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가성비 좋게 도파민 돌게 하는 거 책이 최고다.
INTRO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독서에서 효용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매체(대부분 유튜브와 같은 영상)를 선호한다고 한다. 나는 유튜브도 많이 보는 사람이지만 독서에서 시간을 투자할 만큼의 충분한 쓸모 있음을 느끼기 때문에 책을 꾸준히 읽는다. 그렇다면 나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효용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재미와 즐거움
책은 나에게 재미와 즐거움을 준다.
"책 읽는 게 뭐가 재밌어? 지루하기만 하던데?"
그건 당신이 재미없고 지루한 책을 골라서 읽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나 또한 과거에 그랬다! 책만 펼치면 졸음이 쏟아지고 내가 한국어를 읽는 건지 영어를 읽는 건지. 10장도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 포기해 버렸던 책들이 아직도 책장에 꽂혀있다.
그렇게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 책을 발견하였고 그때가 독서에 흥미를 붙이게 된 시작점이었다. 그 책의 이름은 강신주 작가님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고등학교 때 '윤리와 사상' 과목을 제일 좋아하기도 했고, 당시 나는 만나고 있던 남자친구와 헤어져 정신적인 수양이 필요했던 찰나에 서점에서 운명처럼 딱 내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책에서 마주한 사상가들의 조언은 나약하게 나풀거리던 나의 멘탈을 잡아주었고 또 내 자존감도 지켜주었다. 시험을 위해 공부했던 내용들이라 이해하기도 쉬워서 앉은자리에서 완독 해버렸다.
나의 의지로 고른 책을 뚝딱 다 읽고 나니 성취감과 만족감이 느껴졌다. 본격적으로 내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소설의 경우 베스트셀러에 있는 책이 아니라 평소 좋아했던 영화 장르를 고려하여 SF 소설로 시작했다. 책을 읽는 동안 머릿속으로 내 마음대로 마음껏 상상하며 영화 한 편 그려내는 경험을 하였다. 즐거웠다.
평소 가리는 음식이 많은 편인데 그래서 그런지 책도 편식한다. (물론 아무 상관없다는 것을 아는데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다.) 관심 분야 및 주제에 대한 책 위주로만 읽는 것은 초반에 독서에 흥미를 붙이는 지름길이다.
두 번째,
연쇄적인 취미
1. 독서 아이템 구매
나는 소위 장비충(충실할 충)이다. 무언가 마음을 먹고 시작하면 그와 관련한 물건들을 취향에 맞게 구매하고 완벽하게 세팅해 두는 편이다. 그래야 눈과 마음이 편-안 하면서 그 활동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책 읽는데 책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 같은 맥시멀리스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e-book 리더, e-book 리더의 파우치, 책갈피, 문장 수집용 인덱스, 필사노트, 형광펜, 독서메모지 등.. 독서라는 취미를 위해 나는 많은 물건을 구비하고 있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이러한 구매 행위 자체도 나에게 즐거운 취미생활이다.
2. 독서를 위한 공간 찾아다니기
책은 물론 어디에서든 읽을 수 있지만 유독 독서가 잘 되는 분위기의 공간이 있다. (도서관, 북카페 등) 그런 공간을 찾아다니는 것은 독서가 나에게 가져다준 또 하나의 취미이다. 지도 어플에 책방과 북카페를 위한 폴더를 따로 만들어두고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할 때마다 저장해 둔다.
'오늘은 제대로 독서에 푹 빠져보겠어!'라는 마음이 생기면 저장해 둔 공간 중 한 곳을 선택하여 방문한다. 훌륭한 인테리어에 적절한 조도 그리고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면 독서라는 행위의 만족감이 더욱 극대화된다.
3. 서점 구경하기
재미있는 책을 잘 찾는 방법 중 하나는 서점을 자주 가는 것이다. 눈으로 직접 책들을 보다 보면 직관적으로 끌리는 책을 발견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확인한 정보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 책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종종 퇴근하고 산책 삼아 서점에 방문하여 책들을 눈으로 훑어보며 읽고 싶은 책들을 파밍(Farming :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어 나가는 행위)한다.
세 번째,
글쓰기 역량 강화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다. 내 안으로 새롭게 들어오는 자료가 없으면 항상 쓰는 단어만 쓰고 쓰는 문장만 쓰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내 어휘력이 많이 늘었음을 체감하였다.
단순히 어려운 어휘를 학습하기 위해 독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체 가능한 쉬운 단어가 있다면 그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바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비슷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과 알고 있지만 좀 더 쉬운 표현을 선택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 쓰는 거 싫어하고 굳이 글을 잘 쓰고 싶은 니즈도 없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글쓰기 능력은 어떤 일을 하게 되든 가장 기본적인 역량이다. 내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기초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논리적으로 남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은 직업이라면 글쓰기 역량은 필수이다. 직업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글쓰기는 중요하고 말하기 능력은 이 쓰기 능력에 기반한다.
그냥 재밌어서 읽기 시작한 책인데 논리적으로 말하고 쓰는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책 읽히는 것에 진심이었던 이유를 이제야 깨닫고 있다.)
네 번째,
나와의 대화 시간 확보
독서는 오로지 나와 책 사이에서 일어나는 활동이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필요도 눈을 마주칠 필요도 반응을 해줘야 할 필요도 없다. 다른 사람과 약속을 잡을 필요도 없고 타인과의 협업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종이에 적혀있는 문자를 눈으로 읽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느끼는 것으로 충분한 활동이다.
좋은 책은 나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져준다. (나는 이런 책들을 좋아한다.)
'나에게 삶이란 이런 의미인데 너에게는 무슨 의미야?',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이러해. 너의 사랑은 어떻게 정의되니?', '나는 일을 이렇게 하면서 살아가고 있어. 너는 어떻게 일하고 있어?'
나에 대해서 스스로 물어보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살기 쉬워진다는 의미와 같다고 생각한다. 흘러가는 대로 살고 싶지 않으면 나와의 대화를 자주 해야 하고 독서는 그런 대화의 장을 열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위에서 공유한 것들 외에도 독서는 각자에게 다양한 효용을 제공할 수 있다. 어떤 효용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바로 꾸준히 책을 가까이하게 되지는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내가 독서를 습관화하기 위해 했던 노력들에 대해 공유해 보겠다. 노력이라고 썼지만 그리 거창하지는 않고 연속적인 독서를 이끌어낸 트리거(trigger)로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