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은지 Dec 28. 2015

아이슬란드 원정대-대장정의 시작, 골든써클

싱벨리어 국립공원, 게이시르 간헐천, 굴포스

꺄! 우리가 진짜 아이슬란드에 와있다!  



연신 소리를 질렀다. 두근두근. 꿈만 꿔온 시간이 6개월이었다. 비로소 아이슬란드 대장정의 서막이 올랐다! 나는 운전대를 잡았고, 화진선배는 구글 지도로 목적지를 검색했다. 6개월간 사진으로만 짝사랑하던 골든서클을 얼른 봐야 했다. 골든서클은 싱벨리어 국립공원, 굴포스, 게이시르 간헐천이 지도상 동그란 원처럼 뭉쳐서 위치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아이슬란드 내 관광 대명사이다. 첫번째 목적지인 싱벨리어 국립공원으로 갔다.


레이캬비크에서 아이슬란드 국도로 진입하기 전, 사람이 있는 곳에는 나무가 있다.

그냥 길인데 이상했다. 그냥 고속도로인데 뭔가 이상했다. 산에 나무가 없었다. 아이슬란드는 땅이 척박해서 나무가 없다고 했다. 스케치북에 가로로 선을 찍 긋고 하늘색, 풀색 색칠을 해놓은 것같았다. 그렇게 아이슬란드의 길에 익숙해질 때쯤 싱벨리어가 나왔다. 주차장에서내리자마자 보이는 거대한 암벽이 우릴 맞이했다.



◆ 지구덕후 취향저격, 싱벨리어 국립공원

주차장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암벽, 아니 판대륙!
이건 그냥 암벽이아니다. 판대륙이다! 


판대륙이라니!!! 싱벨리어 국립공원은 북아메리카 대륙판과 유라시아 대륙판이 만나는 지점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도 이곳의 지형은 매년 2cm 씩 갈라진 폭이 점점 더 벌어지고있다고한다. 주상절리는 봤어도 판대륙은 머리털나고 처음이었다. 지구덕후인나는 몸에서 엔돌핀이 무진장 솟아났다.


'연희동 싸커킥'만 아니었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의 지구과학 선생님 별명이 '연희동 싸커킥'이었다. 선생님이 사는 지역이 연희동이었고, 수업을 하다 빡이 치면 그 학생을 불러 이성을 잃고 발로 차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러던 어느날었다. 수업은 평소 진행됐고, 조금 씨끄러웠겠지. "너 나와!"  물론 나는 아니었다. 내 뒤에 있던 남자 아이가 불려 나갔다. '연희동 싸커킥'이 웃으며 아이를 발로 걷어찬다. 그 모습이 그렇게 충격적일 수가 없었다. 지구과학은 가장 좋아하던 과목이었지만,  '연희동 싸커킥'의 모습을 보고 나는 문과를 택했다. 가장 좋아하던 과목이 가장 싫어졌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에서 다시 그때 그 선생님을 원망했다. 아니 한국 교육환경을 원망했다.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 재밌는 걸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 지도 모르게, 싫어하게 만들다니. 그래도 이제는 선생님도 수업을 '통제'해야 해서 그래야 됐다는 걸 이해는 한다. 하지만, 내 자녀도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다면..? 싫다. 절대 싫다. '연희동 싸커킥'은 그대로인지, 아직도 그러고 있는지 궁금하다.


보이는가!!! 판대륙과 판대륙 사이에 길이 있다.


