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홍콩 수요저널 IT칼럼
2019년 -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홍콩의 대규모 시위 발생
2020년 - 코로나로 인한 전 세계적인 팬데믹 발생
그리고 2021년인 지금도 코로나는 우리 곁에 아주 바짝 붙어있다. 특히 홍콩에 사는 사람들은 최근 3년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기댈 곳 없는 소상공인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인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홍콩 정부도 유례가 없는 이런 팬데믹 사태에서 특별한 해결책과 보상도 없이 제제만 가했다. 소상공인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소비를 줄이고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디지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무엇인가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큰 벽이었다. 그래서 IT백그라운드가 있는 내가 조금이나마 이들을 도와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같은 단지에 사는 한국인 요리사인 소상공인 이웃에게 디지털 기술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무료로 돕고 싶다고 제안을 했다. 그분이 운영하는 민스키친은 코스웨이베이에 위치해 음식 판매, 케이터링 서비스, 요리교실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곳의 고충은 대략 아래 3가지였다.
1. 시간
: 하루 종일 고객이 카톡이나 인스타그램 DM으로 음식 주문 관련 문의를 해서 정작 요리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2. 결제
: 배달할 때 고객을 직접 만나 주로 현금 결제가 많았으며, 그 외에는 계좌이체나 Payme로 했는데 결제를 안 한 고객들을 트래킹 하는 것 자체가 기억하기도 힘들고 하나하나 너무 일이 많았다.
3. 재고관리
: 현재 리소스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최대치의 음식 종류와 수량이 고객의 수요와 매칭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고충 사항들을 보고 내린 결론은 결제가 가능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었다. 난 Shopify라는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을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Shopline이라는 로컬 페이먼트 수단(Payme)이 가능한 홍콩 스타트업 이커머스가 있었지만, 다양한 기능과 퍼포먼스 면에서 Shopify가 낫겠다고 생각했다. 사이트를 만들고 도메인(minskitchen.hk)을 연결하고 데모 상품들을 진열하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인스타그램으로만 온라인 마케팅을 했던 민스키친 측에서 익숙지 않은 웹사이트에 올릴 음식 사진들과 설명 등을 준비하는 것이 훨씬 오래 걸렸다. 그리고 올해 1월 드디어 온라인 이커머스 사이트를 오픈했다. 결과는 솔직히 놀라웠다.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민스키친의 모든 메뉴는 매주 솔드아웃 되고 있으며, Shopify에서 가장 구매 전환율이 좋은 샵 중에 하나로 선정이 됐다. 신규 유저는 온라인 사이트를 만들기 전과 비교해서 4배가량 매주마다 증가를 했다. 온라인 샵이 오픈하기 전에는 구두로만 소개를 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샵 URL만 복사해서 친구에게 보내주면 누구나 쉽게 사이트를 보고 카톡이나 DM 없이 바로 주문을 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민스키친에서 알려준 바에 따르면 사이트 오픈하고 고객과의 카톡과 인스타그램 DM이 1/10로 줄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첫 번째 고민이던 비생산적인 채팅으로 인한 시간 허비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생각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을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모바일 내에서 신용카드 및 애플 페이 등의 결제 수단으로 기존 현금결제만 가능했던 두 번째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각 메뉴들의 판매량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되었다. 이 메뉴들의 주문량을 확인하고 다음 재고를 예측할 수 있어 마지막 고민이었던 재고관리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매출도 올랐다고 하셨지만, 정확히 얼마나 올랐는지는 그 전 데이터가 없어서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바로 재방문율이었다.
본 사이트는 오픈 전의 3가지의 큰 고충을 단번에 해결하여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아주 잘된 케이스인데, 그 해답은 바로 이 재방문율에서 찾을 수 있었다. 재방문을 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단골이 많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단골들을 부르는 말로 충성고객이란 말이 있다. 바로 이 충성고객이 민스키친에 많았기 때문에 재방문율이 높은 것이고 사이트로의 이동이 큰 무리 없이 잘된 것 같다. 인스타그램과 카톡을 통해 몇 년 동안 일일이 고객과 채팅하여 쌓아 왔던 네트워킹이 그 당시에는 힘들고 불필요한 시간들 같았지만, 이런 관계들이 시스템을 만나면서 높은 재방문율로 녹아들어 간 것이다. 이 시스템이 없을 때는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시스템을 만나면서 모든 행위들이 데이터로 그리고 매출로 증명됐다.
물론, 온라인으로 전환한다고 모든 소상공인들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에서 했던 각자의 노력과 성과들이 눈에 보이진 않아도 분명 본인의 자산으로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자산들을 어떤 디지털 툴을 사용해서 시각화하고 시스템화 하느냐가 다음 성공의 키라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하고 헛된 일은 없다. 이 어려운 때에 소상공인 여러분들의 노력 그 하나하나가 언젠가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품고 디지털 활용을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국내외의 대한민국 소상공인 여러분 파이팅!
* 위 칼럼은 홍콩 수요저널에 함께 게제됐습니다. http://www.wednesdayjournal.net/news/view.html?section=94&category=97&no=31950#gsc.ta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