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은지 Jan 16. 2016

아이슬란드 원정대- 예쁜 시골 마을과 폭포의 날

아이슬란드 '폭포충' 입문기

아이슬란드는 '무조건' 여름에 가야한다. 아이슬란드를 갔다온 여행자가, 여행을 가려는 자에게 감히, 추천하건대 여름에 가야한다.  <꽃보다 청춘>을 보면서 가장 여실히 느끼는 부분이다. 아이슬란드는 겨울에, 5시면 해가 진다. 반면, 여름에는 10시~11시에 진다. 여행자에겐 시간이 금이다. 아이슬란드는 무조건 여름에 가야한다.

vik 근처의 작은 마을. 횡단보도가 무지개.

저녁이 지나고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셀리야드스포스(Seljalandsfoss)를 들렀다가 올 작정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배가 고팠다. 아이슬란드의 모든 숙소를 '에어비엔비(air b&b)'로  예약을 했다. 

그건 정말, 참, 매우, 잘한 일이었다.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 구석구석, 얕게나마 아이슬란드인들의 감성을 깊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심 저격, 아이슬란드의 작은 마을


아이슬란드의 흔한 마을의 장식. 에어비엔비의 묘미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우와' 했다. 
스머프가 우릴 반겼다.

스머프가 우릴 반겼다. 할로윈도, 스머프 축제기간도 아닌데 마을 전체가 이렇다. 피곤하고 배고픈 마음도 뒤로한 채, 우리는 마을을 둘러봤다. 몇몇 주민은 마을에 '에이시안(Asian)'이 오니 신기한지, 산책시키던 개를 멈추고 우릴 구경하기도 했다.  


심시티(Sim City) 게임 속 마을같았다.


갑툭튀로 고백하건대, 나는 심시티 매니아다. 심시티에 '현질'로 쏟아 부은 돈만 월에 20만원은 족히 넘을 게다. 내가 직접 설계한 마을을 보며, 내가 세운 공장, 극장에 출근하는 '심시티 시민'들을 보며 '늬들은 나같은 시장 만나서 좋겠다~~~'하고 대리만족하는 거. 그 기분 때문에, 그 마을 속에서 내가 살고 싶기 때문에, 돈을 때려박는 거다.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ㅠㅠ 이 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심시티 마을에 들어온 거 같았다. 게임 초반의 그 여유로운 서민 마을. 대체 이렇게 예쁘게 마을을 꾸미고 사는 여유로운 삶은 어떤걸까, 하고 이 마을 속 사람들의 삶을 상상했다. 내 아이패드 속 '뱅시티' 시민들도 이렇게 살고 있진 않을까, 하며.

들어오자마자 소파를 침대로 바꾸고,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북유럽의 이국적이면서도 고급진 인테리어 센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북유럽의 핵심은 조명, 소품, 그림인 듯. 

마트에서 장을 본 메뉴들로 우리가 요리한 저녁상.
아이슬란드 연어. 싸진 않다. 우리나라 연어와 비슷한 수준. 물가가 워낙 비싸서 이게 싸다고 해야할 수준이려나..
아이슬란드의 시그니쳐 보드카 '레이캬(Reyka)'. 스미노프보다 목넘김이 칼칼하다

저녁 9시, 여자 넷이 설거지 하고 이래이래 저래저래 떠들고 노닥거리니 밤 11시가 되어 보드카를 마시며 잠에 들었다. 우리들의 대장, 화진선배가 새벽6시 일어나야된다고 브리핑했다. 아직 시차적응도 안되고, 몸이 너무 피곤했기에, 힘들었지만, 굴포스에 매료된 우리는 '아이슬란드의 또다른 폭포'를 봐야했다. 


기다려라, 폭포들아
우리가 곧 간다.


