꺼기는 사람이 직접 치워야 해서 그 부분까지 알아서 해주는 로봇이 나온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무인 커피판매점에서 로봇이 내려주는 커피를 먹는 날이 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두산도 커피만드는 로봇에 동참했습니다. 상용인지 데모용으로 만든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가전 만드는 회사가 아니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모양이 투박했습니다. 공장 로봇을 축소해 놓은 느낌이랄까요. 커피샵이나 집에 두기에는 부담스러운 디자인이었어요. (오히려 젠틀몬스터 매장에 있으면 멋질 것 같은..) 또한 컵 위치를 약간 잘 못 놓았더니 커피가 옆으로 다 새더라구요. 로봇팔 뿐만이 아니라 드리핑 기기도 같이 디자인 되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GE도 스텝 바이 스텝으로 따라할 수 있는 요리 도우미 서비스를 전시했습니다. 로봇팔을 보고 이걸 보니 갑자기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이네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전자기기와 AI가 주방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요리 순서를 보여주는 것부터 직접 요리를 전부 만드는 것 까지 그 정도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가전이 부엌의 경험을 새롭게 바꿀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Alexa로 모든 명령을 내리고 주방 기기들은 그에 맞게 요리를 하고, 씻고, 정리를 해주면 좋겠네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몇몇 무인 식당에서 볼 수 있는 서빙 로봇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장애물을 인식하고 속도와 안정성이 높아진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로봇에 얼굴이 꼭 달려 있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Wireless Power Consortium
삼성, LG를 비롯하여 전 세계 600개가 넘는 주방 가전제품 제조사들은 Qi 무선충전 규약을 표준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Philips 믹서기와 레몬 스퀴저의 시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믹서기를 단지 지정된 영역에 올려놓기만 하면 작동하고 그 영역을 벗어나면 자동으로 꺼집니다. 인덕션 기능도 하여 요리도 가능하다고 하네요. 하나의 테이블탑으로 재료 손질부터 요리까지 할 수 있으니 편할 것 같습니다. 무선 충전 타블렛을 레시피 가이드로 놓고 사용할 수도 있겠네요.
대체육(代替肉)
어쩌면 앞서 말한 전자 제품들보다 우리의 삶을 훨씬 더 많이 바꿀지도 모르는 것은 '대체육' 입니다. 대체육에는 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만드는 '식물육'과 동물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 있습니다. 배양육은 비싸고 만드는데 오래 걸려서 아직 실험실 밖을 나오지 못하고 있는 반면, 식물육은 미국의 경우 꽤 대중화 되었습니다.
라스베가스의 한 식당에서 먹었던 식물육으로 만든 피자는 일반 고기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전 미식가가 아닙니다.) 식물육의 대표주자인 Impossible Foods 부스에서 버거도 먹어보았습니다. 버거는 피자와 달리 패티가 메인이기 때문에 고기의 맛이 더 중요한데요. 아직은 실제 고기같은 육즙과 식감은 모자라지만, 환경과 동물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만족하며 먹을 수준이었습니다. 몇 년 후에 배양육이 나온다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체육이 완전히 대중화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육류 시장은 현재 약 1경원 정도로 추산되며, 대체육이 2030년까지 전체 육류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중국이 미국, 유럽보다 육류를 훨씬 많이 소비하는데, 앞으로 대체육에 대한 중국 수요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제발 이상한 동물은 그만 먹어줘..)
The Verge: https://youtu.be/libNRwU8kbo
Voice-Enabled Devices
일반 가전에 Alexa와 Google Assistant가 점점 더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타자를 입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쓰이는 TV, 네비게이션, 홈 기기 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이스 기능이 디스플레이가 달린 기기에 탑재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스플레이가 없는 Google Home, Amazon Eco같은 제품을 써보신 분은 알겠지만 음성으로 대답을 듣는건 너무 비효율적입니다. 보이스는 주로 명령을 내릴 때 유용하고, 그에 대한 피드백은 화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스마트 기기 시장은 2025년에 약 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Samsung's Ballie
삼성에서는 흥미로운 제품을 하나 발표했습니다. BB-8같이 생겼는데 집안을 돌아다니며 알아서 필요한 일을 해줍니다. 예를 들어, 바닥이 더러우면 청소기를 시켜서 닦습니다. 하지만 집안 가전이 모두 삼성 제품이 아니라면 용도가 제한적일 것 같고, 주로 반려동물의 장난감 용도로 많이 사용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저런 공을 아주 잘 쫒아다니거든요.
