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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쥬스 Jun 14. 2024

어제는 몰랐지만 오늘은 친구인 골프

왜 무조건 4인인가

약간의 골프 실력이 생겨 필드에 나가게 되면 가장 곤란한 것이 바로 4명의 팀을 구성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골프장은 외국 골프장과 다르게 무조건(거의 대부분) 4명을 한 팀으로 예약을 받고 있다. 간혹 2~3인 플레이가 가능한 골프장도 있긴 하지만 기본은 무조건 4명이다.


4인 필수가 법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좁은 우리나라 땅덩이에 많지 않은 골프장에 골프 치려는 수요는 많아서 그럴 것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때문에 일부 골프장에서는 조인 게시판을 따로 운영하기도 하고, 여러 골프 관련 카페나 커뮤니티 등에서 동반자를 구하는 글을 심심찮게 만날 있다.


조인게시판이나 커뮤티에서 동반자를 구할 때 간단한 본인 소개를 하고 기본적인 소개를 해달라는 글을 자주 보는데 이는 같이 골프를 칠 사람들에 대해 간단히 알고 싶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상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워낙 세상은 넓고 희한한 사람이 많다보니 체크하고 싶은 마음은 백만번 이해가 간다. 18홀 기준으로 보통 4시간 반 정도의 플레이 시간이 드는데 너무 안맞는 사람과 라운딩을 도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을 듯. 돈이나 적게 들면 모를까 1인당 몇십만원씩 들여서 가는데 기왕이면 괜찮은 사람들과 치고 싶은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테다.

간혹 조인시 예약금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나라만큼 노쇼가 흔한 나라도 없다보니 조인으로 팀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약속을 깨거나 하면 원 예약자도 골프를 칠 수 없기 때문에 대단히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라운딩 나가는줄 알고 신나게 준비하다가 파토나면 극I 성향인 나도 화가날 것 같다) 그래서 아마 사전에 부도방지용 예약금을 받는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하는 마음 역시 백만번 이해가 간다. 공 못치는 건 이해해도 노매너는 이해 못한단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닌듯.




우리 부부가 골프를 배운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에서 라운딩 러브콜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골린이 데려가서 무슨 고생을 하려고 이렇게들 우릴 열성적으로 초대한대?' 싶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4인팟의 구성원이 늘어났어!!' 라며 올레를 외칠 상황이었던듯 하다.


기존 골퍼들 입장에서는 모르는 사람과 조인해서 치는 것 보다 아는 사람들과 가는 것이 훨씬 즐겁고 편안한데 주위에 골프를 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4인 구성을 채우기가 쉬우니 골린이라도 두 팔 벌려 환영했던 것이다. 게다가 골린이 성장 모습을 보는건 구력이 좀 된 사람들에게는 쏠쏠한 재미도 있고, 나도 저랬던 때가 있었다며 회상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재밌는 것은 '골프를 친다'는 그 하나의 사실만으로도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관계다. 가끔 만났던 사람들이나 대충 존재만 들어서 알고 있던 사람들을 골프장에서 만나게 되는 일이 종종 생겼다. 그들과의 단톡방이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지사고. 이 사람과 몰랐던 시절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절친처럼 신나게 얘기할 수도 있었다. 갑자기 그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전보다 더 친밀도가 높아진다. 이게 바로 골프 매직인가?


골프 이야기는 마치 남자들이 군대에서 축구하던 얘기처럼 해도해도 끝이 없었고 계속 새로운 소재가 쏟아진다. 특히나 우리 부부같은 골린이들은 아는게 1도 없으니 질문이 산더미라 알려주는 재미도 쏠쏠했을 듯.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골프 얘기가 공통 화제로 오르면 어색함 없이 신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이러니 생판 모르는 사람과도 반나절 가까이 함께 라운딩을 할 수 있나보다. 연습장에서도 눈인사만 하던 사람들 끼리 4인을 모아서 라운딩을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역시 연습장에서 같이 골프치러 나가자는 제안들이 있어서 가끔 그분들과 함께 필드에 나가기도 한다.


정말이지 골프란 것은 골프채만 제대로 휘두를 줄 알우리 모두 친구가 될 수 있는 재밌는 세계다. 다만 예의나 매너가 탑재되어 있다는 전제 하에 그렇다. 비매너인의 경우 순식간에 골프 멤버에서 퇴출시켜버리는 것도 골프 친분의 특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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