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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땡 Jul 04. 2016

파리 1일차

2015 Europe : First day @Paris

인천공항 10:05 출발 AF0267편

샤를드골공항 14:25 도착

열시간 남짓한 그 사이는 원래 (돌아올 적관 달리) 떠날 적엔 별 무리 없이 술술 넘어가는 편이다

입국 수속까지 거치니 다소 애매한 시간대다.

공항철도역에서 파리 교통패스인 Navigo를 물어물어 샀다.

뚜벅이 여행자에게 무제한 교통패스만큼 든든한 건 얼마 없다. 개찰구를 잘못 빠져나와도 헤헤 웃을 수 있는 너그러움은, 마음의 문제라기 보다는 교통패스의 문제이다.


우리나라의 급행전철과 비슷한 RER를 타고 에어비엔비 숙소가 있는 Invalides 역까지 간다.

RER B선에서 C선으로 환승중인 듯. 환승역들은 깊고 넓은게 세계공통
냄새나는 지하에서 나와, 파리의 지상세계와 최초 접촉

파리에서 묵을 숙소는 처음 써 보는 에어비엔비여서 상당한 고심끝에 고른 "건축가의 플랫"이었는데, 가히 흠잡을 데 없는 곳이었다. (https://www.airbnb.co.kr/rooms/3792734 Central: Invalides Parisian Flat)

(출처 : 위 링크 숙소 소개페이지)

여행이 끝나고 나서 후기를 작성하기로 마음먹은 나머지, 집주인 Jeremie에게 감사인사를 제때 남겨주지 못한게 미안할 정도. 에어비엔비는 15일 내에 후기를 작성해야만 한다.



그렇지만 숙소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아주 많이 후회하고 있다), 짐도 푸는 둥 마는 둥 하고 곧바로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꼭 개선문 위에 올라가야 한다는 일념을 가지게 되니, 처음 와보는 복잡한 파리 지하철 길이 그렇게 빠릿하게 눈에 들어 오더라. 고질적인 계획형 인간은 아무리 여유, 여유를 비행기 속에서 되뇌어도 막상 스케쥴이 닥치면 소위 "성취"의 열락에 눈뜰 새가 없다.

여행 첫날이라는 건 이만큼이나 설레서, 우리로 하여금 사주경계의 수위를 낮추고 무방비의 웃음을 짓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정말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구불거리는 수많은 계단들을 바삐 올라온 결과, 해가 넘어가기 이십여분 전에 전망대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도로를 경계로 마치 조각난 케이크처럼 등분되는 구획들
먼 발치에 보이는 라 데팡스

시가지의 중심에 올라서서 도시의 면모를 360도로 관조할 수 있는 것은 파리가 철저한 기획의 도시임을 저절로 체감하게 해 준다.


상해에 가서 비슷하면서도 약간 상이한 경험을 했던 것이, 와이탄 강변의 조계지가 내뿜는 현대적 기획의 꿈틀거림을 강하게 느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파리는 상해 식의 꿈틀거리는 역동성보다는 차분히 가라앉은 질서정연함이 압도한다. 나폴레옹 3세때 이미 근대도시의 모습을 완성했음에도, 70년대 추가된 라 데팡스 지구는 파리 구시가지의 전형을 해친다기 보다는 그 질서에 스며든 듯 했다.


신개선문과 (구)개선문이 서로 입을 벌리고 도로를 사이에 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대를 달리 했던 도시기획자들 사이에 모종의 대화가 성립하는 것만 같다. 파리의 기획은 통시적이다.


아무래도 서울이 결여하는 멀끔한 스카이라인 탓에 이런 도시의 정연함에 반응을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정상적인 근대화의 과정이 전제되었다면 지금보다는 정연한 도시의 논리를 따라갔겠지만, 지금의 들쑥날쑥함이 서울 본연인지도 모를 일이다.

뒤로 돌아 라 데팡스를 등지면 샹젤리제 거리가 행진처럼 펼쳐져 있다

 영하의 날씨에 일몰을 밖 전망대에서 기다리진 못했다. 해 지고 난 뒤의 샹젤리제 거리에는 진한 푸른빛의 어스름

ㄷ자형 또는 ㅁ자형의 집들은 보통 가운데 아담한 정원을 끼고 있는 경우가 잦았다 - 우리가 묵었던 숙소도 마찬가지
푸른빛 어둠과 주광색 조명의 좋은 대조
개선문에서 내려갈 땐 한층 여유가 생김

공교롭게도 파리 여행 한달 전 즈음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샤를리 에브도라는 언론사를 공격해 열두명의 사망자를 낸 테러 사건이 발생했었다.

우리가 개선문에서 내려온 때 군악대를 동원한 추모행사가 문 아래의 광장에서 진행되고 있었는데,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었지만 짐작건대 위 사건과 연관된 행사인 듯 하였다.


이 끔찍한 비극은 지난 11월 다시 백수십명의 무고한 파리시민을 향해 다시 돌아오기까지 했다. 표현의 자유를 공격함에 그치긴 커녕 무고한 생명까지 종교적 교리 앞에 희생시키려는 순간, 그 종교는 고위의 정신작용으로서의 지위를 모두 박탈당하고 저급한 잡설에 불과하게 될 따름일 것이다.


La Brioche Dorée

샹젤리제를 따라 죽 내려오다 우연히 들른 빵집은 정말 맛있는 핫 바게뜨 샌드위치를 팔았다. 옆집엔 PAUL도 있었는데, 샌드위치만큼은 이쪽이 훨씬 좋다. 그리고 일본 여행때 첫날 먹은 라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마냥,  파리에서 첫날에 먹은 이 간단한 식사대용 샌드위치가 뇌리에 많이 남아 있다.  

(게다가 한국에 들어온 그 브리오슈 도레 브런치 카페와는 달리 훨씬 싸다. 왜 파리에선 5천원짜리 샌드위치가 한국에 오면 만오천원도 쉽게 넘는 걸까, 재료는 심지어 더 엉성하던데...)


빵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파리는 정말 천국이고, 첫날의 샌드위치는 그 행복을 예고해줬다.


우리 다섯은 기다란 샌드위치를 각자 한짝씩 들고는, 숙소로 가는 길에 굳이 대중교통을 타지 않고 느긋히 걸어갔다. 물론 중간에 마트에 들러 아침거리도 미리 장을 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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