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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Aug 15. 2017

8화_장거리 연애, 가족의 무게 그리고 따뜻함의 힘

국제연애, 장거리 연애,,, 그동안은 "너와 나" 이렇게 남녀의 문제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면, 오늘은 가족의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효녀'는 아닙니다. 다정다감한 성격도 아니고 오히려 무뚝뚝한 편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엄마에게 애교를 피우거나 팔짱을 끼거나 이런 것은 어색 어색한데요... ^^; 


많은 분들이 장거리 연애, 국제연애, 국제결혼일 경우 부모님 반응은 어떠셨는지 묻습니다. 혹은 부모님께서 반대하는 장거리 연애, 국제연애, 국제결혼일 경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묻습니다.


우선 제가 감히 이것이 답이다,,라고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가족마다 커플마다 사연의 무게와 아픔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제 좁은 경험으로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는 제가 너무 주제넘은 것 같습니다. ^^; 


다만, 제가 장거리 연애를 끝내고 국제결혼을 하면서 부모님과 가족에 대해서 느꼈던 점 위주로 적어 볼까 합니다. 이렇게도 느낄 수 있구나...라고 참고 정도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거리 연애의 끝? 부모님에겐 자녀와의 장거리 가족의 시작


저희 양가 부모님의 기준은 '저의 행복, 남편의 행복. 즉 두 사람의 행복'이었습니다. 내 딸이, 내 아들이 행복하면 된다. 그렇게 때문에 너무 감사하게도 결혼 승낙, 결혼 준비 등등 모든 것을 되도록 저희 판단에 맞춰 주셨습니다. 


물론 국제 연애/장거리 연애를 지나 (국제)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걱정은 되었다고 합니다. 내 자식이 오랜 기간 연애한 사람이니 괜찮은 사람이겠지 하며 믿으시면서도 (국제) 결혼은 또 다른 이슈였으니까요. 다행히 저희 집의 경우는 상견례 자리에서 시댁 부모님들을 뵙고 이야기를 나눈 뒤 그때서야 안심이 되셨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장거리 연애가 저와 남편의 문제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요, 내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멀리 떨어지면 보고 싶고 애가 타는 것처럼... 부모님께서도 내 평생 끼고 사랑하던 자녀가 결혼을 하고, 멀리 간다는 것 자체가 너무 애가 타고 마음이 아프셨다고 하십니다. 


특히 지방이나, 해외로 갈 경우에는 더 자주 못 보고 손에 닿지 않는 거리이기 때문에 마음의 거리가 더 멀다고 느껴지는 것도 있습니다. 즉,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녀와의 장거리 가족이 시작된 것이지요. 


같은 나라가 아닌 타국에 자녀가 가야 할 경우, 생각보다 많이 힘들어하십니다. 자식이 성인이 되어 제자리를 찾아 가게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우리가 장거리 연애를 했을 때 느꼈던 '거리의 무게'를 부모님도 고스란히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참 미련스럽게도 이러한 점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지요. 




 타지 생활에서 가장 힘이 되는 것은 '가족의 따뜻함' 


국내 장거리 연애 커플이시던, 국제연애를 하시던 분이던 둘 중 한 분은 옮기셔야 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남편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문화 차이로 이해와 공감의 폭이 제한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런 부분은 아마도 둘이 살아가면서 조금씩 맞춰 나아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아무리 사랑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30년 이상 지나지 않는 이상 나랑 알고 지낸 시간이 내 형제나 부모님 만큼은 아닌 것이지요,,,(가족 간 관계의 거리는 가족마다 상이하긴 합니다만 저 같은 경우는 그랬습니다)


어느 날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있는데, 엄마는 제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제가 타국에서 느꼈을 외로움, 불편함, 건강까지.. 모두 다 짐작하고 계셨습니다. 


신기하죠,,, 그렇게 24시간을 붙어 있는 남편도 제대로 모르는 제 심정을 어머니는 지레짐작,,, 이 아이가 이랬겠구나..라고 알고 계셨습니다. 


괜찮은 척, 씩씩한 척 해도 다 아시는 것이지요, 부모님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전해지는 마음과 사랑은 타지 생활에 있어서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은 저 같은 경우는 가족만큼 따뜻한 곳은 없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힘의 원천과 마음 편히 기댈 수 있는 따뜻한 곳을 지키실 수 있으면 

문제가 당면했을 경우 최대한 가족들 마음 상하지 않게 풀어나가라고 말씀드리는 편입니다. 


가족들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들은 정말 나중에 스스로에게 더 큰 '죄책감'이라는 화살이 되어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가족 구성원 모두 '생각이 있는 한 사람', '쉽게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인 것을 


'내 사랑이 너무 중요해서', '우리만큼 애달픈 사랑은 없어서', 라는 생각으로 가족들의 상처를 못 보게 되면 나중에 그 애달프고 간절했던 사랑의 마음들이 안정기에 들고, 정착기에 들 때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을 때 너무 아픈 상처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지만, 나에게 부모님을 상처 줄 '권리'는 없다. 