어느 쪽이 북아메리카 대륙판이고 어느 쪽이 유라시아 대륙판 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판대륙 사이에 '있었다'. 산책로 끝까지 가는 내내 '내가 판대륙 사이에 있다니, 내가 판대륙 사이에!!!' 하고 되뇌었다. 일본 바다 밑 어딘가에는 수렴하는 판대륙이 있다고 배웠다. 그곳에서 판대륙이 소멸한다고. 나는 웜홀을 떠올렸다. 멘틀은 그렇게 지각을 바꿨을 거다. 지각이 수렴될 때 주변에 있던 심해어가 근처에 있으면 그 심해어도 멘틀에 빨려드러가는걸까? 거기서 느끼는 중력은 얼마나 될까? 지각에 붙어있던 말미잘들?은 그곳이 웜홀이라면, 아이슬란드는 화이트홀인 걸까? 판대륙 활동이 빠르게 일어나면 아이슬란드는 두개로 쪼개어 지는걸까 ?_? 혼자 떠올린 수많은 궁금증과 함께 계속 걷다 보면,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아름다운 호수가 나온다. 호수를 지나면, 작은 집과 교회,사람이 살던 흔적들을 볼 수 있다.

아이슬란드인에게 싱벨리어는 판대륙 말고, 민족적인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아이슬란드 전체를 상징하는 야외 의회인 알싱(Althing)이 있기 때문. 아이슬란드 민주정치의 발원지이다.  알싱은 930년~1798년까지 계속해서 개최된 장소다. 매년 2주 남짓 동안 열리는 의회에서는 자유인 사이의 계약인 법을검토하고 분쟁을 해결했다고 한다. 지금 의회를 개최하던 곳에서는 사람이 더이상 살지 않고, 아이슬란드 국회의원의 별장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역시 세계어디나 몫 좋은 곳은 언제나 나랏님들이....)

알싱(Althing), 현재는 아이슬란드의 정치인 개인 별장으로 쓰이고 있다.


광활하고 광활하다.


이곳은 아이슬란드. 내게는 유네스코로 지정된 아이슬란드의 알싱(Althing)보다, 솔직히 거대한 대자연이 훨씬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엽서로, 책으로, 그렇게 수천번 머리로 공부하고 공부했던 판대륙인데도 입이 떡-벌어졌다. 광활하고, 웅장하고, 거대하다. 아이슬란드의 첫 느낌은 그랬다.



정미언니가 찍은 필카사진들-


멀리서 본 판대륙,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서로 맞물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와 중에 아이슬란드 들꽃은 참 예쁘다.
예전 아이슬란드 초기 정착민들이 농사를 일궜다는 평야
판대륙, 다시 봐도 경이롭다.
알싱과 산, 뒷산의 밝은 부분은 해를 받은 부분, 그렇지 못한 부분은 어둡다.
교회 뒷모습. 이런 교회의 뒷부분은 꼭 사람의 엉덩이같다.


우리가 마주한 첫 폭포.


싱벨리에서에서 만난 첫 폭포. 이땐 이 폭포를 보고도 한동안 감탄했더랬지. 싱벨리어를 먼저가서 이 폭포를 감상한 건 정말, 잘 한 일이다. 바로 몇 시간 뒤에 굴포스를 만났으니.....




 화산활동의 방증, 간헐천 '게이시르(Geysir)'


어디선가 꼬릿꼬릿 유황냄새가 코를 찌르면, 그건 바로 게이시르가 주변에 있다는 얘기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지리 시간에 배웠던 '게이시르'.  1294년의 화산 분화 때 생겼고, 1913~1914년의 헤클라 화산의 분화 이후로 활동이 정지되었다고 한다. 



게이시르에서 솟아 나온 온도는 약 80도에서 100도 정도로, 아주 뜨겁다. 생긴 건 일반 냇가 같은데 '게이시르'라는 걸 간과했다가는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아이슬란드는 이 게이시르가 있는 지역의 열을 이용해 지열 발전을 돌리기도 한다. 아이슬란드는 이밖에 풍력, 조력 등 자연으로부터 다양하게 전기를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아이슬란드는 물가 대비 전기료가 매우 저렴한 편이다. 


