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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후 Dec 21. 2023

뭐 하나 특별한 게 없는 삶

평범한 사람의 평범한 단상

뭐 하나 특별한 게 없는 삶


뭐 하나 특별한 게 없어서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나와, 뭐 하나 특별한 게 없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평생을 쉼 없이 달려왔던 탓일까? 번아웃(Burnout)이라는 게 찾아왔다. 삶의 여러 가지 문제로 몸과 마음이 지치고 쌓인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여 심리적+생리적으로 지친 상태가 되었다. 특히 2023년은 사는 게 (많이) 힘들었다. 여러 가지 벽에 부딪히면서 능력의 한계를 느끼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여러 가지 역할을 감당하고 있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직장인으로서, 자식으로, 사위로, 직장 동료로, 친구로 등등 수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감당하기 힘든 상황들을 맞닥뜨리게 되었고 여기저기에서 과부하가 걸리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보다 더 나아 보이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을 비교하게 되었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 좋은 집에 사는 사람, 비싼 차를 타는 사람, 해외여행을 밥 먹듯이 다니는 사람, 똑똑한 사람, 말을 잘하는 사람 등등 사소한 것 하나까지 비교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하나의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뭐 하나 특별한 게 없는 살고 있구나…’


평범한 직장, 평범한 벌이, 평범한 4인 가족, 평범한 집, 평범한 차, 평범한 능력, 평범한 건강, 평범한 멘털, 평범한 취미, 평범한 삶의 경험 등등 뭐 하나 특별한 게 없었다. 정리해 보니, 42년을 쉼 없이 달려온 나는 ‘뭐 하나 특별한 게 없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그것을 자각한 순간 깊은 우울감에 빠졌다. 스스로 회복하는 건 생각할 수 없었다. 힘듦에 그냥 휩쓸려 버리고 통제력을 잃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 정신이 그러한 상태에 이르면 건강까지 나빠진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몸이 망가졌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이제는 '누군가의 누구'가 아닌 '나’를 돌봐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


초심을 찾기 위해 집 나간 정신을 부여잡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그것은 스스로가 너무 잘 알고 있다. 다시 하나님을 중심에 두는 것이다. 그리고 말씀을 찾는다. 정신이 집을 나가 있을 때에는 하나님 곁에서 멀어진 것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극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제야 울타리 문을 열고 안으로 다시 들어간다. 인간이란 참으로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이다.


하나님의 알고리즘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하나님을 중심에 두니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다. 먼저 주변이 변화된다. 희한하게 그 주의 담임 목사님 설교 말씀은 힘든 나에게 필요한 내용으로 채워진다. 아... 반성과 눈물의 회계. 그리고 유튜브를 열면 나에게 필요한 설교 말씀들이 추천 콘텐츠로 노출된다. 역시나 하나님은 우리를 그냥 두지 않으신다. 이것이 하나님의 알고리즘이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던 나를 멈춰 세운다. 그때서야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지만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 나의 삶에서 달라지는 건 단 하나도 없다. (충격적이다). 그렇지만 그때 극적인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다. 


평범한 직장, 평범한 벌이, 평범한 4인 가족, 평범한 집, 평범한 차, 평범한 능력, 평범한 건강, 평범한 멘털, 평범한 취미 등등 뭐 하나 특별히 부족한 게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42년을 쉼 없이 달려온 나는 ‘뭐 하나 특별한 게 없는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자각한 순간, 감사의 기운이 온몸을 뒤덮는다. 놀라우신 하나님은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했던 나의 생각을 한 순간에 뒤바꾸신다.


(변하지 않는 똑같은 상황을 두고)

뭐 하나 특별한 게 없어서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나뭐 하나 특별한 게 없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나의 경계는 정말 한 끗 차이이다.


하나님을 중심에 두는 사람은 뭐 하나 특별한 게 없는 삶에서도 감사함을 찾는다. 같은 현상을 두고 180도 다른 생각을 하게 하시는 하나님께 오늘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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