부모님, 부모님, 가족, 가족 앞에서 계속 말씀드리다 보니..


"그럼 나는 무조건 부모님 말에 따라야 하는 건가?", "내 인생은?", "부모님이 우리 인생 살아줄 것 아니잖아." , "부모님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반대하시면?", 이러실지도 모릅니다. ^^;;


맞습니다. 내 인생 주인은 '자기 자신'입니다. 많이 언급했지만, 내 선택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린 것은 장거리 연애, 국제결혼, 국제 연애를 하시던,,, 결정의 순간, 혹은 상대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가 있으시더라도 가능한 많이 말씀드리고, 내 생각과 다짐, 마음들을 충분히 보여드리는 것이 조금 더 부드럽게 진행되기 때문에 말씀드렸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던 그렇지 않던, 그 과정 자체는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님 입장도 들어봐야겠죠,,, 어떤 생각이신지, 어떤 마음이신지,,, 들어보지 않는 이상 짐작만으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저 같은 경우 가장 많이 실수를 했던 점은 부모님이 저와 같은 속도로 기준으로 생각을 하길 바랬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나에게 정말 커 보이던 어른과 같은 모습이 제가 성인이 되어서도 남아있었던 탓이었겠지요. 그런데, 제가 자라면서 부모님도 함께 세월이 지나간다는 것을 아마 까맣게 잊었었나 봅니다. 


분명히 부모님은 저희만큼 사고의 속도가 빠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묻는 질문에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설득할 만큼 말씀을 못하실지도 모릅니다.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요" "그 말이 아니잖아요" 가 아니라,,, 말씀이 느려도, 생각이 느리셔도 한번 부모님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보는 건 어떨까요? 간혹 말씀을 하시다가도 본인 마음은 그게 아닌데, 표현 방법이 서툴러서 투박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부모님께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야 우리 연애이기 때문에 줄 곧 고민해왔던 문제지만 부모님의 경우 받아들이는 체감 속도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미 어렴풋이 짐작은 하시더라도 머리로는 이해되는데, 마음으로 아직 준비가 안되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기다려 주세요, 부모님은 우리 인생 모든 순간을 기다려 주시고 이해해 주셨는데 우리는 왜 그분들이 숨 돌릴 시간도 안 드려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통보" 가 아닌 "대화"를 하면 더 좋겠지요. 처음에는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저희 집은 무뚝뚝해서 표현 방식이 상당히 투박하고 감정 표현도 잘 못했거든요,,, 엄마가 가장 상처받았던 부분은 "통보" 식의 "결정"이었다고 합니다. ^^; 그리고 나는 왜 그때 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고 후회가 많이 남더라고요. 


부모님도 "과정"을 함께 하고 싶어 하시고 그것들을 공유하신다면 분명 이유 없는 반대는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그 누구도 부모님께 상처 드릴 "권리"를 가진 사람은 그 누구도 없으니까요,,, 




맺으며,,,

사실 가족이라는 주제는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기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가족마다 그 문화와 성향, 갖고 있는 가족만의 문제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 글이 모든 가족 간의 이슈를 포괄하지는 않습니다. 수많은 이슈 중 "소통" 부분에서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어요"라는 시각일 뿐입니다. 


제가 부모님의 마음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어도 많은 부모님들께서 

'내 자식이 가장 행복하게', '내 자식이 마음 다치지 않게', '내 자식이 가장 편안하게', '내 자식이 안정적이게'... 등등 의 마음을 갖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다른 부모님들께서도 표현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속의 내용은 '자녀에 대한 사랑'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본인들의 삶의 경험과 문화, 생각, 가치관들이 응축되어 있고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우리 세대와 표현방식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곧게 뿌리내린 가치관을 우리 세대처럼 유하게 바꾸거나 굽히기가 어려우신 것이지요,,, 그래서 종종 다툼을 하다 보면 생각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꺾이는' 경우도 생기죠,,


제가 일부러 부모님 입장에 무게를 더 두는 이유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커플 간의 달달한 시간이 지나가고 나를 돌아봤을 때 가장 마음 아픈 구석이 '우리 부모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일부러 부모님과 말씀을 많이 많이 나누시고, 마음의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드리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제안해봅니다. 부모님 마음에 상처가 되면 그게 결국 나에게 되돌아오니까요... : ) 제가 모든 부모님을 알지는 못하지만, 저희 어머니 말씀에는 모든 부모 마음은 자식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라고 하셨거든요,,


타국에 와서 결혼하고 멀리 떨어지다 보니 가까이 있을 때 못 보았던 부모님의 약한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멀리 떠나실 예정이신 분들이 이 곳에 많이 오실 것 같아,,, 가족들과 함께 있을 때 되도록 행복하게, 따뜻하게 보내시면 좋을 것 같아 이번 편 적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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