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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ho Jan 27. 2021

초딩들이 몰려온다 - 메타버스

2021년 1월 홍콩 수요저널 IT칼럼

17년 전 우리를 경악케 했던 초딩방학

 2000년대 초반, 위 포스터는 초딩방학의 무서움을 너무나 잘 표현해줬던 하나의 웃음 짓는 추억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치자 초딩이 방학을 하든말든 초등학생들이 몰려 놀 곳이 사라졌다. 그야말로 초딩비극이 됐다. 하지만 초딩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약하지 않다. 아주아주 강력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초등학생들은 밖에서 못 놀게 되자, 모두 가상의 놀이터로 모여들었다. 그곳을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 메타버스(Metaverse = Meta + Universe) 또는 쉽게 가상공간이라고 부른다.

 현재 Year 3(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우리 큰애의 아이패드 게임 타임은 5~6pm이다. 코로나 전만 해도 이 시간에 유튜브를 즐겨보던 아이가 작년과 올해는 Roblox와 Minecraft를 하는 모습을 훨씬 많이 보게 됐다. Roblox와 Minecraft는 요즘 초등학생들이 가장 즐겨하는 메타버스다. 

 현재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세대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프리첼, 아이러브스쿨로 처음 가상공간(소셜미디어)을 경험해봤을 테고 싸이월드에서 가상의 집(미니홈피)을 만들어 꾸미고 자랑을 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다수가 즐겨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막연하게 우리 아이들도 인스타나 유튜브를 많이 하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Roblox의 사용량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던 소셜 미디어들을 압도한다.

메타버스 중에서 탑 1인 Roblox는 통계에 의하면 미국 어린이들이 하루 평균 2.6시간이나 하는 엄청난 인기를 자랑한다. 최근에 Roblox는 Series H 투자 유치를 성공시키며, 기업가치가 무려 $29.5B USD까지 육박하는 기업공개를 안 한 회사 중에 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등극했다. 초딩의 힘이 이토록 대단하다. 도대체 이 Roblox가 뭐길래 아이들이 열광하고, 그래픽도 후지게 생긴 게임이 어찌 초일류 기업이 되었을까? 필자는 메타버스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린든랩사의 "세컨드라이프"를 가지고 스타트업에서 2007년부터 수년간 근무를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지극히 내 개인적인 경험과 관점으로 Roblox의 성공 이유를 3가지로 뽑아봤다.


1. 메타버스는 UGC (User-generated Content) 이기 때문이다.

게임과 메타버즈의 가장 큰 차이는 "사용자가 가상공간에서 스스로 콘텐츠를 창조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게임은 제작사가 만들어놓은 콘텐츠를 즐기는 거고, 메타버스는 제작사가 가상공간 내에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툴을 제공해서 사용자가 콘텐츠를 생산 그리고 재생산해내는 무한 공간이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신다고요? 그래서 직접 Roblox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봤습니다.

1. Roblox Studio - 본인의 집, 게임, 놀이터 등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Roblox 콘텐츠 저작도구

저는 Roblox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해본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을 Roblox 콘텐츠 저작도구로 직접 만들어 아이들과 해봤습니다. 이 저작도구를 활용해 간단한 자동차도 만들 수 있고, 스크립트라는 조금 쉬운 프로그래밍으로 그 자동차를 움직이게도 할 수 있습니다. 14년 전 세컨드라이프와 비교를 하면, 오히려 세컨드라이프는 더 고급 툴이었다. 3D Max, Maya 같은 고급 툴을 사용해서 정교한 물체를 올릴 수도 있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강남스타일 춤 동작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캐릭터로 춤출 수 있었다. 프로그래밍도 외부의 플랫폼 하고도 연결시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리어 이런 너무 높은 자유도가 일반 유저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졌고, 점점 세컨드라이프를 도태하게 만든 이유였기도 하다. 하지만 Roblox는 저작도구마저 매우 가볍고 그리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우리 초딩들은 이렇게까지 하지도 않는다. 게임 내에서 포인트를 쌓거나 결제를 통해서 콘텐츠를 아주 쉽게 만든다. 이런 툴들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른들이 대다수고, 주로 초딩들에게 수익을 올리기 위해 콘텐츠를 아주 열심히 만든다. 이 말인즉슨, 크리에이터와 유저 사이에 돈의 순환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UGC가 가능한 공간인 메타버스는 이렇게 선순환 구조로 무한적으로 콘텐츠가 확장해 나가며 지속적인 수익창출로 인해 성공할 수 있는 첫 번째 요소가 생긴다.


2. 멀티 플랫폼 지원이 무한 공간 확장의 뼈대다.

