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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성 Jan 26. 2023

하기 전에 두근거리는 일보다는

하고 나서 기분 좋아지는 일

네 시 경에 잠들 때까지는 눈이 오지 않았는데, 8시 경에 일어났을 때는 올 겨울 들어 가장 큰 눈이 오고 있었다. 용산에서 대치동까지 가야하는 아침이었다. 세 가지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택시를 불렀지만 오지 않아서 결국 차를 타고 나갔다. 내 차에는 미끄럽기 그지 없는 사계절 타이어가 끼워져 있다. 게다가 미니. 서스펜션이 짧아서 조금 더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미니 컨버터블. 


하지만 길이 나쁘지 않았다. 차고에서 골목까지의 가파른 내리막은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대로도 마찬가지였다. 강남은 도로에 열선이 깔려있는 것 같았다. 쌓인 눈의 흔적도 없었다. 부슬비가 내렸을 때의 도로와 비슷한 느낌? 도로는 깔끔하고 교통량은 적어으니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페이스로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제 늦은 밤에 잠들었던 건 영상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우리 빔피디가 코로나에 걸렸고, 오늘은 조금 나아졌지만 아내와 딸까지 확진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오늘 올라갈 영상을 차주 월요일이나 화요일로 미뤄두고 내가 만지작 거리던 영상을 급하게 편집해 올린 것이었다. 망할게 분명한 영상이었다. 잔인하고 가차없는 유튜브 알고리즘의 세상. 


https://youtu.be/5IDQ2Lb_IIk

썸네일을 이렇게 만들었으니 잘 될리 없지 않은가!


오늘 영상은 몇 개월 전부터 쓰고 있던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리뷰였다. JBL 투어 프로 플러스라는 이름을 가진, 브랜드 라인업 중에서는 썩 상위 기종에 속한다. 원래는 24만9천원이었는데 지금은 12만9천원에 파는 중. 아주 괜찮은 가격이다. 소리와 퀄리티를 생각하면 훌륭한 가격. 그 얘기를 하고 싶어지만 이어폰이 유명한 것도 아니고 브랜드가 힙한 것도 아니어서. 내가 유명한 것도 아니고 사진 오른쪽에 있는 키스 플린트랑 제임스 헷필드가 대중적인 사람도 아니라서. 왼쪽 뉴진스는 그나마 흐릿한 사진을 쓰는 바람에. 총체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 썸네일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영상은 재미있습니다. 여러분. 보신 분들은 이어폰 사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제공하거나, 고객의 문제를 파악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사업이라고들 한다.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니까 그 두 가지를 해낼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충분히. 


하지만 어쩐지 10년 이상 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내가 익숙해진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러니까 정서적으로 납득할 만하게 풀어내는 과정 같았다. 스트레이트를 써야 하는데 에세이를 쓰는 기분이랄까. 요즘 40대 남자가 쓰는 에세이를 읽어주는 독자가 있을까. 차라리 드라이하게, 최대한 납작하게 장단점을 분석하는 식으로 가야할까. 이런 고민을 백날 하나가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대로 최대한 솔직하게 하는 중이다. 


(그러니 여러분 부디 와서 영상 한 번씩 봐주세요)


내일은 현대가 새롭게 출시한 콤팩트 SUV 코나를 시승하러 간다. 너무 맘에 들어버리면 어쩌지 걱정하고 있다. 요즘 현대자동차가 아주 잘하고 있고, 지금까지 경험했던 자동차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랭크하는 차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아이오닉 6가 가장 좋았다. 제네시스 GV70도 아른아른한다. 둘 다 참 잘 만든 차. (링크 두 개를 다 거는 건 좀 염치가 없으니까 아이오닉 6만 걸어둘게요. 혹시 자동차 좋아하는 분 계시면 더파크 고고)


https://www.youtube.com/watch?v=NdbxMb2PAJo

일기 쓴지 이틀만에 일 얘기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다니


점심에는 샌드위치와 비빔면을 먹었는데 저녁으로 햄버거와 닭다리 하나를 먹었다. 오늘 너무 간편식 + 인스턴트로 달렸으니 내일은 좀 건강하게 먹어야지. 김창옥 선생님이었나, 어떤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하기 전에 기분 좋은 일을 하지 말고 하고 나서 기분이 좋아하지는 일을 하라고. 라면을 먹기 전에는 두근두근 하지만 먹고 나면 더부룩 하고, 릴즈 숏츠를 열기 전에는 격하게 몰입하지만 어느새 30분을 날리고 나면 찝찝해지는 기분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대신 책을 읽고 나면 단 10분이었는데도 마음이 가라앉고 머리속이 가지런해진다. 수련을 하고 나면 하루를 아름답게 시작하거나 마무리할 수 있다. 샤워를 하는 순간에는 샘솟는 아이디어와 마주할 수 있다. 하고 나서 좋아지는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알아챌 필요가 있겠다. 역시 수련이야. 오늘은 자유로운 빈야사 플로우를 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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