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쥬스 Jun 10. 2024

머리를 어디다 올릴까요?

파3, 6홀, 9홀, 정규 18홀

골프를 어느정도 배우고 나면 듣는 질문이 있다.

"머리 올렸어?


처음엔 '나 이미 결혼했는데?', '다시 결혼하란 것도 아니고 머리를 어디다 올리라는건가?' 했다.


머리를 올린다는 말의 의미는 처음 골프장에 라운딩을 나가는 사람에게 골프장 규칙 등을 알려준다는 은어다. (실제로는 그닥 좋은 의미는 아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기생 머리 올렸다는 뜻도 있기에....)


골프계에서의 의미로 간단히 말하자면 정규 18홀에서 스코어가 나왔다는 뜻. 워낙 많이들 쓰고있는데 품고있는 뜻이 별로이므로 다른 용어로 대체했으면 좋겠다 싶은 말이다. '첫 잔디밥 먹어봤니?' 정도면 괜찮을듯.

첫 홀이 시작되는지도 모르고 타석이 뭔지도 모르고 서있었던 123골프클럽 1번째 홀

 


예전에는 레슨프로에게 코칭을 어느정도 받고 나면 프로와 함께 필드에 나가는 것을 '머리올린다'라고 했단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골프를 접하고 있고 유튜브 등의 강좌들이 워낙 활성화 되어있어서 독학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첫 필드 나들이에는 골프 구력이 좀 있는 친구나 지인들과 나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 역시 남편 선배 중에 골프를 오래 친 분이 골프장에 데리고 가줬으니까.


일단 티칭프로가 함께 필드에 나가게 되면 수강생이 프로의 골프비용 일체를 부담해야하고 라운딩 후 밥 또는 술까지 대접해야 된다 하니 수강생 입장에서는 꽤나 부담이 된다. 프로 입장에서 골린이들 데리고 가면 알려줘야 되는 것이 한두개가 아닌데다가 라운딩 한번 나가면 하루를 다 써야되는 상황이 벌어지니 그분들 입장에서도 별로 즐거운 일은 아닐듯. 차라리 그 시간에 회원 레슨을 하는게 더 이득일 것 같다.


이러다보니 딱히 프로들도 수강생들도 티칭프로와 함께 필드 나가는 일이 줄어들게 된 것 같다. 물론 같이 나갈 수 있다면야 모두에게 좋겠지만.


그리고 처음 필드 나가기 전에는 준비해야 될 것들도 많고 익혀야할 매너들도 많으니 프로와 함께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유튜브 등을 많이 보고 준비를 잘 해서 가는것을 권장한다. 골프는 매너게임이라 사소한 비매너가 의절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연습장에서 천막만 두들겨대다 보면 지겨우니 슬슬 인도어에 가서 공 날아가는 것도 보게되고 스크린골프장이나 GDR에 가서 클럽별 거리도 체크해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접하게 되는 곳이 파3와 나인홀 골프장이다.


우리집은 파주와 그리 멀지 않은데 일산,파주 지역을 골프 8학군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만큼 그 지역에 골프장이 많단 이야기다.


골프를 치지 않을땐 몰랐는데 근처에 인도어 연습장도 많고 네이버지도를 뒤져보니 멀지않은 곳들에 초록색 덩어리들이 있어 자세히보면 CC 또는 GC 였다. 아니, 이렇게 골프장이 이렇게 많았다고?!


골프는 18홀을 돌면서 각 홀에서 타수를 기록하는 경기다. 타수는 적을수록 좋다. But 서울 근교는 땅이 크지않다보니 회원제로 운영되는 정규 골프장들을 제외하면 6홀, 9홀 짜리 골프장들이 많다.


요즘은 골프인구가 늘어서 퍼블릭 골프장도 많아졌지만 18홀 퍼블릭은 아무래도 수도권엔 많지 않은 현실. 많은 골퍼들은 아쉬움을 달래려고 6홀, 9홀 등을 플레이한다.


나와 남편은 골프를 함께 시작했기에 머리를 올리게 되면 같이 가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공교롭게도 남편 선배들이 남편을 먼제 데리고 평일에 골프장 예약을 잡아버린 것. (학교는 학기중에 개인사유로 연가를 쓰기가 어렵다)


노발대발 했지만 어쩌겠는가. ㅠ

남편이 첫 정규홀을 나가고 한달 뒤 그 멤버들이 내 머리도 올려줬다. 왜 날 같이 안데려가줬냐는 질문에 싱글 치는 선배 왈 "머리올리는 애 둘 오면 그날 캐디 죽어나. 캐디는 무슨죄냐..."


무슨 말인지는 잔디밥을 좀 먹었더니 알게 되었다. 골린이 두명이 팀에 있으면 경기가 진행이 제대로 될 수가 없을  것 같다. 뒷팀에서 매섭게 날아드는 독촉은 옵션이다. 


어찌저찌 6홀, 9홀도 돌아보고 정규홀에 나가 정신없이 혼이    빠져라 공을 쳤지만 (만들어진)스코어카드를 보니 뭔가 자신감도 생기고 재미도 있고 골프를 더 잘 치고 싶어졌다. 잔디밥은 먹으면 먹을수록 실력이 늘어난다는데 이건 돈과 시간의 문제라 좀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일단 넘 재미있는걸!




매거진의 이전글 뜨끔한 갈비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