2007년도는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이후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이 나온 해이다. 바로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모든 산업 생태계를 뒤흔들었고, 그 변화하는 물결에 발맞추기 위해 대다수의 기업들은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2007년 세컨드라이프도 동시 접속자 수 10만 명을 넘으며, 많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컨드라이프는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PC에서 세컨드라이프를 다운로드하고 설치를 해야만 플레이가 가능했고, 모바일 환경에서는 일절 돌아가지 않았다. Roblox 역시 2007년 공식 서비스가 PC버전으로만 시작됐지만 모바일 트렌드에 완벽하게 적응하며 앱을 런칭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PC 기반, Mac 기반, Web 기반, Mobile 기반 이런 다른 환경들을 조금 있어 보이는 말로 플랫폼이라고 한다. 

 Roblox는 이런 멀티플랫폼에서 하나의 아이디로 즐길 수 있다. 즉, 내가 있는 플랫폼에서 만든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의 친구들과 아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Roblox에 이어 두 번째로 인기가 좋은 Minecraft는 기존 PC, 모바일 말고도 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어 엄청난 플랫폼 확장성을 자랑한다. 멀티플랫폼을 지원한다는 말은 쉽게 말해 특정 플랫폼의 유저만이 아닌 모든 플랫폼의 유저들이 함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확장성이 높아지려면 게임 자체가 가벼워야 한다. 가볍다는 말은 예를 들면 웹 서핑하다가 재미있는 기사를 URL만 카피해서 친구한테 주면 별도의 설치 프로그램 없이 클릭 한 번으로 기사를 볼 수 있듯이 이 Roblox도 그런 원리로 가볍게 바로바로 친구들과 공유하며 즐길 수 있다. 

내가 만든 콘텐츠를 아주 손쉽게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Roblox 나 Minecraft 둘 다 요즘 사람들이 보면 그래픽이 왜 이래? 완전 옛날 게임이잖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래픽이 고퀄리티가 아니기 때문에 가벼워질 수도 있었다. 가벼워서 멀티플랫폼 지원이 가능하고 레고처럼 새로운 콘텐츠가 모든 플랫폼 내에서 쉽게 만들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성공요소라고 생각한다.

Minecraft 게임 화면 - 메타버즈의 레고다

 

3. 그래도 게임은 재밌어야 한다.

메타버즈, UGC, 멀티 플랫폼 등 조금 있어 보이는 말들로 포장을 했지만, 그래도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재미다. 아이들 눈에는 아니 심지어 일반인 눈에도 Roblox나 Minecraft나 전부 게임이다. 그럼 우린 왜 게임을 하는가? 재밌기 때문이다. 게임은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아이들과 최근에 Roblox와 Minecraft를 함께 했는데 솔직히 재밌었다. 특히 Roblox는 그 안에 게임 콘텐츠가 정말 무궁무진했다. 레이싱 게임, 파티 타임, 놀이공원 등등 놀거리가 정말 많았다. 나도 모르게 아이들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즐기기 시작하자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참고로 아이들은 본인들이 즐겨하는 것을 부모가 함께 해주면 뭔가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듯하다. 어쨌든, 몇 번 해보니 왜 이 Roblox가 전 세계 아이들의 최고 인기 게임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성공요소 - 그것은 재미다. 


 메타버스란 말은 최근에 나온 말이 아니다. 2007년 내가 한창 세컨드라이프 일을 하던 시절부터 이쪽에 있던 사람들은 메타버스란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사실 그 당시 내 기억으로는 Roblox는 메타버스 업계에 끼지도 못했다. 세컨드라이프, IMVU 등 날고 기는 것들이 수두룩 했다. 그런데 결국 Roblox와 Minecraft만이 초일류 메타버스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 사례들을 보면서 속속 경쟁사들이 생기고 메타버스는 이제 우리 다음 세대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어른들은 기성(既成) 세대처럼 이미 이루어졌고 우리 눈앞에만 보이는 것들만 보고 아이들이 보고 있는 것들을 보지 않고, 보려고 하지도 않는 눈뜬 장님이 된다면 그건 어찌보면 우리 아이들을 CCTV 없는 놀이터로 보호자도 없이 낯선 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내보내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설명한 데로 어떤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의 가상 놀이터로 돈을 번다. 걔 중에는 분명 좋은 어른도 있지만 나쁜 어른도 있다. 아이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보호하려면 그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와 공감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어른들의 방학숙제 - 메타버스 체험해보기



* 위 칼럼은 홍콩 수요저널에 요약버젼으로 함께 게제됐습니다. http://www.wednesdayjournal.net/news/view.html?section=94&category=97&no=31893#gsc.ta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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