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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유월 Dec 19. 2015

영화는 무엇을 변화시켰나

3. 새로운 자리를 부여받다 : 사회의 변화


‘예술’이란 단어에는 ‘변화’라는 개념이 내포되어 있다. 예술의 정의가 바뀌기도 하고 사회에 대한 예술의 역할이 바뀌기도 한다. 독일의 철학자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에 들어서면서 예술의 개념이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특히, 원본의 진품성이 사라진 측면을 강조하였다. 사진 혹은 영화나 음반 등을 제작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원본과 완벽하게 똑같은 복제품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원본만이 가지는 권력이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대신 그는 새롭게 시작되는 예술은 새로운 역할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의 실천적 성격, 정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기술복제사회에서 예술작품은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때때로는 대량 보급이 강요되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작품을 접하는 대중의 수는 늘어난다. 대중의 양적 증가는 대중의 운동 힘이 증가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영화나 드라마 등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상호 평가와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인터넷상의 공간을 통해 이와 같은 논의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대중들의 반응은 대중들이 스스로 체계화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 배우와 관객들 모두가 카메라와 모니터를 통해 분절적으로 영화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한 적절한 거리 두기를 통해 영화에서 담아내는 사회에 대한 비판점이나 현실과 비현실의 모순에 대해 더욱 예리하게 반응할 수 있다. 이처럼 기술복제시대에서 대중들은 스스로 논의를 통해 여론을 형성한다. 예술을 접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는 데 대한 즐거움과 전문적인 비평가의 태도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감상적 태도와 비판적 태도가 일치하고 비평가와 대중의 구분은 흐려진다. 예술작품의 대량 생산, 대중의 증가, 여론의 형성은 관객들이 작품에 의한 일방적인 감정이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다. 관객들은 작품에 대한 수동적 반응에서 벗어나면서 예술의 실천적 성격을 부각시키게 된다.


예술의 실천적 성격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난다. 대중들의 참여와 예술을 통한 사회 변화가 바로 그것이다. 대중들은 예술을 자주, 많이, 다양한 형태로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예술 체험 자체를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주도적 감상이나 비평은 물론, 창작까지 가능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 SNS나 블로그를 통해 리뷰를 올리거나 별점을 매기는 것이 자기 주도적 감상이나 비평이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1인 미디어’는 예술의 창작에 속할 수 있다. 세계적인 유투버들이나 아프리카 TV의 BJ들은 영상을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여 배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 정보원에서 문화 PD 라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문화  PD란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 행사, 문화 산업들을 촬영하고 취재하는 일인 미디어 제작자를 뜻하는 것으로, 정부에서는 그들을 선발하고 양성하여 양질의 콘텐츠 생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다. 예술, 문화적 콘텐츠 생산을 손쉽게 해주는 플랫폼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되고 있다. 우리는 핸드폰에서 어플리케이션 하나만 설치하면 동영상에 필터를 씌우고, 자막을 쓰고, 음악을 입혀 손쉽게 예술적 영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들이 제작되면 사회적 이슈는 더 쉽게 공론화된다. 


 (영화)도가니 


2011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도가니’는 2000년부터 5년간 교장과 교사들이 청각 장애아들을 상대로 학대와 성폭행을 저질렀던 청각 장애인학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이었으나 영화가 개봉할 무렵에는 수사가 종결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관람한 많은 관객이 가해자들의 행동에 대해 분노하여 재수사를 촉구하였고 실제로 해당 사건은 재수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또한, 해당 사건과 관련된 법안도 발의되었다. 수사 결과가 절절하였는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이 영화는 하나의 작품을 통해 이미 수사가 끝난 사건을 이슈화시켜 사회적으로 어떤 행동을 끌어냈다는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왼쪽 : (드라마)대장금 / 오른쪽 : 스포츠서울


드라마 ‘대장금’ 또한 예술 작품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불러일으킨 한 예가 될 수 있다. 드라마가 제작될 당시 우리나라는 중동과의 외교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 대장금이 수출되고 중동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되면서 그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결국, 대장금은 아랍권에 우리나라의 사업 진출의 물꼬를 트게 해 준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다. 대장금의 주인공 이영애 씨는 2014한-아세아 특별 정상 회의 홍보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처럼 예술작품들은 실제로 여러 방면에서 정치적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예술은 대중을 동원할 수 있는 바로 그 곳에서 
예술의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과제를 공략할 것이다.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왼쪽 : 레니 리펜슈탈과 히틀러/ 오른쪽 : (영화) 의지의 승리


그런데 우리는 예술의 정치적 역할이 성장할수록 더욱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레니 리펜슈탈(Leni Riefenstahl)’은2차 세계대전 당시 활동하였던 여류 영화감독이다. 그녀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면서 인기를 끌었으나 이내 히틀러에게 매료된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 ‘의지의 승리’, ‘민족의 제전’, ‘미의 제전’, ‘올림피아’ 등을 통해 히틀러를 미화하고 선전하였다. 그녀의 영화는 크게 성공하였다. 기획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영화의 수준을 끌어올린 획기적인 작품이었고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를 본 많은 관객은 히틀러와 그의 정당에 감화되었고 그의 정치를 지지하게 되었다. 이처럼 예술은 현실을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역할도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왜곡하고 특정한 정치적 성향이나 이데올로기를 미화하고 숭배화 시킬 수도 있다. 현실을 더욱 예민하게 감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오락화시키는 것이다. 예술의 정치화의 한계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현대 사회의 예술이 사회적인 변화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기 좋은 요소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술이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정치적 수단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주지해야 한다. 예술을 통한 사회적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이다. 따라서 작품 제작자들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다. 예술가들은 예술 활동에 임하기 전에 한 번쯤은 내가 왜 영화를 만드는지, 이 사진은 사회에 어떤 반향을 불러 일으킬지, 내가 만드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수많은 물음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 벤야민,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예술이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벤야민이 그러했듯 예술 가운데에서도 ‘영화’에 주목하였습니다. 예술로 인한 변화 대상에 따라 글을 분류하여 예술의변화, 사람의 변화, 사회의 변화로 총 3편의 글이 이어집니다.

주텍스트의 글을 요약정리한 부분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았으나, 원문을 그대로 옮겨온 경우에는 인용 표시를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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