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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uchi Nov 24. 2023

'서울의 봄', 다시 영화관 갈 이유!

황정민과 정우성의 연기, 김성수감독의 연출 모두 압권...강추 영화.

"왜 진작 나오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부터 드는 영화였다.

동시에, 작금의 우리 현실을 강하게 질타하는 힘도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영화 '도가니' 사례처럼 사회적 각성효과도 기대해본다.
그래서 홍보성 목적을 가미해 메모해 본다.


영화 '서울의 봄'.

11월 22일 수요일의 늦은 밤,

마지막 회차였지만 개봉 첫날에 볼 수 있었습니다.


무척 힘든 관람이었네요. 줄곧 몸에 힘이 들어가더군요. 

비극의 결말을 알면서도, 안타깝게 부정하며 보게 되는...

영화관을 나선 자정무렵엔 눈물을 제법 흘렸습니다.
당연 불행한 결말 탓이겠죠.
그런데 한편으론 이런 영화를 지금이라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고 고맙더군요. 

'오랜만에 다시 영화관 갈 이유'를 만들어 준 영화라고 생각듭니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네요. 


하루 지나, 영화에 대한 개인적 단상과 함께 궁금했던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아 간추려 봤습니다.


1. 하마터면 '전두광'의 영화가 될 뻔 했다.

황정민이 또 한번 '황정민했다'. 특유의 '껄렁한' 어투와 제스처가 기존 여타 캐릭터와 겹치는 비슷함이 살짝 있긴 하지만, 워낙에 압도적인 연기력이 그런 생각을 단박에 밀쳐내 버립니다. 그냥 영화 속엔 온통 '전두광'만이 활개치고 다닐 뿐이죠. 오싹하더군요. 

(전두환을 전두광으로 표현하는 등 출연 인물들을 비슷한 가상의 이름으로 대체한 것은 기존에 실존인물들이 명예훼손 및 상영 가처분 신청 등으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이 잡음이 컸던 때문이라 하네요) 


MBC의 드라마 '제5공화국'(2005년 방영)에서는 '이덕화'가 전두환 역할을 맡았는데, 연기실력이 좋다보니 그런지 '미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황정민의 '전두광' 연기는 '징글징글함'의 극치를 달립니다. 그러다보니 자칫 그의 연기력만 돋보여 영화가 기우뚱하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네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영화의 모든 요소들이 조밀조밀 잘 짜여져 있어 보였고, 대결 서사의 팽팽한 긴장감이 더 크게 다가와서 좋았습니다.  

'서울의 봄' 예고편에서 캡처한 장면

매번 4시간씩 '대머리 전두광'으로 분장이 이뤄졌다는데, 그 공도 커보입니다. 철모를 쓰는 장면에선 굳이 대머리분장을 안해도 되는데 그런 날도 분장을 고집했다고 하네요.


2. 정우성이 대결구도를 단단히 받쳐냈다.

"야, 이 뇌가 써어빠져 문드러진 인간아. 니들이 나라 걱정을 해서 군사반란질을 하고 처자빠졌어? 니들 거기서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 내가 탱크 몰고 밀고 들어가서 니들 대가리를 뭉개버릴 테니까!!"

'이태신' 장군(실제 인물은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의 대사가 '그나마' 유일하게 속을 달래준 대목입니다. MBC '제5공화국'에서도 그랬죠. 장태완을 연기한 성우 출신의 배우 김기현이 "야, 이 반란군 놈의 새끼야!"로 시작해서 위의 멘트를 쩌렁쩌렁하게 날리면서 '장포스'란 별명과 밈도 생겨나는 등 인기를 얻은 바 있습니다. 

실존인물 장태완을 연기한 '서울의 봄' 정우성과 '제5공화국'의 김기현

정우성은 계속(어떤 의미에선 아직도) '성장하는' 배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비트'에서 처음 만났는데(실제로 만나 인터뷰를 하고 기사도 썼답니다. 이 에피소드는 말미에 덧붙임) 이번의 '이태신' 역할 연기는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비트'때 느꼈던 '맞춤'의 느낌, 즉 역할에 잘 녹아든 느낌이 다시금 들더군요. 정우성은 '비트' 이후 김성수감독과 '태양은 없다'와 '무사', '아수라' 등을 거쳐 5번째 함께 하는 작품이라고 하네요.

김성수감독은 61년생이니 환갑이 지났는데도 왕성하게 활동중인 셈입니다. 이번에도 매우 긴박감 있게 연출로 2시간 20분이 넘는 시간(141분)이 순식간에 지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네요.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영화 속 계절은 '겨울'인데 왜 '서울의 봄'으로 붙였을까?

원래 '서울의 봄'은 유신 군사독재가 막을 내리고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던 시기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는 박정희대통령이 총에 맞아 숨진 1979년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붕괴한 뒤 1980년 5월 17일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에 의해 비상계엄 전국 확대 조치가 이뤄지기 전까지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기간을 뜻한다. '서울의 봄'은 신군부가 투입한 계엄군에 의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229명의 사망 및 실종자와 3천여 명의 부상자를 남긴 채 무력 진압되면서 종결됐다.   


