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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란 Nov 11. 2021

0. 춘자의 기록

아스러지는 기억들을 붙잡고자

*치매를 앓고 있는 춘자의 기억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글이기에 사실의 왜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춘자는 1935년 태어났다. 1953년 갑식과 결혼했고 1954년 첫째 딸을 낳았다. 그리고 9년, 2년, 4년 뒤 각각 둘째, 셋째, 넷째 딸을 낳았다. 마침내 2년 뒤에야 다섯째이자 그토록 바라던 첫 아들을 얻었다.            


1979년 남편이 먼저 세상을 등졌고, 첫째부터 셋째까지 미리 정해진 것인 양 세상에 나온 순으로 결혼해 출가했다. 1995년 막내 손녀가 태어나 그의 손주는 여섯 명이 됐다. 그는 막내 손녀를 '땅콩이'라고 부른다. 작고 앙증맞다는 의미가 무심하게 담긴 애칭인데, 그 덕에 내 동생이자 막내는 20대 후반이 되도록 외가 식구들에게 땅콩으로 통했다. 춘자는 현재 (외)증조할머니다. 증손주는 다섯이고, 그중에는 여지껏 직접 만나지 못한 아이도 있다.


춘자는 2021년 여든여섯 번째 생일을 앞두고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점점 많은 것들을 잊는다. 했던 말을 계속 반복하고 자꾸만 과거의 어느 때로 돌아가기도 한다. 이 글이 시작된 이유다.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하고자 한다. 내 엄마의 엄마이자 나의 (외)할머니인 춘자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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