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주일 세 번 혹은 네 번 이상은 건설현장에서 건설업 근로자의 건강검진을 한다. 현재 특수건강검진이나 일반건강검진에 근골격계 질환은 정식 항목으로 포함이 되어 있지 않다. 대개는 문진표에서 질문을 하고 이상을 기록하고 넘어가는 식이다.
그런데 말이다, 필자가 업무상 질병판정위원회 위원으로 심의에 참여해 보면 가장 많은 직업성 질환 중 하나가 근골격계 질환이다. 특히 건설 근로자들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이 굉장히 많다.
그럼 신체 어느 부위가 아플까. 가장 흔한 건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를 포함한 척추다. 허리 디스크 환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형틀 목공이나 비계공, 도장공, 타일 등 허리를 굽히고 하는 작업의 비율이 매우 많아서 그렇다. 허리는 그 외에도 척추관 협착증이 많고, 드물게 척추전방 전위증도 존재한다.
그다음으로 많이 아픈 곳은 어깨다. 대개 회전근개 파열이라고 일컬어지는데, 주로 어깨를 90도 이상의 각도로 위로 올리는 자세를 가지고 일하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그다음은 무릎이다. 주로 퇴행성 관절염 (골관절염)이라고 불리는 무릎의 손상이 굉장히 많다. 이는 무릎을 구부린 자세로 오래 일해야 하는 미장공이나 타일공 등이 문제가 된다.
즉 정리해 보면 허리 -> 어깨 -> 무릎 순서로 아프다. 무릎은 사실 무릎을 구부린 채로 하는 작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에 허리나 어깨에 비하면 환자가 적은 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생각해 보면 일반 인구집단에 비해 많다.
건설업에서 왜 이렇게 많은 근골격계 환자가 생길까? 이는 건설현장에 와서 하루만 일해보면 바로 알게 된다. 모든 것이 몸을 써서 하는 일이고 생산물 (건물)의 사이즈가 워낙 크다 보니 구부정한 자세나 불편한 자세로 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중량물을 취급해야 하는 경우가 다른 제조업 등에 비해 워낙에 많다. 결국 어깨 회전근개 파열 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결국 이렇게 워낙에 많은 근골격계 질병이 발생하고 이런 재해자들이 산재보상 신청을 하기 때문에, 업무상 질병 인정을 할 때 일일이 업무상 질판위를 열어 판단하기보다 몇 년 이상 해당업종에서 일하면 산재로 인정해 주는 당연인정 기준을 고시하고 있다. (당연 인정 기준으로 업무상 근골격계 질병을 인정해 주는 것에 관해서는 기업에서도, 노동자 측에서도 이의제기가 많고 불만이 많다. 필자는 결국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하나 개별 케이스를 살펴 질판위에서 위원의 의견을 모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법령 체계도는 다음과 같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행정규칙이 딸려있고, 여기에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고시에 보면 상병별로 해당하는 직종과 필요로 하는 근무기간이 정해져 있다. 유효기간은 신청인이 신체부담업무를 중단한 다음 날부터 최초 상병 진단일까지의 기간으로 인정되는 시간이며, 이 기간이 지나서 신청을 하게 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할 확률이 크다.
위 근골격계 상병에 대한 당연 인정 기준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논란이 될 것이고 사용자 측이나 노동자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변경되거나 심지어 폐지될 확률도 높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으로 이용되는 기준이니 참고하는 것이 좋다. 필자는 엄밀한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모든 케이스에 이렇게 자동적으로 인정되는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글의 논지는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건설업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