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이 온라인 교육을 받고 있다. 둘째가 다니는 영어유치원은 2.5단계 격상으로 운영이 어렵게 되자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다고 했다.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이틀째다.
워낙 영어유치원 가는 걸 좋아하고 선생님도 수업 참여도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셔서 온라인 교육도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남편에게도 걱정 말라고 이야기해두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남편이 사진을 찍어 보내 줬고, 그 사진 속 아이는 마냥 귀여웠다. 남편도 옆에 계속 있어줘야 한다는 이야기뿐 별다른 말은 없었다.
두 번째 수업 시작 전 메시지가 울렸다.
"속 터져. 집중 너무 못하고 대답도 잘 안 하고 목소리도 작아. 흑"
"역시 5세에겐 무리인가. 선생님한테 건의할까?"
"하지 마, 뭘 건의해."
남편의 눈엔 화면 속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중 잘하는 모습인데 우리 아이만 태도 불량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과연 그럴까?
유치원은 Zoom으로 실시간 수업을 30분씩 두 번 진행한다. 계획은 인사할 때만 전체 마이크를 켜고 시작하고, 수업 중엔 필요한 아이의 마이크만 켜서 이야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했었다. 실제로 어땠을까? 한 명씩 마이크를 켤 때 받는 쪽에서 수락을 해야 하는데 조부모님이 봐주시는 집은 사용법도 익숙지 않아 시간도 지체되고, 다른 집 마이크가 켜지기도 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전체 마이크를 켜고 수업을 했단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다. 수업 동안 한 할머니가 손주 칭찬을 계속하셨다고 한다. 중앙에서 컨트롤되지 않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둘째 날은 시작부터 메시지가 왔다.
"OO이 온라인 듣는 거 옆에서 보니 진짜 속 끓는다. 으~ 태도 -80점." "그리고 어제 그 시끄러웠던 할머니 온라인 집중 못하는 손주 혼내고 있어"
"거봐 다 그렇다니까."
"그래도 아예 안 하는 거 보다는 나은 거 같아. 나만 좀 속 끓이면 돼."
"그런가..."
비단 우리 아이가 다니는 영어유치원 말고도 다른 영유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 이미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지 꽤 된 곳도 있다고 알고 있다. 유치원의 사정도 이해는 된다. 아무것도 안 하고 휴원 하자니 3월 한 달 등원을 미뤄서 생긴 수업일수 결실로 운영에 어려움이 있으리라. 그래서 이렇게라도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료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그래도 5세에게는 온라인 교육은 무리이다. 더 다른 대안은 없을까? 하... 없다. 그냥 집에서 데리고 있는 수밖에. 그러니 남편은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한듯하다.
'5세 온라인 수업'이라고 찾아보니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많다. 6세 정도는 의견이 반으로 갈린다. 안 하는 거보다 하는 게 낫다는 편으로. 5세에게 온라인은 무리라는 의견이 대세다.
수업료 논란도 많다. 온라인 교육이니 수업료를 50%만 받는 곳도 있고, 어떤 곳은 80% 받기도 한다고 한다. 나라에서 권장은 실시간 교육의 경우 최대 70%까지 받는 것이라고 하는데 안 지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엄마들은 수업료를 아까워하고 학원 관계자는 온라인 교육에 드는 수고가 더 많으니 수업료를 내리는 게 어렵다고도 이야기한다.
갑자기 바뀐 환경에 서로 힘든 시기다. 서로가 조금씩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듯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남편이 힘들 때 한마디 거들어주고, 하루 종일 육아로 지칠 남편을 위해 최대한 빨리 퇴근하려는 노력 정도가 전부다.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