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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준규 Oct 14. 2023

수업은 결국 퍼포먼스다

교실은 즉흥극 무대

1.


아이들과 수업은 공연과 같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즉흥극(improv)으로 포착하는 관점이 올바르다.


2.

즉흥극은 대본 없이 배우가 배경상황만 합의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셋 이상은 매우 복잡해서 배우 스스로 연출한다는 즉흥극에서 벗어날 수 있다(통제 불가능한 엉망진창이 되기 십상이다)

즉흥극은 두 배우만의 상황극이 알맞고, 의미도 있다. 일대일만이 수업다운 수업을 만든다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3.

교사와 학생은 즉흥극 무대에 올라온 두 배우다. 대본은 없다. 오로지 지금이 어떤 시간 어떤 공간에 있는지만 알려주고 연극은 시작된다.

즉흥극에서 독백은 있을 수 없다. 파트너의 대사에 따라 내 대사가 순간적으로 결정된다. 내가 어떤 애드립을 할 것인지 결정하려면 상대방에게 집중하고, 전체 상황을 잘 이해해야 한다. 배경지식의 넓이에 따라 좋은 대사를 만들 수 있다. 좋은 대사는 연극의 질을 높인다.


4.

수업도 똑같다.

교사는 물론 학생의 배경지식 넓이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다르다. 교사와 학생이 상대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맥락을 짚지 못하면 수업은 재미가 없다.

집중하지 못해서 붙여진 이름, ADHD 학생의 경우 더욱 <일대일 수업>이 필요하다. 전체 상황을 잘 파악하며 대사를 빌드업하듯이 ADHD 어린이청소년과 수업은 교사와 학생이 만들어가는 즉흥극이다.


5.

교사 입장에서 ADHD 학생 상대가 예상과 다른 대사와 액션을 보여준다고 <명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상대가 어떤 모습을 보여줘도 상대의 연기를 인정하는 일부터 즉흥극은 가능하다.

대사는 철저하게 상대의 액션과 대사에 따라 결정된다. 상대가 어떤 연기를 하든 내가 준비한 대사만 날린다면 그건 즉흥극이 될 수 없다.

어찌보면 인생 전체가 즉흥극이기도 하지만 ADHD 학생과 수업은 즉흥극이어야 한다. 모든 대사는 애드립일 수밖에 없다.


*위 사진은 초등대안학교 학생들이 선보인  퍼포먼스 발표회(포토 by 달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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