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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편K Mar 04. 2018

로건 럭키,  심슨이 생각나는 하이스트 필름

영화를 보고 나면 떠오르는 한마디 ".... 응?" 

영화 로건 럭키는 하이스트 필름(Heist film) 또는 케이퍼 무비(Caper movie) 장르(이하 하이스트 필름)이다. 하이스트 필름은 무언가를 강탈 또는 절도하는 행위를 상세히 보여주는 영화 장르를 뜻하며,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전작들인 오션스 시리즈나 나우 유 씨 미, 한국 영화로는 도둑들을 떠올리면 된다.



일반적으로 하이스트 필름은 훔치거나 강탈하는 방법의 참신함과 그러한 참신함에도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장애물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반전 등 범죄 자체가 가지는 문제점은 잠시 접어 둔 채, 그 과정 자체에 위트를 포함하여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하지만 로건 럭키는 이런 스타일리시한 도둑들과는 거리가 멀다. 이전 영화들이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마카오 등을 배경으로 도둑질이 펼쳐지며, 등장인물들 각각은 해킹, 잠입 및 변장, 위조 등 특정 분야의 프로들인 반면, 로건 럭키의 주인공들은 웨스트 버지니아에 사는 평범한 인물들이다. 



금고 폭파범 '조 뱅'(다니엘 크레이크 역) - 007 제임스 본드 이미지와 너무 달라 인상적이었던 -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광부, 퇴역 군인 바텐더 등 전혀 도둑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고, '조 뱅' 역시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관객이 기대와는 전혀 다른 폭탄을 사용한다.



영화가 시작되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흘렀을 때의 느낌은 "... 응??"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 같다. 도둑질의 시작점은 뜬금없는 '콜리플라워' 단 한마디로 끝이었고, 도둑질의 계획은 냉장고에 써 붙인 메모가 전부이다. 심지어 도둑질 실행 당일 조 뱅의 두 형제는 술을 마시고 자느라 약속시간에 늦기까지 한다. 


나사가 하나씩 빠진 듯한 로건 형제의 계획은 분명 너무 허술해 보이고 멍청해 보지만, 그런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행동들이 또 아무렇지 않게 통하는 모습에 '... 응??... 에?' 하는 생각을 계속하게 만든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심슨 애니메이션이 생각났는데, 심슨과 그 주변 인물들이 오션스 일레븐을 흉내 내며 도둑질을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딱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모습이었을 것 같다. 


하이스트 필름은 특별히 전달하고자 하는 감독의 어떠한 의미를 내포하기보다, 도둑질 그 자체에서 오는 화려함으로 관객을 매료시키는 영화라고 생각하며,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전작들 오션스 시리즈는 그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들이라 생각한다. 


반면, 이와 달리 로건 럭키는 전체 영화의 이야기 흐름은 분명 반전이 있는 도둑질이지만, 멋짐, 화려함, 긴장감보다 전반적으로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긴장감, 등장인물의 멍청한 행동들이 주는 어이없음에서 비롯되는 웃음, 그리고 말도 안 되지만 그게 통하는 모습들을 통해 감독은 블랙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어린 딸이 발표회에서 부르려는 노래 제목이 성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교도소 장의 태도, 남성이 여성보다 자동차에 대해 더 관심이 많고 잘 알 거라는 편견, 백인 부자의 허세 등 곳곳에서 쓴웃음이 나게 만드는 포인트들이 있다. 


로건 럭키는 영화가 끝났을 때 이전에 없던 새로운 하이스트 필름 장르의 영화를 본 느낌을 들게 했다. 분명 도둑질 영화인데, 이를 실행하는 과정과 인물들이 너무나 뻔뻔하게 멍청해서 '내가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멍청한 이야기를 본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색다른 영화였다. 


그럼에도 신기한 점은 바보짓을 구경하는 게 생각보다 재밌다는 점이다. 정말 어이가 없고 멍청하다는 생각을 계속하다 보면 약 2시간짜리의 긴 영화가 어느새 끝나 있고, ".... 응??" 하는 표정으로 엔딩 크레디트를 만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쿠키영상은 따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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