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일.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에 "Pickool: 기업분석 쿨하게"라는 콘텐츠로 출사표를 던졌다. 지금은 좋은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하는 채널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당시만 해도 외신의 보도 기사를 인용하거나, 주요 글로벌 연구 기관이 발간하는 보고서를 인용하는 글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글이 다수이긴 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콘텐츠 그것도 온라인 콘텐츠를 전문 연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유료로 판매한다는 것이 생소했다. 특히 고객분들과 매주 2회 이상 발행하겠다는 "약속". 그 약속을 지킬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던 중 눈에 띈 것은 "실적 발표"였다. 키노트 행사장에서나 등장하는 기업 경영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허상이 아닌 해당 기업의 수치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애널리스트들이 던지는 질문을 통해 날것에 가까운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은 글감이었다.
그렇게 23개월이 흘렀다. 쌓인 글 수는 383개. 거의 이틀에 한 건 꼴로 글을 발행한 셈이다. 일명 MAMAA라는 기업들. 즉 마이크로소프트 및 애플, 메타, 알파벳, 아마존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은 석 달에 한 번씩 챙겨서 듣고 기록해 왔다. 물론 테슬라나 엔비디아 등 세상의 관심이 집중된 기업들도 함께 다룬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아닌 경영 전략이나 사업 모델, 그리고 시장의 평가를 담담하게 숫자 중심으로 기록했다.
데이터가 쌓이면서, 개별 기업을 분석하고 또 콘퍼런스 콜을 청취하면서 이해하고, 이것을 글로 기록하고 남기는 시간의 사이클. 그 사이클이 짧아졌다. 글 한 편을 작성하는데 8시간이 걸렸다면, 요즘에는 2시간 내외로 초벌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궁금한 질문과 애널리스트들이 질문한 내용을 비교해 보면 어느 정도 일치하는 내용도 많았다. 다만 여전히 나의 글들은 밍밍한 평양냉면을 처음 접했을 때처럼 밍밍했다. 그리고 여러 분석 글 속에 묻혀 있었다.
15년 전 포털 서비스 내 뉴스에서 IT세션이 얼마나 중심에 있었나를 생각해 보면, 해당 업계 종사자들의 기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하철 안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무가지 신문 내지는 스포츠 신문을 펴 들었다. 휴대전화 인터넷은 절대 접속하면 안 되는 그런 서비스였다.
반면 15년이 지난 지금 70대에 접어든 우리 부모님도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매일 접하신다. IT세션은 정치 및 경제, 사회, 문화면만큼. 때로는 이 면포다도 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그리고 23개월의 시간 동안 3개월마다 콘퍼런스 콜이라는 매개체로 들었던 그 경영진들의 목소리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보고 싶었다.
테크 크런치에 따르면,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이 아닌 내가 직접 잡아 올린 횟감으로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 횟감을 정말 훌륭하게 숙성된 회로 만들지 아니면 매운탕이 될지, 아니면 그저 그런 생선들과 섞인 어묵이 될지는 결국 지금부터 전개되는 이야기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 책은 2021년 가을부터 2023년 여름까지 해당 기업들의 실적 발표. 그리고 해당 기업 경영진 또는 임원진들이 비바 테크놀로지, 웹 서밋, CES 등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 각 기업별 연례행사에서 발표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그 내용을 기초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2023년 8월 성수동 작업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