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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디코치 Mar 17. 2024

인생은 원코인 게임입니다. 같이 하실래요?

켠 김에 왕까지

불금이 유명하지만 목요일 저녁 술자리를 더 좋아한다.

금요일 저녁부터는 가족과 함께 하는 지인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수요일까지는 Working Week 가운데 있는 느낌이지만, 목요일 저녁부터는 한 템포 숨을 내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일수도 있다




그렇게 강남역 한적한 포차에서 옛 직장동료들이 모였다.

영어이름을 쓰는 스타트업을 다녀서일까?

우린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그 덕 '형 동생'같은 불필요한 격식 없이 관심사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옛 동료 A가 물었다.

"각자 2024년 목표는 이뤄나가고 있어요?"


"다이어트"

"영어공부"

"이직"


이런 단어들이 공중에 뿌려졌다가 희미하게 사라졌다.


질문을 던졌던 A가 스스로 대답했다.

"올해 또 그다음 해, 항상 개인의 성장을 목표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큰 의미가 없어요.
자녀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잘 만드는 게 더 즐겁습니다"  


그 대답은 꽤 의외였다.

누구보다 개인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A였기 때문이다.


A가 나이가 든 탓일까? 자녀들이 커가면서 주는 즐거움이 자아실현보다 훨씬 크기 때문일까?


그의 대답으로

나는 지금 어떤지? 돌아보게 되었다.  



2023년 작년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들이 태어났고, 삶의 궤적이 빠르게 바뀌었다.

일을 한다는 것은 가족을 위한 경제적 버팀목을 만드는 일이 되었다.

(전재산을 투자해 창업한다던지, 무일푼 열정페이를 쫒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 결과, 사람을 한 명 만나더라도 큰 결심이 필요해졌다.

더 의미 있는 결과를 기대하며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되었다.

그런데 그 신중함이 오히려 족쇄가 된 느낌을 받았다.

선택이 무거워지니 후회가 깊어지고, 가끔 선택조차 하지 않고 악몽까지 꾸는 바보 같은 일도 생겼다.



"저는 아직 자녀가 어려서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처럼 스스로의 성장을 추구할 것 같긴 해요.
어차피 원코인 인생게임 아닐까요. 최대한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들을 찾고 싶어요"


말하고서도 핵심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One Coin Game이라는 스스로의 표현은  꽤 재밌다고 느꼈다.


동전이 들어갔고, 켠 김에 왕까지 가는 건 맞는데, 어떻게 가야 할지는 고민이다.


하지만 동전 한 닢에 목숨을 걸고 즐기지 못할 게임을 끝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도.

가족의 존재가 나에게 더 큰 열망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 믿는다.  


직장은 더 이상 간판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작은 조직이라도 팀으로 협력을 추구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짜릿함을 지속할 것이라 믿는다.  


건강은 배신 없이 매일의 결과가 쌓이는 성실한 게임이다. 원코인 게임을 더 길게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은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


너무 진지하게 죽기 살기로 게임을 플레이했던 과거를 떠올려보면  '기록'  남아도 친구와의 추억은 남기지 못했다.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혜성 오락실'이 있었는데

혼자서 기록경신하는 게임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반대로, 매번 왕까지 가지 못하고 똑같은 보스에게 연패하더라도

친구들과 환호하며 웃고 떠들던 게임들은 추억이 되었다.


우리들 인생 다 저마다의 원코인 게임이다.

다만, 허우적대며 플레이하지 말자. 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지도 말자.  

같이 즐겁게 플레이할 관계들을 만들고, 그들을 돕자.


가족을 돕고, 직장에서 동료를 돕고, 이웃 주민들을 돕다보면

결국 나를 구한다


(PS. 재미없게 플레이할 뻔했는데, 여러분 덕에 재밌게 즐기다 갑니다. Adios~ 사랑하는 나의 동료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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