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쓰기 모임 '창밖은 여름' 모집
한 번도 기자를 꿈 꾸지 않은 채 기자가 됐다. 결국 탐사보도 매체 ‘진실탐사그룹 셜록’까지 만들었다. TV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지만, 드라마 작가로 입봉했다. 지금도 극본을 쓴다. 사전에 기획하고 계획한 건 아니다. 모든 건 우연이었는데, 이 한마디가 시작이었다.
“골방에서 혼자 끄적거리지 말고 공개적으로 글을 써보는 게 어때요?”
20여 년 전 겨울밤의 일이다.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동네 후배가 독일 유학에서 돌아왔다. 우린 함께 겨울 지리산에 올랐다. 세석산장에서 저녁을 먹는데 후배가 툭 던지듯 위의 말을 했다. 나는 “알겠다”고 대충 대답했다.
후배는 물러설 마음이 없어 보였다.
“이번 지리산 여행기부터 써보는 게 어때요? 공개적으로 쓰고, 시장에서 독자들의 평가를 받아봐야 글 실력이 늘죠! 산에서 내려가면 바로 쓰는 걸로 저랑 약속합시다!”
선배도 아닌 후배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거절하기도 뭐 했다. 후배가 공개 글쓰기 장소로 제안한 곳은 <오마이뉴스>. 약속 대로 나는 하산 후 <오마이뉴스>에 여행기를 올렸다. 내 삶의 경로는 이 순간부터 바뀌었다.
당시 나는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생산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후배 제안을 받아들여 공개 글쓰기를 하고 1년여 뒤, <오마이뉴스> 공채 2기로 입사했습다. 다시 1년여 후에는 그해 딱 한 명 혹은 한 팀에게만 주는 ‘올해의 인터넷기자상’을 받았다.
기자로 일하며 블로그에 쓴 글은 에세이집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로 출간됐다. 이 책은 다시 청소년소설 <똥만이>로 출판됐다. 기사의 일부는 르포 <지연된 정의>로 출간됐는데, 이걸 곽정환 감독이 드라마로 만들겠다며 판권 판매를 문의했다. 첫 미팅이 끝날 즈음, 곽 감독이 물었다.
“혹시, 드라마 극본 직접 써보실래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네, 제가 쓸게요! 다른 작가에게 넘기지 마세요. 어쨌든 써볼게요. 한 번도 써본 적은 없지만.”
책 <지연된 정의>는 SBS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으로 만들어졌다. 20부작 대본을 혼자 쓰느라 장기간 정신과 진료를 받았지만, 그 덕에 신규 작품 집필 계약을 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에는 기자 5명이 일하고 있다. 수천 명이 왓슨(정기유료독자)으로 활동 중이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이 한마디였다.
“공개적으로 글을 써보는 게 어때요?”
내가 이 제안을 거부했다면, ‘어쨌든 쓰고 닥치고 또 쓰는’ 무모함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다른 삶을 살았을 거다. 나를 이쪽 세계로 이끈 후배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오랫동안 꾸준히 에세이를 쓴 덕에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요즘 좀처럼 쓰지 않고 있다. 게을러졌고, 무엇보다 일단 시작하고 보는 ‘깡다구’를 잃었다. 강제 수단에 의지해서라도 에세이를 다시 꾸준히 쓰고 싶어졌다. 잃어버린 제 정체성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셜록의 친구 왓슨과 함께하고 싶다. 에세이 쓰기 모임 '창밖은 여름'을 시작하는 이유다. 뜨거운 여름 동안 우직하게 앉아 에세이 10편을 써보는 모임이다. 큰 원칙은 하나다.
‘매주 브런치나 블로그에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해 올린다.’
글쓰기를 가르치거나, 합동 평가에 초점을 둔 모임은 아니다. 어쨌든 쓰고, 닥치고 공개한 뒤에, 글을 써본 각자의 느낌을 나누는 모임이다. 어떤 주제든 상관 없다. 잘 쓰지 못해 부담스럽다고?
내 경험을 들려 주고 싶다. 후배의 제안으로 쓴 나의 첫 <오마이뉴스> 기사는 채택되지 않았다. 보기 좋게 까였다. 자존심이 상했다. 왜 내 글은 채택되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의 글을 찬찬히 읽으면서 내 글의 문제와 부족함을 알았다. 나는 다시 쓰기 시작했다. 몇 번을 더 까였고, 그러면 또 다시 썼다.
어쨌든, 쓰고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면, 이전과 다르게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다. 20년 전, 후배가 내게 한 제안을 당신에게 하고 싶다.
“공개적으로 한번 써보는 게 어때요?”
제안이 왔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그 사람이 누군지를 말해준다.
◼︎ 모임 원칙과 방향
브런치 또는 블로그 등을 개설해야 합니다.(기존 계정 이용 가능)
매주 에세이 한 편을 브런치 또는 블로그에 올려야 합니다.
2주에 한 번 오프라인 모임에 참여해 글을 쓴 소감을 나눕니다.
셜록의 친구 왓슨(정기유료독자)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노쇼’ 방지를 위해 참가비 5만 원을 받습니다.
◼︎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기자, 작가 등 글쓰기로 먹고살고 싶은 분.
쓰고 싶은 게 있는데 게으르거나 감시자가 없어 못 쓰는 분.
마감이 코앞이어도 굴하지 않고 술 약속을 잡는 분.
써야 할 이유는 10개인데, 못 쓰는 이유는 100개인 분.
1) 모임명 – ‘창밖은 여름’
2) 진행 방식 – 매주 일요일 자정까지 에세이 한 편 올리기(총 10개 완성), 2주마다 오프라인 모임.
3) 참가 대상 – 셜록의 친구 왓슨(정기유료독자)만 가능
4) 참가비 – 5만 원
5) 모임 규모 – 10여 명
6) 모임 장소 – 서울시청 인근(추후 개별공지 예정)
7) 신청 마감 – 2025년 5월 25일(일) 자정까지(최종 참가자는 5월 26일 오후 6시까지 개별 연락드립니다)
8) 참가자 선정 – 정원을 초과할 경우 셜록 오프라인 모임 첫 참가자를 우대합니다. 참가신청 이유도 참고합니다.
9) 첫 오프라인 모임(오리엔테이션) – 2025년 5월 28일(수) 저녁 7시 30분(이후 2주마다 수요일 같은 시각 – 6월 11일, 6월 25일, 7월 9일, 7월 23일, 8월 6일, 8월 20일)
10) 첫 글 마감 – 2025년 6월 8일(일) 자정까지 등록(이후 매주 일요일 자정 마감. 총 10회.)
11) 참가 신청 – 여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