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홍콩 수요저널 IT칼럼
펜데믹으로 우리 삶과 비즈니스는 변하고 있다. 특히 기업들은 너도나도 혁신만이 살길이다.라고 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가장 변하지 않는 집단이 있는데 그곳이 종교다. 가장 보수적인 곳이기에 변화를 태생적으로 싫어하고, 전통적인 것을 지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곳이 많다. 하지만 이곳 역시 펜데믹을 피할 수 없기에 정부의 강력한 제재로 인해 비대면 예배라는 것을 실행하게 됐다. 홍콩은 나름 잘 지키는 것 같지만, 몇몇 한국의 교회들이 안 지키면서 보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종교만큼 역사적으로 혁신을 거듭해온 곳이 없다. 내 관점에서 기독교를 한번 살펴보겠다. (저자는 종교학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그냥 아주 평범한 기독교인이다.)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실 때 아담의 갈비뼈로 또 다른 염색체를 가진 사람을 만드는 것은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굉장히 창발적인 아이디어다. 산에 방주를 만들어 생명체를 피신시킨 것도 절대 평범한 생각이 아니다. 마구간에서 예수님이 태어난 날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서기가 시작됐다. 종교개혁은 또 어떤가? 절대 권력 교황을 중심으로 판매된 면죄부와 수많은 부패들을 마틴 루터를 시작으로 서방 교회의 개혁이 시작됐고, 단순 종교뿐이 아닌 유럽의 역사와 문화, 문명까지 전부 뒤바꿔버린 역사의 분기점이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지금 일어난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새로운 세상이 재창조된 시점이라는 것이다. 요즘 말로 뉴 노멀 시대가 도래했을 때 종교는 그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우리는 이번 펜데믹에서 누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지 안다. 바로 IT기업들이다. 이 시대에 Zoom은 예전 '검색해봐' 라는 언어가 '구글링 해봐'로 바뀐 것처럼, '화상회의 하자'가 아니고 '줌 하자'로 언어 자체를 바꾸면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회사 중에 하나다. 그 외에도 MS의 Teams, 협업 툴 Notion, 메타버즈 Roblox 등은 펜데믹을 거치며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혁신기업이라 불리고 있다. 반면 역사적으로 혁신을 주도한 종교는 어떤가. 매일 나오는 한국 뉴스를 보고 있을 때면, 안타까움마저 드는 것이 현재 한국 교회의 모습이다. 비대면 예배에 지치는 한탄만 메아리 칠 뿐, 혁신하자라는 목소리는 찾기가 힘들다.
저자는 2007년 무렵부터 지금까지 캄보디아 선교단체에 몸담고 있다. 우리 선교팀은 매년 수시로 캄보디아로 팀을 꾸려 나가 문화선교를 했다. 음악, 교육, 건축 등의 분야에서 선교를 했는데, 그중에서도 캄보디아에 리더를 만들어 스스로 자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음악 쪽에 포커싱을 많이 맞췄다. 하지만 우리 역시 이번 펜데믹을 만나면서 2년간 선교를 못 갔다. 우리뿐이겠는가. 전 세계적으로 국가를 이동하는 선교가 멈추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때 우리 목사님께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하시며, 우리부터 변하고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하셨다. 선교도 Fully Digital로 가능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만들자고 해서, 음악 선교 중에 기타를 가르쳐주고 기타를 보급하는 Daycamp라는 선교 프로그램을 이번에 온라인으로 해서 디지털 축제를 만들어보자. 그렇게 해서 선교팀 중에 디지털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혼자 홍콩에 나와있지만 주도적으로 새로운 온라인 선교 프로그램을 이끌게 됐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것 중에 하나가, 이번에 새롭게 시도하는 선교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이것이 또 여러분들의 사업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새롭게 시도하는 선교 방식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1. 온라인 컴페티션 웹사이트
기존에 하던 음악 선교에서 우리가 만났던 학생들은 수년간 대략 천여 명이 넘는다. 이들에게 기타 교육 수료 후 기타도 무료로 나눠줬었다. 펜데믹 이전의 계획은 수료한 친구들을 한데 모아 페스티벌을 하는 거였는데, 이걸 Digital Transforamtion 하기로 했다. 웹사이트를 만들어 기존 수료자뿐이 아닌 전체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하고, 조그마한 상금을 내걸었더니 후원도 조금 받아 더 늘리게 됐다. 그리고 참가자들의 친구와 방문객들이 직접 그들의 영상을 보고 별점도 매기고, 댓글도 달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문화 소통의 창구를 만들자는 취지로 3개의 컴페티션 채널을 만들었다. 1) 지정곡 컴페티션 2) 자유곡 컴페티션 3) 댄스 챌린지. 그리고 최종 결선 진출자들을 대상으로 Zoom과 스튜디오를 활용한 Live Event를 준비하기로 했다.
2. 오프라인 XR(Extended Reality) Studio
라이브 이벤트를 위해선 무대가 필요했다. 어떤 식으로 무대를 꾸밀지 리서치를 하던 중에 XR(Extended Reality) Studio라는 가상현실 확장형 스튜디오를 알게 됐다. 기본적인 개념은 조그만 공간을 영상 촬영장비와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해 아주 큰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기술이다. 궁극적인 목표가 생겼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었다. 첨단 장비와 기술들은 우리 같은 조그만 선교팀에서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뭐라도 해보기로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버젯과 시간 그리고 능력 안에서 최소한의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9월 1일 드디어 우리 선교팀의 첫 온라인 문화선교가 닻을 올렸다. 오픈은 했지만, 우린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처음부터 모든 게 잘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은 급격하게 변하는데, 종교와 종교활동은 정체되어 있고 새로운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올바른 신앙의 자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우리는 처음 시도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단발성 이벤트로 끝나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시도한 선교방식으로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며, 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추후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로 새로운 길을 개척할 생각이다. 스타트업에서 사용되는 Crowdfunding을 통한 새로운 선교 프로그램 공모전, 메타버즈를 활용한 디지털 커뮤니티 문화 공간 등 우리의 선교에 대한 혁신은 지금부터다.
침묵하는 종교는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없다.
* 위 칼럼은 누군가를 그리고 특정단체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며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홍콩 수요저널에 함께 게재됐습니다.
http://www.wednesdayjournal.net/news/view.html?section=94&category=97&no=32553#gsc.tab=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