김정미(30세)가 '생에 첫 드라이빙'을 위해 머리를 야무지게 묶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아이슬란드의 1번 국도

아이슬란드의 도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꼭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눈이 닿는 곳 마다 화보인데, 길이라고 안그럴까. 정미언니는 그 아이슬란드 도로에서 '생에 첫 운전'을 하겠다며 여행 전에 야심차게 운전면허를 땄다. 운전기사 역할을 맡았던 나로서도, 아이슬란드에는 차도 없는 초보자에게 최적화된 '쉽고, 한적한' 도로라고 판단했기에. 정미언니에게 숙소에서  셀리야드스포스(Seljalandsfoss)로 가는 운전대를 넘겼다.


정말 꿈에도 몰랐다.
언니가 코너에서 역주행을 할 지.

언니, 눈 떠!

정미언니는 조심성이 많다. 게다가 생에 첫 운전, 그래서 엄청 긴장했다. 40km로 거의 기어 가길래 용기를 북돋아줬다. 첫 운전은 원래 그런 거니까. 여긴 차도 없으니까! 언니의 긴장이 풀리고, 코너링을 하는데, "??????????????" 가장 위험하다는 코너링 역주행!!!!!!!!!! 폭포 근처라 차가 많이 온다!!!!!!!


끄야아아아아악
꺄아아가날아악
앙대애애애애애 ㅠㅠㅠ



"??????????????" 가장 위험하다는 코너링 역주행!!!!!!!!!! 폭포 근처라 차가 다가 온다!!!! 다행히(?) 우리가 소리를 겁니스트 질러서, 정미언니가 뭔가 잘못됐다는 걸 빨리 알았다. 근데 정리둥절. 언니는 몰랐다. 역주행했는지. 정말, 다행히도 폭포가 나왔고 주차장이 나왔다. 심장이 쫄깃. 정신이 번쩍. 우린 울었고, 정미언니는 웃었다.

셀리야드스포스(Seljalandsfoss)
폭포 안에 들어와 폭포를 느낄 수 있는 셀리야드스포스(Seljalandsfoss)
폭포 뒤를 걸을 수 있는, 셀리야드스포스


폭포는 앞에서 보고, 물살을 느끼고, 셀카를 찍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셀리야드스포스는 폭포의 뒷면을 걸을 수 있어 유명하다. 셀리야드스포스에서 두가지의 감정이 들었는데, 첫번째는 대한민국 아웃도어 제품들의 최고의 방수 퀄리티이며, 두번째는 내가 너무 사진을 못 찍는다는 거다. 정말 개멋있는데, 안 담긴다.


고퀄 사진은 위키피디아에서 퍼왔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와있는 셀리야드스포스 폭포 뒷면 (윗 사진과 동일한 구도다)
위키피디아에 올라와있는 셀리야드스포스 폭포 정면





셀리야드스포스(Seljalandsfoss)에서 내려오는 냇물
폭포물이 모여 이렇게 주차장까지 내려온다.
소녀감성 문영언니는 사진을 찍고, 우린 폭포물을 받았다.

아이슬란드의 모든 물은, '빙하'에서 온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물. 이 폭포 물또한 빙하수. 들판에 핀 쑥을 캐는 아줌마들처럼, 화진선배와 나는 폭포물이 보이면 무조건 담아갔다. 물맛은 어떠냐고? 내 잇몸과 치아에 붙어있는 치석을 정화시키는 깨끗한 물맛이다. 정말, 청량하고 청량하다. 하나도 안보태고, 이런 물만 마시면 피부가 정말 좋아지겠다- 싶은 그런 맛.

화진선배가 가져온 '이화사랑' 물병. 이화사랑 물병 덕분에 폭포물, 빙하물, 각종 물맛 많이 봤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일정으로 고고씽
화산의 흔적을 찾으러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그때 그 장소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그때 기억이 났다. 네이버에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차지하던 그때. 당시 대학생이던 나는 '어떡해.. 아이슬란드 무서운 나라구나..저런 나라를 도대체 왜 가는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근데 거길 갔다.

2015년, 같은 장소의 그 마을

활화산의 연기가 뿜어져나오는 사진 속과 달리, 산은 고요했다. 집과 마을도 그대로였다. 단 한 집만 빼고.

