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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ie Jan 06. 2022

나만의 박자

Movie


위플래쉬 (Whiplash, 2014)

감독 : 데미안 셔젤

출연 : 마일스 텔러, J.K 시몬스


“Are you rushing or dragging? (“빨랐어 느렸어?”) - Terence Fletcher

https://www.youtube.com/watch?v=VnuImW1dWAk

자신의 대한 확신을 넘어, 광적으로 박자에 집착하는 선생님이자 지휘자 플랫처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주자 자신의 박자가 빨랐는지 느렸는지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오직 플랫처의 직관만으로 연주자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무의식까지 통제되고 용납되지 않는 이 장면은 무섭기까지 하다. 플랫처의 인정을 받기 위한 드럼 연주자 앤드류의 모든 노력은, 그가 집착하는 박자를 틀림없이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함축할 수 있다. 극한의 상황과 강압적인 교수법을 견뎌내고 고통스럽지만 그에게 인정받을 때, 그때 ‘위대한 음악가’가 될 수 있다는 확신과 함께.


좌절감으로 음악을 포기했던 앤드류는, 다시 찾아온 연주의 기회에서 플랫처의 지휘를 무시한 채 자신만의 박자로 오케스트라를 주도하며, 플랫처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런 앤드류의 초월적인 모습이, 역경을 극복하고 그토록 원했던 위대한 음악가가 된다는 내용으로 해석해야 할지, 한계 끝으로 몰고 가는 교수법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뤄내고자 했던 위대한 음악가를 탄생시킨 플랫처의 성공 신화로 해석해야 할지는 알 수 없다. 플랫처의 의미심장한 미소와 서로의 미묘한 교감만이 보이며 영화의 결말은 열려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 안에서 좌절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앤드류가 겪었던 고난과 상처에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결말 부분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몰입감과 쾌감은,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에게 몰입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은 그의 음악적 결실과 경지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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