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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추도사 Oct 05. 2024

[모집] 가을겨울 시금치 농부되실 분을 구합니다

우리 밭에 놀러 와_시금치 편

직접 야채를 사서 요리를 한 게 언제인지 기억나나요? 바쁜 도시, 마음은 항상 쫓기고, 빠르게 많은걸 동시에 하고 싶은 마음에 중독 돼, 내 먹거리도 그렇게 채웠던 거 같아요. 반나절 만에 집 앞으로 먹고 싶은 완전식품을 쓱 문 앞에 도착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 음식들을 먹고 기운이 나던 때가 있었나요?


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도 현대사회 나름의 효용성이 있지만, 자연 속에서 태양빛을 가득 받고, 바람을 견뎌내고, 땅을 뚫고 자란 풀과 열매의 끈질긴 생명력과 단단함은 밭에서 자란 작물들만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저도 그 맛을 텃밭에서 노지 재배(온실 밖, 자연조건에서 기르는 농사법)를 하고 알았어요. 영양제와 비료를 가득 먹고 자란 아이들보다 크기는 작아서 어이가 없었고, 마트보다 한두 발작 뒤늦게 열매를 맺는 채소들 때문에 평정심을 잃곤 했지만 이 아이들을 입에 넣었을 때 마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억척스러움과 지나온 계절의 맛이 담겨있었어요.


무엇보다 얼레 설레 뿌린 씨앗이 내 혀를 스치고 뱃속에 들어가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게 기특했어요. 엉망진창인 날씨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씨앗을 틔어낸 아이가 내 뱃속으로 들어가면 마법의 약을 먹은 해리포터처럼, 땅을 뚫었던 우직함이 생길 거 같았고, 환경이 어떻듯 나만의 씨앗을 틔어내서 좋은 자연을 한껏 받아 열매를 맺는 사람이 될 거 같았거든요. 그렇게 자란 야채들을 먹었기 때문에 좀 더 건강하고 좀 나은 사람이 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함께 시금치를 심고 2달간 보살펴, 나도 먹고 '마르쉐 시장'에서 이웃들에게도 팔아보는 프로젝트를 하려고 합니다. 늦가을 함께 시금치 농부가 돼, 튼튼하고 건강해져 겨울을 맞이해보고 싶은 예비 농부를 찾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얼마동안 진행이 되나요?]

아래의 일정으로 총 4번을 만나서 진행합니다.
1) 2024년 10월 9일 오후 2시~3시 @고양시 화정동 찬우물 농장

2) 2024년 10월 20일 오전 10시~1시 @고양시 화정동 찬우물 농장

3) 2024년 11월 9일 오전 10시~1시 @고양시 화정동 찬우물 농장

4) 2024년 11월 10일 오전 11시~1시 @마르쉐 시장 목동


[찬우물 농장은 어딨 나요?]

- 3호선 화정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도시 텃밭입니다.

- 주차공간도 마련돼 있으나 최대한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세요.

- https://naver.me/5izroc5S


[만나서 무얼 하나요]

1) 첫 번째 만남(10월 9일): 농장 지기인 찬우물 농부님과 두 달간 우리가 함께 가꾸고 수확해야 할 10평 텃밭과  찬우물 농장을 둘러봅니다. 그리고 함께 시금치를 심을 거에요. 그 후 농부님 텃밭의 쌈채소를 따다가 비빔밥을 해먹을 예정입니다.

2) 두 번째 만남(10월 20일): 시금치가 잘 자랐는지, 텃밭 식구들은 잘 겨울을 준비하고 있는지 인사합니다. 시금치가 맛있어질 수 있게 물도 주고 풀도 뽑을 겁니다. 그리고 맛있는 점심을 함께 나눠먹습니다.

3) 세 번째 만남(11월 9일): 찬우물 농부의 밭에서 시장에 팔 것 시금치를 수확합니다. 시장에 내다 팔기 위해 시금치 손질을 합니다.(저희가 심은 밭은 시기상 수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농부님이 미리 심어둔 밭에서 시금치를 수확할 예정입니다) 텃밭의 재료와 가져온 간단한 반찬으로 함께 점심을 나눠 먹을 예정입니다.

4) 네 번째 만남: (11월 10일): 잘 기른 채소를 시장에 팝니다. 마르쉐라는 곳은 어떤 곳이고 다른 농부들은 무얼 파는지, 어떤 사람들이 시장에 와서 어떻게 사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이때 판 수익금은 각자 나눠서 가질 예정입니다.

[왜 시금치를 기르나요?]

지금 기를 수 있는 유일한 작물이 시금치입니다. 겨울 시금치가 제일 맛있습니다. 찬 바람을 맞고 자라야 달아지거든요. 또한 초보 농부가 쉽게 기를 수 있는 작물입니다.


[농부 프로젝트로 참여하면 얻게 되는 게 무엇인가요?]

1) 직접 심고 키운 시금치 2단(작년에도 시금치가 비쌌던 거 아시죠?)

2) 주말에 함께 새로운 사람과 밥을 먹는 시간

3) 함께 텃밭을 가꾸고 시금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


[비용이 얼마인가요?]

- 총 네 번의 모임 참석 비용은 7만원입니다.


[어떻게 신청하나요?]

- 구글폼으로 신청해주세요. https://forms.gle/ouU1w95YYxVaLzDs5

- 하루 이틀 내로 참여 확정 문자와 오픈 단체 카톡링크를 전달할게요.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어떻게 문의하면 되나요?]

- 브런치나 인스타그램 댓글, 또는 @dr_baechu 인스타그램 DM으로 문의하세요!


해당 사진은 찬우물 농장과 연관이 없습니다 photo by butground

요리하고 싶은데 야채 썰 공간조차도 없이 작은 자취방, 얇은 지갑 때문에 싸거나 세일하는 야채를 사던 날, 혼자 음식을 해놓고 다 먹지 못해 음식물 쓰레기통으로 버리는 날. 어쩌면 어른이 되고 나서 직접 해 먹는 요리가 좋았던 기억보다 숙제 같고 불편한 기억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먹어도 배가 허하거나,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도 어딘가 텅 빈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추워지는 계절 함께 시금치 텃밭을 길러봐요. 겨울의 초입에선 분명 뽀빠이처럼 마음도 몸도 힘이 불끈 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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