누군가 살던 집은 용암에 뒤덮혀 그대로 돌이 되었다.

마을은 고요했지만, 단 한 집 만이 그날의 공포를 여실히 보여줬다. 누군가에겐 따뜻한 집이였을, 한 가구가 그대로 용암에 '먹혀버렸다'. 저 집의 가족들은 폼페이의 시민들처럼 그대로 돌이되었을까, 하고 상상했지만, 다행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다고 한다.  


2010년 화산을 기념하는 아이슬란드 우표

2010년 화산을 기념하기 위해 아이슬란드 정부는 '화산 기념 우표'를 제작했다. 아이슬란드 공무원들은 마케팅의 달인이 아닐까. 

아이슬란드의 '그냥 아무것도 아닌' 도로

스코가포스로 가는 길, 아이슬란드의 그냥 지도에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도로에 또, 감동 받아버렸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황홀했다. 스코가포스! 어여 가자!!! 


스코가포스. 물줄기가 너무 세서 온통 물보라다.
LG 에어컨 휘센의 광고 촬영지, 스코가포스


스코가포스는 앞선 폭포와 사뭇 달랐다.  온통 이끼로 뒤덮인 산에서 겁나 거대하게 수직적으로 폭포가 떨어지는데, 장관이다. 대홍기획 아트디렉터인 정미언니가, 스코가포스는 LG 에어컨 휘센의 광고촬영지라고 했다. 실제로 폭포를 보는 도중에도 어느나라의 어느 제품인지는 모르겠지만, CF 촬영팀으로 보이는 팀이, 영상을 따갔다. 애플광고에도 나왔다고는 하는데 어떤 광고인지는 모르겠어서 패스.


멀리서 본 스코가포스. 온통 이끼산이다.
이끼산을 오를 수 있게 계단이 마련되어있다. 
제주도 '오름'에 오르는 기분

스코가포스는 계단 옆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계단이 마련되어있다. 올라가는 길은 제주도의 '오름' 같은데, 사실 올라갈까 말까 귀찮아서 고민 많이 했다. 여행자의 본능은 안다. 계단을 올라가면 밑에서 보이지 않는 또다른 세상이 보인다는 걸. 그래서 올라갔다. 에라이!

계단 위에서 보이는 전경. 여기서도 사람들이 심시티 시민같이 보인다.
예이츠의 '이니스프리 섬'은 이런 곳일까


꿀벌이 윙윙 거리고, 평화는 천천히 물방울 같이 떨어지는 곳. 예이츠의 이니스프리섬은 이런 곳일까. 아름다웠다. 이런 풍경은 여름에만 허용된다. 겨울의 스코가포스는 <꽃보다 청춘>을 보시길. 

아이슬란드의 들꽃
오로라의 향연이 펼쳐진 스코가포스를 보고싶었다.
아이슬란드 스코가포스, 360도 파노라마 촬영 © Vincent Brady

위 사진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가 주관하는 '올해의 천문사진 콘테스트'에서 수상한 스코가포스의 파노라마 촬영. 여행 가기 전에 이 사진을 담아놨었는데 실제로 보니 벅찼다. 스코가포스의 밤은, 이렇게 장엄하다. 이 황홀한 밤을 보기 위해 주차장 근처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 시간적 여유가 많은 분들이라면 이곳에서의 오로라를 꼭 '느끼길' 바란다. (다음엔 나도 꼭 느낄 예정!)


아이슬란드에는 폭포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폭포 지도 중, '굴포스-셀랴란스폭포-스코가포스' 3개의 퀘스트를 달성한 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포는 천지연폭포라고 배웠던 나는, 이날, 스타워즈의 루크가 '포스'를 깨달은 것처럼 폭포(foss)의 새로운 '포스'를 느꼈다. 


원래 이날은, 스코가포스를 갔다가 > 빙하를 가는 일정인데,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일단 여기까지. 빙하는 내일써야지. 눈누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슬란드 원정대-대장정의 시작, 골든써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