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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Sep 27. 2023

아이는 부끄러움을 느낄까

2023.5.29(월)

우선 어제 묵은 <The Social Hub;TSH> 게스트하우스 칭찬한다.


유럽 여기저기에 있다는데, 다음에 파리나 베를린 등 유럽 도시에서 TSH가 있다면 이용하겠다. 


숙소에서 느즈막히 나와서 개선문과 에펠탑 부근에서 어슬렁거렸다. 아는데가 없으니 가장 유명한 기념물을 찾아간 것.

관광객들로 바글바글. 모두 휴가를 나온 사람들이라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우리는 우울이 깊다.


오랜 전 초등3학년 아이가 나에게 와서 딱 12개월을 지내고 집으로 돌아갔는데….


이 아이가 종종 사람이 붐비는 보도에서 누워서 뒹구르는 일이 있었다. 심지어 비오는 날에도, 최대한의 볼륨으로 괴성을 지르고,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시비를 걸었다.


지금은 의젓한 청소년 선수로 성장하고, 길바닥에 드러눕는 일은 오래전에 없어졌지만, 당시에는 ‘저 행위가 의도성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통제가 불가능한 일종의 무아지경에서 나오는 행동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어제(샤를드골공항) 오늘(샹젤리제 거리) 작은아이는 오래 전 나의 의문을 풀어줬다.


나름 의도를 가진 계산된 행동이었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제가 부끄러울 건 없어요. 나는 부끄럽지 않은데요….”


작은아이는 큰아이가 자기를 공격한다는 명분을 걸고, 자기 보호와 자신의 요구에 응하라며 가디언 교사에게 시위하는 의미로 길바닥 농성을 전술로 사용한다. 


큰아이는 자신이 쳐다보기만 해도 엄청난 퍼포먼스를 펼치는 작은아이 반응에 재미를 느끼고, 슬쩍슬쩍 작은아이를 흥분시킨다.


여자 선생님은 결국 <번아웃+기브업> 선언을 했다.


“나는 도저히 더이상은 안 돼!”


작은아이는 길바닥에 앉아서 울고, 큰아이는 언성을 높이며 여자 선생님을 공격하니까(여자 선생님의 지적에 대해 저항하며) 여자 선생님의 멘탈이 붕괴된 것.


우는 아이도, 흥분한 아이도, 다양한 사람들로 붐비는 파리 14구역에서 효과적으로 말릴 수 있는(제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자리를 벗어날 수도 없다. 어른 가디언 누구나 멘탈을 챙기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오늘 하루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전쟁통에도 아이가 태어나고 영화도 상영하며 음악회도 열리는 법이다.


우리는 개선문도 구경하고, 에펠탑 실물도 영접하며 세느의 유람선과 파리 시내 투어 2층 버스도 눈에 넣고, 복잡한 파리 지하철을 환승하며 예약한 에어비앤비 아파트에 들어갔다. 


그리고,


저녁도 먹었고(적당한 케밥집에서; 전 세계 어딜가도 케밥이 가성비 갑) 과일 시장에서 오디와 메론, 방울토마토를 사 가지고 숙소로 돌아와서….


깔깔거리며 하루를 마감한다.


(*오늘의 성과 : 아~ 부끄럽지 않구나. 난 지금까지 아이가 자기 행동에 부끄러워 할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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