Ballie는 집 안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반려동물, 사람과 제품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기여서 미래가 기대되는 제품이었습니다. 다음 버전에서는 그 역할에 더 충실한 기능들을 탑재해서 나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Samsung: https://www.youtube.com/watch?v=c7N5UDZX7TQ
Hidden Interface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 필요할 때 나타나는 인터페이스도 있었습니다.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만, 가구와 접목되어 깔끔한 인테리어를 유지하고 싶을 때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인터페이스가 항상 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P&G 랩에서 재미로 만들었다고 하는 휴지 갖다주는 로봇입니다. 누구나 일을 보고 휴지가 없어 당황했던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텐데요. 로봇이 휴지를 갖다준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로봇은 우리를 더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우리가 잠시 장애를 갖게 되었을 때 (e.g. 한 손으로 짐을 들고 문을 열 때, 비가 올 때, 어두울 때 등)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반려 로봇은 일본 기업이 탁월했습니다. 로봇의 형상, 행동, 반응까지 너무 귀엽게 디자인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눈이나 팔다리의 움직임을 통해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로봇의 특성 상 관절 부분이 매끈하게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딱딱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아예 처음부터 옷을 씌워서 나오는 로봇도 있었는데 훨씬 더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반려 로봇 시장은 2022년에 약 40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스마트 토이들이 있었지만, DJI의 Robomaster S1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유로운 4방향 이동 뿐만 아니라 충격 감지, CV(컴퓨터 비전)를 통한 사물 인식, 사람 제스처나 소리 인식 등의 최첨단 기능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원한다면 Scratch를 통해 코딩 없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거나, Python으로 하드코딩이 가능합니다. LEGO의 Mindstorms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이고, 앱에서 Scratch를 통해 원하는 커스텀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서 확장성을 높였습니다.
L’Oréal's Perso
로레알은 내가 원하는 색을 배합해서 만들 수 있는 립스틱과 파운데이션, 날씨와 환경오염 정도에 맞춰 바를 수 있는 로션을 선보였습니다. 세 개의 다른 카트리지를 Perso 기기에 미리 넣어놓고 그 때 그 때 앱으로 원하는 색과 배합 등을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피부 타입이 다양하고 성분이 아무리 착해도 본인과 맞지 않을 수도 있는데, 사람들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제품을 얼마나 살지 의문이긴 합니다. 카트리지 세 개로 원하는 조합이 다 나올 수 있는지도 궁금하구요. 다만 정황(오늘의 피부 상태, 미세먼지 농도 등)에 따라 적응할 수 있는 미용 제품이라는 점에서는 발전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CNET: https://youtu.be/pJSP1piin-o
Lumini Home
이 스마트 거울은 사용자의 피부 타입과 상태를 분석해주고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줍니다. 로레알의 Perso가 유저의 취향과 환경에 집중했다면, 루미니 홈은 사용자의 피부 타입과 상태를 개선시키는데 주력합니다. 목표 자체는 루미니 홈이 더 와 닿긴 합니다만, 추천해줄 수 있는 제품의 수가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기성 제품이 아니라 스마트 공장과 연동되어 나에게 꼭 맞는 제품이 만들어져서 배달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마 다음 스텝으로 생각하고 있겠지요.
뷰티 마켓은 2023년에 약 950조원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업들이 어떤 스마트 제품을 통해 기존의 제품들이 풀지 못했던 숙제들을 풀어갈지 궁금합니다.
집안의 기기들이 양방향 인터랙션이 가능해지면서, 유저의 말을 듣고 일을 대신해 주거나 (Bot Chef) 먼저 나서서(proactive) 유저의 정황을 파악하여 할 일을 대신 해주거나 (Ballie) 유저의 상태를 파악하여 개선 방향을 알려주는 (Lumini Home)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기능적인 만족 뿐만 아니라 반려 로봇과 스마트 토이를 통해 감성적인 만족도 주려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기기가 스마트해진다는 것은
유저와 환경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카메라, 사운드 센서 등)
그에 맞는 '결정'을 스스로 혹은 유저의 허락 하에 내리며 (AI)
스스로, 혹은 다른 기기 및 서비스와 연동하여 '행동'에 옮기는 것입니다. (Network)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카메라 등)와 소프트웨어(CV, ML 등), 그리고 네트워크(Wifi or 5G)의 삼박자가 잘 갖춰져야 합니다. 쉬운 시장이 아니긴 하지만 커져가는 시장 크기를 볼 때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분야 같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서 XR (eXtended Reality)에 관한 내용으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