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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쿡인노동자 Apr 10. 2020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고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유

머슴살이도 대감집에서...

우리 회사의 작년 (당시, 2012년) 매출. 작년 한 해의 매출이 12억 8천불, 우리 돈으로 약 1.4조 - 전세계에 직원이 3,000명이 있으니 직원 1인당 42만 7천불, 한화로 4.65 억의 매출을 만들어낸 셈. 이런 조직에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고, 굴뚝 공장 없이 얼마나 큰 매출을 만들어내는지 놀라울 따름.  



내가 작성한 코드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이끌어 내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광고엔진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내부에서 쓰이는 광고엔진이고 게임팀의 매출의 "일부" 를 우리 팀에서 "지원해서" 만든거라 온전히 우리팀의 매출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매우 제한적이다. 결국 게임이 잘 되서 그 안에 있는 광고에서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고, 그 광고들에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고 내부의 다른 게임들과의 연계 및 광고를 통해 전사적으로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하도록 기술적인 부분을 만드는 것이 우리 팀. 


머슴살이도 대감집에서 하랬다고 (...) 내가 아무리 좋은 코드를 작성해도 그 코드가 쓰이지 않으면 가치를 더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 코드가 한번 실행 될 때 1원의 매출이 생긴다고 했을 때, 잘되지 못한 프로젝트에서 1년을 공들인 프로젝트가 내 코드를 1000번 실행시키고 종료했다면 나는 1년에 1000원의 가치를 생산한 코드를 작성한 것이고, 10억번 실행이 되었다고 10억짜리 가치를 생산한 셈이 되는 것이다.


우리 팀은 10명 정도로 이루어져있고 우리 팀을 거쳐가는 매출이 1년에 한화로 1,500억 정도 됐었다. 1,500억이 여러팀에 걸친 매출이라 우리 팀의 기여도를 매우 보수적으로 10% 로 잡더라도 150억, 우리가 열명이니까 1인당 15억원의 매출.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이 고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확실한 ROI 에서 출발한다. 그 와중에 연봉 (Salary), 보너스, 주식의 비율을 어떻게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즉, 위험을 얼마만큼 함께 안고 베팅했느냐에 따라 같은 팀에서도 천차만별의 경제적인 보상을 얻는다. 


안정적으로 연봉을 많이 가져가는 사람은 회사 주가에 영향을 덜 받고, 연봉을 줄여 주식의 비율을 늘린 사람은 회사의 주가에 따라 자산이 몇배씩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 전세계를 시장으로 삼고 판매량과 투입하는 리소스가 정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 


실력이 좋아서 내가 쓴 코드가 아무리 많은 사람이 사용해도 온전히 잘 버텨낸다면, 추가적인 노력 없이 많이 쓰이고 많이 팔릴 수록 매출만 늘어나는 구조. 기본적으로 전세계를 시장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미국과 실리콘밸리가 가진 어마어마하게 큰 장점이자, 그 안에서 무궁무진한 기회가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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