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든 탑은 원래 와르르 무너진다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장난감 도서관에 들려 아이가 좋아하는 타요버스 장난감을 빌렸다.
키즈카페에서 신나게 놀아주고 돌아오는 길에는 와이프가 좋아하는 고기 집에서 저녁도 먹었다.
날씨는 많이 푸근해졌고, 옷차림은 가볍다.
집으로 가는 길의 노래 선곡도 괜찮았다. 콧노래를 자연스레 흥얼거리며 도착했다.
아이 목욕까지 끝내고 나니 드디어 내 시간이다.
모처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뉴스를 본다.
그중 한 가지 뉴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쁜 뉴스였다. 평화로웠던 주말 하루에 갑자기 낀 먹구름처럼 기분이 착잡해진다.
유발하라리가 한 말이 기억이 난다.
"평화로움은 수많은 현명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전쟁은 단 한 명의 어리석은 사람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좋은 뉴스는 언제나 일어나기 전의 소식일 때가 많다.
"큰 산불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화재를 막았습니다"
"암을 발병률을 현저하게 낮출 수도 있는 신약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나쁜 뉴스는 이미 일어난 것에 대해 다룬다.
"지진이 발생해 수 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증시가 폭락했고, 수많은 기업이 도산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래서 나쁜 뉴스에 사람들은 더 기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가능성의 영역보다는 이미 일어나고 만 '현실의 영역'이 삶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 본 뉴스로 인해 내 삶이 우리 가정의 평화가 영향을 줄까 두렵다.
평온한 삶을 바라는 것이 소박하지 않은 꿈이 되는 것 같다.
공든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나쁜 뉴스들을 접할 때면 허탈함이 극에 달하지만
그것이 나쁜 뉴스의 원래 속성이니.. 결국 나 자신을 다스리는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들숨과 날숨을 길게 호흡해 보며, 잠에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