'프라하의 봄'에 비유해 지어진 명칭이다. '프라하의 봄'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8년 소비에트 연방의 간섭하에 있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개혁을 시도하다 소비에트연방과 바르샤바조약 회원국의 침공으로 막을 내린 시절, 즉 민주화시기를 뜻한다. 


4. 몇가지 가십


1) 제작비

총 230억원 정도가 들었다고 하네요. 손익분기점은 460만명이라고 합니다. 개봉 첫날(22일) 20만3천여명이 관람했고 2일차인 23일엔 17만8천여명이 봤다고 하네요. 밀수(개봉일 31만8천여명), 콘크리트 유토피아(개봉일 23만여명) 등과 비교할 때 적긴 한데 그래도 2일차에 큰 낙폭은 아니어서 긍정적이라 하네요. 아무래도 11월이 비수기로 분류되다보니 활기가 덜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요즘 개봉작 가운데 '프레디의 피자가게'가 우세한 정도로 경쟁작은 별로 없는 상태다 보니, 쉽게 1위로 올라선 듯 합니다) 앞으로  입소문과 함께 관객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update. 역시나, 3일차엔 27만명대로 늘어났고 4일차인 토요일엔 누적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고 59만명이 봤다네요. 12월12일쯤엔 제법 괜찮은 성적을 기록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2) 까메오(Cameo) - 특별출연(우정출연)

장만식(특전사령관 공수혁), 정해인(특전사 오진호 소령), 이준혁(참모총장 경호원)

워낙에 중량감 있는 배우가 매우 많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잠깐 출연하면서도 진한 인상을 남기는 까메오들이 돋보입니다. 대표적으로 정만식과 정해인, 이준혁이 나옵니다. 정만식은 특전사령관 공수혁 역을 맡았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초연하게 명예를 지키는 카리스마 있는 군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해인은 특전사령관의 곁을 끝까지 지키는 오진호 소령으로 출연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에 나온 정해인의 연기를 보고 감동받은 김성수 감독이 한준희 감독에게 도움을 청했고 정해인이 흔쾌히 받아줘 성사됐다네요. 두 사람은 영화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열연을 펼치며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요즘 인기 상승세인 이준혁 또한 참모총장의 경호장교로 등장해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입니다.


3) 왜 11월 22일에 개봉했을까. 

영화는 이른바 '12.12' 군사반란 사건을 다뤘습니다. 군부내 하나회 세력이 반란을 일으킨 1979년 12월 12일 9시간의 이야기죠. 당연 12월 12일 개봉을 먼저 고려했을 듯 싶고, 또 하나의 고려가능한 날은 전두환이 사망한 11월 23일도 후보였을 듯 생각됩니다. 

찾아보니, 촬영은 2022년에(2월~7월) 이미 마쳤다고 하네요. 후반작업이 많이 길어진 탓인지 모르지만 개봉과의 시차가 꽤 있어보입니다. 아마 준비는 된 상황에서 12월 보다는 빠르게 하고 싶어 11월로, 그리고 굳이 23일에 맞추기보다는 12.12와 유사하게 1과 2가 두번씩 들어간 11.22일을 택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저 혼자 생각입니다. 


4) '비트'를 다시 호출한 김성수감독과 정우성

두 사람의 인연은 제법 질겨 보입니다. '비트'가 1997년 5월에 개봉했는데요. 그때 인사 나눈 기억이 납니다. 당시에 문화부 기자이고 영화 담당도 겸하고 있어서 시사회를 갔었답니다. 충무로 '길' 시사실에서 영화를 본 후, 근처 2층의 찻집(카페 아니고 찻집)에서 감독과 정우성과 임창정을 간단히 인터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사회장에선 임창정의 연기가 워낙 강렬해서 찻집에서도 그에게 좀 더 질문을 많이 했던 생각도 납니다. 물론, 기사는 정우성 인터뷰로 나갔습니다. 당일 인사 외에 신문사에서 정우성과 별도로 한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었는데요. 

1997년 5월 9일자 인터뷰 기사 사진.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1층 유리창앞에서 촬영해 그림자도 같이 나왔고 그걸 살려 넣은 듯 합니다    


그때 나눈 얘기 중에 2가지가 기억이 납니다. 하나는 '시간 여유가 많을 때 뭘 하고 싶은가'라고 물었는데 궁리만 하고 바로 답이 없어서 '어떤 시간이 가장 행복한가'라고 물었는데요. "나른한 의자에 비스듬하게 앉아 쉬는 장면요. 나른한 남방과 나른한 반바지를 입고요"라며 '나른함'을 강조한 답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또 하나는 "감독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시나리오 구상도 한다고도 덧붙였던 듯 합니다. 그로부터 25년쯤 지난 올해 '보호자'로 실제 장편 영화 감독 데뷔를 했네요.(이 작품 촬영은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이었고, 23년에 개봉했는데 흥행성적은 10만명대에 그쳐 그리 좋지 않았네요) 



'서울의 봄' 예고편.


OST '전선을 간다(Voice Vers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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