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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승 Feb 06. 2021

클럽하우스. 그리고 UX

지난 일 년간 우리는 모두 너무 외로웠다.

한강 다리 밑에서 허름한 천막을 치고 파티를 열었는데, 그 파티에 정우성 씨가 왔다면, 그 파티는 한강 다리 밑 파티가 아니라 정우성이 온 파티가 된다. 오디오 SNS를 표방한 클럽하우스 역시 요란한 파티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가벼운 컨셉으로 등장하였으나 일론 머스크, 마크 주크버그등 유명인들이 얼굴을 내밀며 그 파티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며칠간 매일 수시간씩 사용해 보며 느낀 바는 이렇다. 


- 지난 일 년간 우리는 모두 너무 외로웠다. 파티를 비롯 소셜 모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에서 서로가 서로를 너무 그리워하고 있는 찰나였다. 참고로 미국은 작년 추수감사절부터 락다운 정책을 실시해, 심지어 이웃집이 가족 모임을 하고 있는 또 다른 이웃집을 신고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사람 만나는 것이 부정되는 상황에서 마음 편히 수다를 듣고, 떠들고 싶은 가려움을 정확히 긁어 주었다.


- 한 가지만 집중한 전략이 주요했다. 화상 통화에 영상만 제거한 것. 혹은 음성 통화를 소셜화 한 것. 둘 다 맞는 평가이다. 그런데 그 단순한 기술을 이용해 어떻게 사용자에게 집중했는지가 이 제품의 성패를 갈랐다고 볼 수 있다. 즉 프로덕트 방향성 자체가 이 제품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소셜이지만, 반 소셜 측면이 강하다. 클럽하우스는 기본적으로 follow 모델을 따르고 있지만, 그 개방성이 트위터와 유사하여 본인의 관심사 혹은 그것을 확장하는 주제로 쉽게 들어갔다 나갈 수 있다. 친구들이 추천하는 뉴스들 혹은 친구들의 자랑을 소비해 주느라 피로해진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공기를 느끼게 하기 충분했다. 


- 물론 기술적으로도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화상/음성 통화 시 여러 명이 말할 때 서로의 음성이 차단되곤 하는데, 클럽하우스에서는 마치 현실에서 이야기하듯 서로의 음성이 뒤섞여 실제감을 준다. 


- 아이폰만, 초대가 있어야 가입 가능한 전략이 오랜만에 먹히고 있다. 

현실은 아마 안드로이드 개발 여력이 없어서 일 테지만, 어찌 되었건 초대장으로 가입한다는 사실이 마케팅적으로도 꽤나 인상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 사실 이 모델은 고전에 가깝다. 오래전 Gmail은 초대만을 통해 가입할 수 있었고, 아이폰만 가능한 앱은 지금도 많다. 그리고 같은 방식으로 마케팅 효과를 누리려던 서비스는 수없이 나왔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금방 사용자에게 잊혔다. 클럽하우스는 오랜만에 이 고전 수법이 잘 먹히고 있다. 초대장을 구걸하고, 인증샷을 올리고 이베이에서 거래까지 되고 있다. 결국 제품이 대단하니 마케팅적인 요소마저 파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새삼스레 제품 자체가 중요한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 피씨 통신의 추억이 떠오른다. 

이 서비스가 나이 많은 세대에서도 먹힐 수 있을 것 같은 포인트이다. 클럽하우스의 기본 구조 자체가 본격적인 인터넷이 소개되기 전 피씨 통신에 주요 기능이었던 채팅방과 상당히 유사하다.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방장이 방을 만들고, 불특정 다수가 들어와서 함께 관련 주제를 채팅하는 방식이, 그 옛날 그 방식 그대로이다. 




이제 UX를 들여다보자. 


홈스크린이다. 스케줄링되어 있는 방들이 상단에 표시되고, 현재 진행 중인 대화들이 하단에 보인다. 아이콘과 컬러 그리고 폰트들이 둥글둥글, 포근하고 친숙한 방향성이다. 하단의 진행 중인 대화들은 나의 친구들이 참여하고 있는 방들이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고, 스크롤하여 더 많은 방들을 검색해 볼 수 도 있다. 배울 필요 없이 상당히 직관적이다.  



언제든 손쉽게 방을 만들 수 있다. 전체 공개, 친구들만 혹은 프라이빗 방을 만들 수 있다. 버튼에 이모지를 사용하여 친근함을 더한 것이 재미있다. 지구본과 자물쇠 그래픽은 약간 생뚱맞다.



친구들이 현재 접속 중인지, 언제 마지막으로 접속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개인을 지정해서 바로 방을 만들 수 도 있다. 방을 만들면, 노티피케이션으로 연락이 간다. 




방에 들어가면,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구분되어서 표시된다. 프로필은 기본적으로 전체 공개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프로필을 언제든 가서 볼 수 있고 Follow 할 수 있다. Leave quietly. 또는 조용히 나가기. 방에서 나가더라도 죄책감을 덜 느끼게끔 설계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관심사별로 이미 많은 클럽들이 존재한다. 클럽에 소속되어 있으면, 클럽 방이 개설될 때 알람을 받게 되고 언제든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흡사 오래전 피씨 통신의 클럽 방을 연상시키는 메뉴이다. 


아트나 디자인 쪽 방도 이미 활성화가 많이 되어 있다. 


폰넘버와 전화번호부를 공유하기 때문에 가입 전인 친구들을 선택해서 초대장을 보낼 수 있다. 현재는 아이폰만 가능하다. 



프로필 페이지는 단촐하다. 재미있는 점은 나를 초대해준 친구 이름이 프로필 기록에 남는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것들도 볼 수 있다


우연히 앱 아이콘 주인공이 만든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뮤지션으로, 1시간 정도 라이브로 본인 음악을 들려줬다. 콘서트에 온것도 아닌데, 뮤지션과 이렇게 가까이 있을 수 있다니..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쉴 틈 없이 알람이 울린다.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누구는 이 서비스가 Fear of missing out 효과 때문에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고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용자 관점에서 볼때 이 제품은 일회성 서비스 그 이상으로 보인다. 충분히 재미있고, 충분히 잘 만들었으며, 충분히 중독성 있다. 무엇보다 이 파티는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파티가 되어 버렸다. 나는 클럽 하우스가 제대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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