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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준가 Aug 15. 2023

내 차 사기 전 쏘카 3개월 타기


애초부터 차 살 생각 없이 운전연수를 받았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정수기도 빌리고 공청기도 빌리고 침대도 빌리고 티비도 빌리는, 당연히 집은 옛날부터 빌리는 공유경제 대활성화의 시대 아닌가.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쏘카, 그린카, 퍼플카 등 공유 자동차 서비스가 여럿 있다는 걸 알고 공유 자동차를 이용할 목적으로 운전 연수를 받았다. 빠듯한 살림에 차를 사거나 유지하는 비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공유 자동차를 쓰더라도 어쨌든 운전을 할 줄 아는 상태가 되고 싶었다. 할 줄 아는 것과 못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운전을 할 줄 아는 것과
못 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공유 자동차라도 몰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조금이라도 이동성을 높일 수 있다. 기차나 비행기로 장거리를 이동한 다음 지역에서 공유 자동차를 빌려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이전과 비교해 훨씬 쾌적한 여행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주에 갔을 때 해가 쨍쨍 내리쬐든 비바람이 치든 하염없이 30분이고 1시간이고 버스를 기다리던 내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미터기를 노려보며 초조하게 택시에 앉아 있던 내가, 운전을 배워서 공항에서 렌트카를 빌려 짐을 싣고 가뿐하게 해안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그것만으로도 얼굴에 바닷바람이 스치는 것 같고, 상쾌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 멀리 가지 않더라도 하다못해 당근마켓에서 의자나 테이블 같은 걸 사러 갈 수도 있고 이케아에서 덩치 큰 물건을 사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아니 그 모든 것을 하지 않더라도 그저 이 작은 집에서 어딘가로 가려면 각종 짐을 이고지고 역으로 가서 또 한참을 서서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이나 역에 도착하면 그날치의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손끝 하나 까딱하기 싫은 상황이 되는 것이 싫었다. 그게 싫어서 몇 년이고 코로나를 핑계로 우리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집을 방공호로 삼아 집에서 일을 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그런 매일을 보내기만 했다. 그저 모든 여정이 손사래치게 고되고 번잡스러워서. 그러다 보니 정말 은둔자가 된 것 같았다. 마음속에 갑갑함이 일어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갔다. 이대로 10년이고 20년이고 답답하게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직 젊지 않은가? 늙으신 우리 부모님도 전국 여기저기를 격주로 놀러 다니는데 나는 왜 이렇게 갑갑하게 사는 거지? 어딘가로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작은 희망만 있어도 숨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그래서 운전을 배운 것이다.



 어딘가로 훌쩍 떠날 수 있다는 가능성,
그 작은 희망만 있어도 삶에 숨구멍이 뚫릴 것 같았다.
그래서 운전을 배운 것이다.



   

운전 연수를 마치고 쏘카 앱과 그린카 앱을 깔았다. 공유 자동차를 비롯한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운전면허를 딴 지 최소 1년은 지나야 한다. 나는 뭐 이미 18년이나 됐으니 당연히 무사 통과. 쏘카는 가까운 곳에 차가 있었고 자동차 대수도 여럿, 이용할 수 있는 차종도 여럿이었다. 가까운 곳에 원하는 차종이 없으면 다른 지역으로 가서 빌릴 수도 있다. 그린카는 차를 빌릴 수 있는 곳도 드물고 차 대수도 많지 않았지만 차가 깨끗하게 관리된 경우가 많았다. 아무래도 쏘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만큼 더 자주 지저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쏘카의 공식적인 안내로는 1주일에 1번 관리자가 차 점검과 세차를 진행한다고 한다. 운전 연수 선생님이 운전자보험을 싼 거라도 들어두라고 하셔서 미리 들었는데 2만 원대 초반의 금액이었다. 사고가 났을 때 나의 치료 비용과 변호사 비용, 범칙금 등을 보장해주는 상품이다. 일반 자동차보험으로는 사고난 차와 내가 상해를 입힌 사람의 치료비, 자차보험 포함일 경우 내 차 수리비는 받을 수 있으나 그 외에는 커버가 안 된다. 쏘카나 그린카 모두 빌릴 때 자동차보험 상품도 선택하게 되는데 가장 비싼 옵션은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이 동시에 되는 것으로, 어떤 큰 사고가 나도 자기부담금 5만 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나는 왕초보니까 운전자보험을 따로 들었다고 해서 싼 보험 옵션을 선택하기는 무서워서 그냥 제일 비싸고 좋은 옵션을 선택해서 다녔다. 왕초보가 믿을 것은 오로지 보험, 보험뿐이다. 물론 사고는 안 나가는 것이 최선이지만. 


쏘카를 타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앞서 글에 적었던) 파주의 음악감상실 카메라타였다. 가급적 차가 없는 곳으로 평소에 가고 싶었지만 못 갔던 곳으로 정해 달려갔다. 돌아오는 길은 어둑어둑했는데 연수를 항상 낮에만 받아 한번도 전조등을 켠 적이 없는 나는 사위는 어두워지는데 전조등을 어떻게 켜야 하는지 몰라 한참 허둥대야 했다. 차마다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머리로 아는 것과 운전하면서 조작하는 것은 또 달라서 뭐 하나만 더 하려고 해도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섰다. 1초도 전방에서 눈을 뗄 수가 없는데, 어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조작한단 말인가? 손이 익숙해지면 안 보고도 척척 해낼지 모르나, 왕초보인 지금은 전방에서 눈을 떼는 순간 죽을 것 같기 때문에 뭐든 허둥지둥일 수밖에 없었다. 



1주일에 한 번 운전하기로 결심했어


처음 쏘카를 타고 나간 이후 나는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운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왕 큰돈 들여 연수를 받아 놓고 또 장롱면허로 썩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운전의 감을 잃지 않을 최소한의 기간이 1주일에 한 번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더 자주 하고 싶어도 비용 생각을 안 할 수 없으니 그 정도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옆 동네의 대형마트, 이케아, 스타필드 등 가급적 붐비지 않고 주차장이 완비된 곳을 다녔다. 흡착식으로 붙이는 초보 딱지를 하나 사서 차마다 떡 붙이고 다녔다. 하루는 가족 모임이 있어 엄빠네 집인 망원동에 가기로 했는데, 세상에 남들은 20분이면 갈 거리를 나는 2시간이나 걸려서 갔다. 글쎄 중간에 내부순환로를 타서 홍제동까지 갔다가 돌아왔지 뭐야. 보통 버스와 지하철을 섞어서 타고 가도 1시간 정도면 가는 곳이다. 그날 가족들에게 전화해 먼저 식사 하라고 소리를 치던(운전이 너무 다급하니 매사에 소리를 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난다. 얼마나 진땀이 났던지.  


차도 여러 가지로 돌려 탈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에는 운전연수를 받았던 선생님의 오래된 소나타와 비슷한 크기의 준중형 차를 탔다. K3, K5, 아반떼 등이다. 차의 크기가 다르면 차폭감도 다르기 때문에 연습한 차와 최대한 비슷한 차로 골라 탔다. 그러다가 가격도 저렴하고 운전하기에도 쉬워 보이는 경차도 타봤다. 대표적인 국산 경차 스파크와 모닝을 번갈아 탔다. 그러다가 하이브리드카가 궁금해 멀리까지 찾아가 니로도 타봤다. 지인이 작은 SUV도 타보면 좋은 경험이 될 거라 조언해 셀토스도 도전했다. 그렇게 많은 차를 타고 다니며 세 달이 지났다. 

그러다 보니, 세상에나 마상에나. 내 차를 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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