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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e Jul 27. 2021

팽팽하고 느슨하게

바디 프로필 도전기 #1

운동장에서 노는 것보다 화실에 앉아 그림 연습을 하는 것을 더 좋아했다. 조용히 앉아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적성에 맞기도 했고, 끈기는 있는 편이라 운 좋게도 대학 졸업 후 지금까지 비슷한 일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아마 비슷한 계통의 일을 하는 사람들은 공감을 할 것 같은데, 디자인 작업을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모니터를 보다 보면, 허리가 아프거나, 손목이 아프거나, 목이 빠질 것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허리 통증이 조금 심한 편이어서 직장 생활을 한 지 4년쯤부터 허리 디스크 때문에 병원에 다니는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직장인이라면 이 정도 누구나 디스크는 있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과체중은 아니니까 어느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던 차,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이 60대 환자의 허리 엑스레이 사진과 내 허리 엑스레이 사진을 비교하며 디스크 통증을 설명해 주신적이 있다. 이날의 충격을 통해, 몸소 신체의 균형과 건강한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삶 가까이 살고 있나?’


병원을 나서면서 업무 시간 동안 쓰고 읽어왔던, "유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삶, 균형 잡힌 몸과 마음, 내적인 충만함…’ 같은 말들이 떠올랐다. 하루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며 '일'과 실제 내 '모습'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짐작했지만, 이렇게 까지 큰 괴리감이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이때 느낀 괴리감 덕분에(?) 병원을 다니며 처방치료를 받는 (이미 병원에 몇 번 다니면서 나아지는 단계가 아니기도 했다) 수동적이고 단기적인 치료보다, 능동적이고 장기적인 건강 관리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스스로의 체질을 개선하고, 더불어 이번 계기를 통해 업무를 하며 접했던 ‘건강한’ 이미지들은 어떤 경험의 순간인지를 몸소 이해하고 이를 통해 건강 전문가들의 의견에 공감해보고 싶기도 했다.


건강관리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정한 좌우명은,  ‘팽팽하고 느슨하게’인데, 이 좌우명에는 내 신입사원 시절의 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


입사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지면 광고 촬영을 한 적이 있다. 원래 훤칠하고 잘생긴 메인 모델이 따로 있었고 나는 촬영 어시스트 겸 지나가는 행인, 뒷모습이 컷에 살짝 걸쳐지는 배경(?) 역할이었다. 업무 중 틈틈이 버킷리스트를 꿈꾸는 직장인을 콘셉트로, 위트 있는 모습을 담기 위해 깜빡 졸고 있는 상황을 연출해야 했는데, 나는 배경 역할이었지만, 다양한 사진 확보를 위해 어쩌다 보니 메인 촬영도 하게 되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하루 종일 긴장한 상태에, 긴 시간 촬영장에 있다 보니 실제로 지쳐있기도 했고, 그리고 당연히 ‘설마 내 사진을 쓰겠어?’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정말 부담감 없이 진심 다해 졸았다. 그리고 아래는 나름 진정성이 느껴지는 촬영 결과물이다.

아마 처음부터 내가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촬영에 임했다면, 부담감 때문에 졸리지도 않고, 저런 표정을 절대 짓지 못했을 것 같다. 그저 자연스럽게 촬영이 진행되었고, 약간 민망하긴 했지만 부담감이 없어서 그랬는지, 촬영 중에도 그렇게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결국 자연스러웠던 내 이미지가 채택되어 시안으로 제작되었고, 실제로 광고 이미지로도 쓰이게 되었다.


지하철 광고 사진

이때의 경험은, 일상 속 새로운 일들이 닥쳤을 때 떠오르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부담을 갖고 힘을 강하게 주려 할 때 오히려 수틀릴 수 있고, 내 품에 맞게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만한 결과물도 따른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꾸준하게 관리를 해보자는 결심 또한 비슷한 마음 가짐이다. 운동하는 시간에 다치지 않도록 집중하고, 먹을 때는 단호하게 절제하면서 순간순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들이 나에게 고통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평점심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으로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 이 좌우명의 핵심이다. 건강 관리라는 과정 자체가 이미 결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긴 여정 속에서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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