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준규 Oct 21. 2023

자폐스펙트럼에 대한 중요한 견해

장(腸)에 사는 박테리아가 중요하다

1.


월출산(영암) 억불산, 천관산을 멀리서 바라보며 장흥에 다녀왔다(어제)-올라본 적 없지만 참으로 매력적이더라. 꼭 하이킹 하고 싶네….(앞으로 3년 안에 셋 다 오르리)


집에 돌아오자마자 포스팅하고 싶었지만, 왕복 10시간 운전이 힘들었나보다. 졸음이 쏟아져서 페북을 볼 수 없었다.


2.


사랑하는 내 꼬맹이 왈,


“새벽3시에나 잠들었어요….ㅠㅠ”


간단한 아침 먹이고 방에 가서 더 자라고 했다. 그새 나는 글을 쓰리~


3.


장흥에 풀로만목장이 있다. 말 그대로 풀만 먹여서 소를 키운다. 주식은 라이글라스(국내 생산) 부식은 알팔파(수입) 두 가지만 먹인다. (국내 다른 목장은 볏집을 섞어 먹인다)


풀만 먹이는 한우는 장흥의 풀로만목장이 처음 시도했고, 배워서 따라하는 목장이 몇 군데 있다고 한다(전체의 비율은 극소수)

4.


소는 풀만 먹고 살도록 진화한 대형 포유류이다. 그런데 70년 전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화약을 만들던 공장에서 암모니아로 질소화학비료를 만들고(화약도 암모니아가 원료) 그로 인해 곡물생산의 증량이 어마어마하게 이루어졌고, 남아도는 곡물을 소에게 먹였다. 소의 개체도 엄청나게 늘었고….암튼 곡물사료를 70년 전부터 먹였고, 한국은 50년 전부터 곡물사료를 먹였다.


학교 끝나면 꼴 베러 가야하는 어린 아이의 옛 이야기처럼 풀만 먹던 소들이 곡물사료를 먹어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마블링 타령과 1등급 투뿔 선호는 곡물사료회사의 주도로 만들어진 신화라고 한다.(충분히 이해되고 동의한다)


동물성 사료를 먹은 소에게 광우병이 생긴 것은 극단적 사례이지만, 당연히 풀만으로 대형 동물로 성장하게 세팅된 소에게 곡물사료를 줬을 때도 소의 물성이 변하는 건 당연하다. 소의 기름(우지)이 다르다는 게 풀로만목장 대표의 주장이다. 


풀로만 소의 기름은 맹물로 씻겨진다고 한다. (소기름이 물만으로 씻뎌나간다고….이거 대박이다)


*나는 녹말, 셀룰로오스(섬유소), 리그린(나무를 지탱하는 매우 강한 불용성섬유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 왜 마소가 먹는 풀을 인간은 먹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 가능하다. 따라서 풀로만목장 조영현 대표의 설명을 충분히 이해했다.


5.


그래서,


풀로만목장의 한우를 먹으면 뭐가 좋은가.


(풀로만목장 한우 고기, 사골, 도가니, 내장, 간, 피, 기름, 머리를 사기 위해선 몇 주, 몇 달을 기다려야 한다. 목장 초기에 2년을 기다린 손님이 있었다고. 헉!)


인천 남안구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좋은 고기를 찾다가, 농림부 공무원을 닥달해서 풀로만목장 고기를 공급받고 있는데,


과거에 호주 수입육을 먹였을 때 종종 염증질환이 생겼던 아이들이 풀로만목장 고기만 먹인 이후 증상이 싹 사라졌다고 한다.


6.


일부 자폐스펙트럼 아이의 부모(주로 엄마)들 사이에 GAPS 학습이 유행이라고….


Gut and Psychology Syndrome의 약자다. <장腸과 심리학 증후군>으로 번역할 수 있다. 타이틀만으로는 잘 이해가 안 된다.


초간단 말하자면,


장에 좋은 박테리아가 살아야 하는데, 현대의 가공식품의 유해성이 좋은 박테리아를 죽이고 나쁜 박테리아를 육성해서, 결과적으로 뇌를 <안개 낀 상태>로 만든다는 이론이다.


엄마의 장에 사는 박테리아는 태중 아기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그로 인한 문제도 자폐스텍트럼 원인의 일부가 된다는 주장이다.


(댓글에 논문 일부를 달았다. 참고)


7.


세상에 다양한 이론과 주장이 있다. 철저하게 검증해서 쓰레기 이론은 걸러야 한다.


GAPS에 대해 내가 가타부타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섬유질 음식을 먹지 않고 극단적으로 고기 위주 섭생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걱정했다. 나물, 채소는 장내 좋은 박테리아의 식량이 된다는 건 확실한 팩트다.


소의 경우 거친(인간의 입장에서) 풀을 먹고 거대한 덩치로 성장할 수 있는 생명체인데, 곡물사료를 먹었을 때, 내장과 지방의 변형이 올 수 있다는 건 합리적 추론이다.


결정적으로 풀로만목장 한우의 내장과 지방은 다르단다(권위있는 대학연구소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 소의 내장으로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먹이세요”


고맙게도 새로 만드는 대안학교에서 기숙하는 학생들에게 풀로만목장의 고기와 내장을 공급해주겠다는 조영현 대표의 제안이다. 어떤 도움보다도 감동이다. 또 감동이다.


조 대표는 스마트폰에서 영상을 하나 보여준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아이의 엄마가 보내줬다고. 영상 속 대여섯 살로 보이는 여자 아이는 일어설 수 없는 상태라 주로 누워서 생활했는데, 풀로만목장 고기를 먹은 후 4개월이 지나, 계단을 혼자 걸어 놀라가는 영상이었다. 비포 애프터로 나누어 찍은 두 영상이다. 


너무 극적이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화로 소개할 수 없다 하더라도, ‘무엇을 먹은 쇠고기인가’는 따져야 한다는 믿음이 간다.


한우든 와규든 미국산 스테이크 Chuck eye Roll이든 핵심은 무엇을 먹은 소인가에 있다.


8.


내가 얻은 인사이트와 영감은 나를 떨리게 했다.


풀로만목장 소들은 밥 먹으면 운동장에 나가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밥 때가 되면 축사에 가서 (밥 때를 맞춰 지들끼리 알아서 이동한다) 풀 밥을 먹고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간다.


일반 사육소들은 10평 정도 시멘트 방에 3마리가 죽을 때까지 산다. 보통 30개월만 살고 도축된다. 빨리 자라야 하니까 곡물사료를 먹일 수밖에 없고, 사료 산업 네트워크에서 곡물사료가 아닌 다른 선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아이들은?????????


정해진 기간에 빨리 자라야 하고(20살에 대학 가야하니까) 치킨산업의 교묘한 트랩에 걸려 전화로 앱으로 계속 튀긴 치킨을 주문해서 먹고, 들로 산으로 나갈 일은 거의 없이(불과 10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인간은 늘 하루 20km를 걸었다는데) 수십 평 집에서, 다섯 평 자기 방에서, 20평 학교 교실에 갇혀서 꼼짝 못하는 거 아닌가!


어찌 아이들이(어른들이라도 마찬가지) 생물학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변형을 겪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연히 당연히


자연주의대안학교를 국가가 만들어야 한다!

오른쪽이 조영현 풀로만목장 대표, 왼쪽이 필자, 가운데 무영 스님


매거진의 이전글 수업은 결국 퍼포먼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