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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Oct 12. 2023

대화만이 가능한 교육이다

일대일이 핵심이다

1.


어제 2028년 대입체제개편 내용이 발표됐다.

9등급 내신 구별을 5등급으로 급간을 대폭 넓힌다는 것이다. <심화수학>  신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눈에 띈다.

전체 대입경쟁률은 낮아질테고, 서울 주요 대학의 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 분명한 5년 후 미래에, 이주호 장관의 설명과 정반대로 강남3구와 특목고/자사고 학생들이 내신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 개편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대학 입학 게임에서 리그를 둘로 나눈 것이다.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로.

마이너리그의 경쟁률은 1:1도 미달한다. 대학정원이 입시생보다 많다. 국가권력은 마이너리그에 관심이 없다.

메이저리그 수험생들을 in서울 30개 대학(카이스트/포공/지방대 의대 포함)에 고르게 배분하는 방법을 2028년 대입개편에 담았다고 본다.


2.


대학은 절대반지의 위상에서 계륵이나 뜨거운 감자로 전락했다. 대학에 갈수도 있지만, 의사가 되겠다거나 삼성/SK/LG 회사원이 될 일이 아니라면 진학하지 않아도 크게 불이익을 받지 않는 분위기가 됐다.


3.


하루 아침에 생긴 일은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서서히 조성된 배경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학에 들어가는 학생은 단지 텍스트 조작능력이 좋을 뿐이다. 사고력/지혜/창의력/진취성은 대학입시에 성공한 학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글을 읽고(국어든 외국어든) 글이 의미하는 지시에 빠르게 응답하기-이것이 현재 공교육의 목표이자 방법론(교육과정)이다.

ADHD로 불리는 어린이청소년의 학습에 추가적인 장애물이 있는 건 아니다. 충분히 <빠르게 응답하기>는 가능하다.

다만 ADHD로 불리는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글을 읽고>에서 불화를 일으킨다.


4.


왜 ADHD 학생들에게 글을 읽고 쓰는 일이 어려운 것인가에 대해서 긴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따로 마련돼야 한다.(여기서는 현상 분석은 건너뛰고)

원래 인간에게 글은 짧은 시간 사용한 발명품이다. 길게 보면 수천 년이지만, 사실상 서양의 경우 300년, 우리 경우 60년이다.

반면 누구나 <대화>할 수 있다. 읽고 쓰는 역할을 대화가 충분히, 아니 텍스트로 소통하는 것보다 대화는 더 넓고 풍부하게 소통이 가능하다.

중요한 핵심은 강의는 두 가지 이유로 “대화가 아니다”   

우선 강의는 일대일 구조가 아니다. 대화를 일대다로 할 수 없다. 여럿이 모여도 대화는 결국 옆 사람과 일대일로 이루어진다.

또한 강의는 평등하지 않다. 강의자가 선생의 권위를 두르고 수강자에게 군림하는 구조가 된다. 수강자가 강의자에게 반론을 펴거나 강의 콘텐츠를 거부할 수 없다. 대화는 평등한 사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액션이다.

따라서 기존 학교에서 대화가 불가능하며, 태어나서 대화 경험이 거의(전혀) 없는 ADHD 성향의 학생들은 수업이 불가능할 뿐이다.

5.


학교가 카페처럼 운영돼야 한다. ADHD로 불리는 어린이청소년 학생은 <카공족>이 아닌 편안한 상태의 손님이 되고, 학교는 테이블에서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손님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교사 역할의 어른은 대화파트너가 된다.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주장하거나, 대화 상대를 윽박지르는 파트너와 대화하지 않는다. 어른 파트너는 말하기보다 듣기 비중이 더 커야한다.

대화는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의자에 앉아서 할수도 있지만, 정원을 거닐면서 나눌수도 있다. 카페라면 실내든 실외든 정돈되고 깨끗하며 아름다워야 한다. 새로운 학교도 마찬가지다.


6.


돌이켜보라. 아이가 세상에 와서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한 적이 있었는가. 언제나 제시된 가이드에 따라야했고, 양육자의 명령을 수행할 뿐이지 평등한 테이블에서 편안하게 대화한 일이 있느냐 말이다.

일대일로 대화하면 아이는 달라진다.

어린이청소년에게 대화 자체가 존중받는 일이다.

ADHD로 불리는 학생은 대화하면 깨닫는다. 깨달으면 공부의 세계에 들어선 것이다.

반대로 대화가 아니라면(지시/강제독서/문제집 뺑뺑이/인강) 기어코 공부의 세계에서 멀어진다.

*공부가 아닌, 개념과 의견을 나누는 대화가 아닌 분야에서(기본생활규칙 등) 어른 교사에 의한 강제 규정은 당연히 필요하다. 둘을 구분하지 않고 섞어서 그동안 ADHD대안학교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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