아이슬란드인들은 이 열을 활용해, 빵을 굽기도한다. 게이시르는 화산활동이 정지한 상태라서 뜨겁긴 하지만 접근하는 방법만 익히면 나름 안전하다고 한다. KBS 이욱정 pd의 <요리인류>와 각종 다큐멘터리에 나온 유명한 방식! 하지만, 지열빵은 게이시르 근처에서 구할 수 없었다. 대신 인근 마트나, 슈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맛은 오렌지껍질과 통호밀을 잔뜩 갈아서 넣은 꾸덕한 빵맛이다.


아이슬란드에만 있는 지열빵, 내사랑 스위스미스!


게이시르가 솟아오르기를 기다리는 관광객

유명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골든 서클의 게이시르가 특히 유명한 이유는, '간헐적인 시간'으로 지하수가 '솟아오른다'는 것이다. 한 번 솟아오르면 적어도 6M에서 높으면 12M까지 솟아오른다고 한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많은 여행자들의 후기에 따르면, 어떤 이는 가자마자 영접하였고, 어떤 이는 3시간 기다려도 끝내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관광객들이 꽤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엄청..


하지만, 엄청 걱정하면, 해결된다!


터졌다!

사진으로 보던 것 보다 훨씬 크게 터졌다! 걱정하면 해결된다는 나의 이상한 신조는 여기서도 통했다. 적어도 15M는 족히 넘어 보였다. 크게 터진 만큼 물세례도 맞았다. 천연 온천이라서 피부에 좋을 줄 알았는데, 웬걸? 이거 유황 순도 100%라서 피부 트러블이 났다. 냄새도, 찜질방에서 훈제 달걀 많이 먹고 소리 없이 뀐 방귀 냄새다. 바로 그 냄새! 으익!!!


다시 봐도 환상적이다.

평야에 있는 게이시르, 주변에 하얗게 낀 건 유황이었다. 나는 유황훈제오리도 좋아하고 훈제달걀도 좋아해서 사실 이곳에서 나는 냄새가 역겹지 않고 맛있게 느겨졌다. 유황 냄새를 많이 못 견뎌서 힘들다고 했는데, 나는 잘 견딜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진짜 활화산에서 T.O.P 유황 액기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게이시르 앞 카페
게이시르 몰(mall)정도일까??

게이시르 앞에는 아주 현대적인 건물이 있다. 아이슬란드는 건축물, 예술이 상당한 수준인데, 이 건물에는 뮤지엄, 쇼핑센터, 관광품샵, 카페테리아까지 있었다. 아, 주유소도 있다. 이곳에서 웬만한 모든 걸 해결해야했기에 우리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기루!


홍대 상수동의 아지트 아이슬란드 사장님이 그랬다. 아이슬란드 커피가 맛있다고. 그래서 나는 완전 기대하고 시켰지! 그런데 일리가 나왔다!! 세상에 이런 일리!

...........ㅋ..


커피가격은 한국과 비슷, 한 잔당 4천원 정도!
매드맥스 차량이라고 불렀던 레저용 차량들

주차장에 가보니 매드맥스에서나 봤을 법한 무시한 오프로드 전용 차들이 즐비해있었다. 사실 여행 기간 동안 길에서 흔히 봤던 그냥 레저용 렌트카였다. 투싼의 '오프로드 기능'으로 SUV의 진정한 오프로드 승차감에 눈떴는데, 이런 차는 어떨지 참 궁금했다. 화진선배가 인랜드 투어에서 이거보다 큰 차를 탔는데 자갈길 오프로드가 그냥 일반 길인줄 알았다고 했다. 다음에 아이슬란드를 갈 땐, 꼭 이런 차량으로 렌트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이런 차량은 야간 운전때 유용하다. (우리는 야간운전 때 죽을 뻔 했어 으허엉엉ㅇㅇ..ㅠㅠ)


왠지 제주 이니스프리하우스가 생각나는 인테리어




 대협곡은 이런 것이다, 굴포스(Gullfoss)


화진선배는 굴포스가 가장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수없이 아이슬란드 정보를 서칭했을 그녀가 그렇게 말한 굴포스. 나 또한 굴포스가 꽤 충격적이었다. 충격적이라는 단어는 참 평소에 쓰지 않는 단어인데, 아이슬란드 와서는 진짜 매일 30번 이상은 말했던 것 같다. 


