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김창옥쇼를 보다가 창옥님이 골프를 포기한 이유를 말씀하셨는데 너무 공감이 갔다. 레슨을 받는데 그 프로가 왜이렇게 늦게 왔냐며 골프는 일찍 시작해야 된다고 그랬다는. '누군 일찍 시작하기 싫어서 안한거냐! 먹고살만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늦게시작한거지!' 라고 화내고 골프를 접어버렸다고.
골프란 종목은 비용적, 상황적 진입 장벽이 높은편이다보니 우리 부부도 40대 중반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뼈가 이미 굳은지 오래라 몸이 내 말을 듣지 않는게 문제였다. 릴스나 유튜브를 보면 초딩들도 가볍게 팡팡 공을 치고 공도 쭉쭉 뻗어가는데 나는 용을쓰고 진을 빼도 그렇게 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젋은 프로 골퍼들을 보면 시원시원하게 몸이 회전이 되고 팔은 쫙쫙 뻗어나가며 채가 쭉쭉 던져진다. 그걸보고 있자니 비루한 내 몸뚱이가 한심해지기 시작한다. 만일 티칭 프로가 니 나이가 많다고 뭐라 했다면 나라도 화를 못 참았을 것 같다.
골프를 시작하면 안쓰던 근육을 쓰기 때문에 몸 여기저기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운동도 안하다 갑자기 하면 온몸이 근육통에 시달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집에는 오만종류의 파스가 쌓이고 근이완제는 종류별로 약통에 들어가기 시작했으며 마그네슘 스프레이까지 구매했다. 구석에 처박아두었던 박찬호 크림까지 다 꺼내 발랐다.
문제는 골프를 쳤다고 해서 몸이 과하게 아프면 안된다는 점이었다. 몸이 아프다는 것은 잘못된 자세로 쳤다는 반증이었기 때문.
통증부위 중 제일 황당한 부분은 손목과 손가락이었다. 골프연습을 하고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칫솔을 잡을 수가 없었다. 주먹이 안쥐어지는 것. 일어나서 한동안 손을 움직여야 칫솔질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생활에 불편한 자잘한 통증들을 달고 산지 3개월 쯤 접어들었을 때, 잘 치지도 못하는 유틸리티를 후려패던 순간 왼쪽 갈비뼈가 뜨끔했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갔더니 갈비뼈에 실금이 갔단다.
인간의 갈비뼈는 너무나도 연약해서 재채기만 해도 부러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십년 넘게 사는동안 내 튼튼한 갈비뼈는 금조차 간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골프채 몇번 휘둘렀다고 내 용가리 통뼈에 금이 간다고?
골프를 치는 사람들은 꽤 많은 경우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금이 간다고 했다. 문제는 갈비뼈는 깁스를 하거나 어떤 처치를 할 수가 없는 부위. 그냥 가만히 조심히 뼈가 붙기를 기다려야 한다.
자다가도 왼쪽으로 나도 모르게 왼쪽으로 돌아누우면 통증 때문에 용수철이 튕겨오르듯 벌떡 일어났다. 며칠동안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고 너무 아파서 일상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다니면서 골프 강습을 2주정도 쉬었다. 금간 곳은 일단붙여놓고 뭘 해야되지 않겠는가.
어느정도 몸이 낫고 다시 열심히 골프연습을 재개했다. 그런데 왼쪽 골반이 너무 아프기 시작하더니 왼쪽 등판이 아프고 주말 아침 갑자기 오른쪽으로 목이 안돌아갔다. 라운딩 예약을 해놓았는데 목이 안돌아가다니!!! 급하게 한의원에서 약침, 도침 종류별로 다 때려넣고 안돌아가는 목을 부여잡고 라운딩을 가서 크게 망하고 온 뒤 한의원을 2주 더 다녔는데도 낫지 않아서 결국 신경외과에서 프롤로주사라는 것을 맞았다. 주사 놓는 자리마다 근육이 튀고 아파죽겠어서 난리가 났다. 의사선생님은 최근에 손상된 부위도 있고 손상이 오래된 부위도 있다고 하셨다.
웃긴건 선생님이 '당분간 골프 안돼요. 진짜 안돼요'라고 신신당부를 하시는 것이었다. 그래서 연습장 안갈거라고 했더니 의사샘 왈 '골프치는 사람들은 절대 안간다면서 가던데?'
골프에 미치면 몸이 부서져도 골프를 치러 가는 것이었나 보다. 나 역시 몸이 다 안나았지만 연습장에 갔다. 근육통은 운동으로 풀어야지!
골프로 인한 부상은 여러가지 원인이 작용하고 여러 부분에서 발생한다. 가장 흔한 골프엘보는 뒤땅이 나면 공에 전달되어야 하는 힘이 땅과 골프채 헤드가 부딪히면서 고스란히 팔과 어깨, 허리로 전달되기 때문에 몸으로 통증을 다 받아들여서 생기는 것이다. 스윙을 부드럽게 하지 않고 과하게 하다 보면 허리, 무릎 등에 충격을 주어 근육이나 인대의 손상이 발생한다. 심하면 디스크까지 온다고 하니 바른 자세로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공을 멀리 날려버리고 싶은 인간의 욕심은 한도끝도 없기 때문에 힘이 바짝 들어간 잘못된 자세로 공을 치는 경우가 발생하고, 원래부터 안좋았던 몸의 부위를 덜 쓰려고 나도 모르게 자세가 틀어지는 경우도 많다. 다치지 않으려면 1. 골프 치기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과 몸풀기를 하고 2. 정확한 자세로 스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옵션으로 골프 역시 코어 힘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복근운동과 하체운동을 해두면 도움이 된다. (라고 하지만 집에 오면 쇼파에 늘어지기 일쑤인 나무늘보 한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