주차장에서 굴포스 가는 길. 이런 평야 사이에 굴포스가 있다.


굴포스 가는 길은 평야사이에 있다.

 평야를 걷다 보면 갑자기 갈라진 협곡이 나오고, 그게 굴포스다. 


드넓은 흐비타강이 남쪽으로 흐르다가 갑자기 왼쪽으로 꺾어진 후 몇 km 지나 폭포를 형성한다. 폭포는 처음에 폭넓게 굽어지면서 3단의 계단형으로 쏟아져 내리다가 갑자기 좁게 갈라진 32m 깊이의 협곡으로 직하한다. 직하할 때는 높이 11m와 21m의 2단으로 나누어진다. 평균유수량은 여름에는 초당 140m³이고 홍수가 났을 때 최대 2000m³까지 측정되었다고 한다. 

무지개 끝에 위치한 사람들로 굴포스의 크기를 가늠해보자.

압도당했다, 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거구나. 정말 컸다. 정말 큰데, 폭포가 바닥으로 떨어지니 이상했다. 어렸을 때부터 만나온 폭포들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형태였다. 정방폭포가 그랬고 천지연폭포가 그랬다. 그런데 굴포스는 내가 있는 곳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폭포의 끝이 어딘지 쫄보의 간으로는, 감히 볼 수 없다.


굴포스의 첫번째 낙하지점


협곡은 너비가 20m 정도이며 2.5km까지 이어지는데, 협곡 벽이 강 표면과 정확히 직각을 이룰 정도로 가파르다. 폭포 이름은 ‘금빛 폭포’라는 뜻이다. 20세기 중반에 외국 투자자들이 임대하여 수력발전에 이용하려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지금은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협곡의 끝에서!


쏴아아 쏴아아 푹푹푹!


진짜, 내가 여행을 왔구나. 굴포스의 시원한 낙하소리와 아이슬란드 협곡을 통하는 바람을 느끼며 나는 비로소 일탈을 느꼈다. 사실, 사업을 시작하고 얼마 안된 터라 정말 많이 걱정이 됐었다. 불안함에 몸은 한국을 떠났지만 정신은 출근 중이었다. 굴포스에 도착하기 전까지 낙연이(동업자)의 메일을 확인하고, 걱정했다. "어서 노슈"라는 동업자의 말에도 계속 미안해했다. 차라리 직장인이었으면 나았을 것을. 


그래도 굴포스 앞에서는 잠시 다 내려놨다! 주변에 폭포가 흐르는 것 만으로 비가 내리는 양의 물안개가 일어났다. 그만큼 방대한 양이다. 그래서 핸드폰을 켤 수 없었다. 꺄흥! 일단 즐겨!


일단 뛰어!




굴포스를 보고 돌아오는 길, 평야 가운데 덩그러니 벤치가 있다. 여기 벤치가 왜 있는거지? 굴포스 근처도 아닌데- '목적'이 없잖아. 라고 생각하다 그냥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뭐 만든 사람이 다 생각이 있으니까 여기다 놨겠지- 여기서 누워서 책이나 읽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야했다. 다음 일정을 위해서. 한국인들은 여기서도 미래에 쫓겼다.

굴포스 주차장.

압도적이고 광활했던 아이슬란드의 서막. 영화에서 나 보던 쾅! 쾅! 쾅! 꾸오오오오오!! 이런 음악이 마음속에서 SOUND DX로 써라운딩 지원되었던 하루. 자연은 언제나 옳다. 숭고한 자연 앞에 작은 상념따위는 그냥 물보라처럼 없어지는 거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 첫 장은 넘겨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