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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승 Jun 08. 2021

팬대믹 시대 한국 입국기. 그리고 UX

앞으로 "여행"이라는 정의가 많이 바뀔 것이다.

팬대믹 시대, 한국 입국기를 남긴다.  




출국 3달 전 - 한국 방문을 확정하고 비행기 예약을 하였다. 예약할 때쯤에 비행기 좌석이 텅 비어있었는데, 결국 출발 한 달쯤에 작은 비행기로 변경되었다는 안내 메일을 받았다. 보통 샌프란시스코-한국행은 중대형 비행기가 하루 두 번 운행했었으나 현재는 하루 한 번만 운행한다.


출국 4일 전 -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코로나 테스트 음성 결과가 필요하다. 그래서 동네 약국에 예약해서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출국 4일 전부터 이미 한국으로 가는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 드라이브 스루 형태로  차에 탄 상태에서 진행되었는데, 미국 약국의 드라이브 스루는 원래 차에서 내리지 않고 빠르게 약만 받아가는 형태로 디자인되어있기에, 검사 과정을 설명받고 검사하고 등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고, 앞뒤로 많은 차들이 뒤엉켜 주변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출국 당일 - 공항이 혼잡하지 않을 것을 예상해서 출발 2시간 전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공항은 텅 비어있었다. 공항은 보통 한꺼번에 몰리는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동선에 따라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감안해서 설계된다. 

따라서 모든 장소가 크고, 일사불란함을 목표로 디자인되어 있다. 그런 공간이 텅 비어 있으니 이질감이 상당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이런 공간을 어떻게 다시 설계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거리 두기를 여기저기 표시해 놓았지만, 막상 보안 구역을 통과할 때는 모두가 예전처럼 뒤엉켜 검사를 받아야 했다. 마음이 꽤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게이트 앞에 식당과 바들도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다. 탑승 전 후 체온을 재는데, 위스키 한잔할 여유는 없어 보였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항상 붐비던 공항이 비어있으니 어색해보인다. 
거리 두기를 표시해논 스티커. 팬더믹 시대를 고려하면 어떻게 다시 디자인 되어야 할까  
텅 비어 있는 게이트위의 바. 위스키를 한잔하고 적당히 취한체 비행기를 타곤 했었는데, 그럴 여유가 없어졌다. 


비행기에서 - 적당히 비어 있었지만, 만약 만석이라 모르는 사람과 10시간을 가까이 앉아 있어야 했다면, 상당히 불안한 여행이 되었을 것이다. 많은 승객을 좁은 공간에 몰아넣는 것으로 디자인된 비행기 좌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항공사 입장에서 마냥 옆자리를 비워놓을수 없을테니, 티켓값을 조금 올리더라도 좌석을 조금 넓게 배치하는것, 격벽을 설치하는것 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내리자마자 체온을 재야 하니 위스키나 와인 한잔할 여유는 없었다. 실제로 와인 업계에 큰 손이었던 항공 업계가 남아도는 와인을 주체하지 못하고, 와인 배달 서비스에 뛰어들었다라는 기사를 본기억이 났다.  


비행기에서 2 - 대한항공은 19년부터 SM과 함께 제작한 기내 안전 비디오를 상영한다. 이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어 많은 찬반 논란이 오갔으나, 실제 비행기에서 보니 너무 잘 만든 비디오였다. 특히 팬대믹으로 항공 여행 자체가 "도전"의 영역으로 되어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던 기내가 이 비디오가 나오자마자 바뀌게 되었다. 뒤에 앉은 외국인 가족은 손뼉 치고 웃으며 이 비디오를 관람했다. 물론 교과서 적으로 내용을 설명하는 것보다 전달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목도가 높다 보니 그 전달력을 상쇄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항공의 기내 안전 비디오 스크린샷

전체 비디오는 여기 https://youtu.be/8lSbPWn_6R4


한국 입국 - 입국 후 미리 받아온 코로나 음성 결과지를 들고 검역하는 곳을 우선적으로 지나게 된다. 나라마다, 그리고 검사를 하는 곳마다 문서가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검역하는 분들의 노고가 느껴졌다. 체온을 재고 자가 격리 앱을 설치하고 확인하는 장소로 간다. 이곳에 가기까지 여러 배너를 통해 앱을 미리 설치할 것을 알려준다. 앱 용량은 크지 않지만, 많은 사람이 몰리기 때문에 다운로드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자가 격리하는 장소와 실제 전화번호가 맞는지를 확인하고, 이제야 입국 심사를 한다. 입국 심사 후는 상황에 따른 교통수단을 통해 자가 격리 장소로 이동한다. 함부로 정해진 구역 밖으로 나갈 수 없고, 교통수단에 가기까지 군인 또는 직원이 안내해준다. 임시로 만든 절차이다보니 기존에 필요 없었던 많은 인력이 동원됨을 느꼈다. 상황이 자주 바뀌다 보니 시스템화 해서 일괄적으로 처리하기도 현재로서는 어려워 보였다.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관련 검역/앱 설치 배너가 반겨준다. 


한국 입국 후 - 입국 후 24시간 내에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공항에서 직접 보건소로 직행했다. 보건소에서는 카톡 QR 코드를 이용해 인적 사항 수집하는 페이지로 가게 뜸한 점이 특이했다. 한국 사람은 모두가 카톡을 쓴다는 전제를 하고 설계한 동선이다. 개인 정보를 작성 후 번호표를 받고 순서대로 검사를 받는다. 강남 보건소의 경우 작년과 다르게 검사하는 사람과 검사받는 사람이 분리된 공간에서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하는 사람에게 최적화된 디자인이다. 서로에게 훨씬 안전해 보였다. 


자가격리 - 담당 공무원이 배정되며, 앱을 통해 매일 2번 건강상황을 보고해야 됨과 동시에 불시에 방문하여 실제 자가격리 중인지 확인한다. 앱을 통해 현재 위치를 기록하고, 센서를 통해 움직임을 감지하기 때문에 전화기를 들고 밖으로 나가거나 반대로 전화기를 두고 밖에 나가는 것을 감시한다. 앱의 보안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관련 논쟁이 있었으나 더 나은 대안이 별로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일년간 개인 프라이버시를 중시한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방역에 완전히 실패한 것을 모두 똑똑히 보아 왔다. 


앱 디자인이나 프라이버시를 논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특별하다. 참고로 이 앱의 등장시기는 팬대믹이 본격화된 작년 3월이다. 얼마나 빠른 기획과 개발이 이뤄졌다는 것인가.. 



미국 출국 - 입국때와 마찬가지로 비행기를 타기 전에 코로나 음성 결과서를 제출해야 한다. 출국 3일 이내 발급된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검사하고 영문으로 증명서를 발급 가능한 병원을 찾아 진행해야 한다. 


백신 접종자는 자가격리가 면제될거라지만, 그외의 절차등은 아마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모든것을 바꾸어 놓았다. 해외 여행은 특히 더 그렇다. 타국의 휴가지를 방문해 가볍게 이국적인 풍경을 즐기고, 관광을 하고, 쇼핑을 하고 돌아오기에 지불해야 할 시간과 노력이 그동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든다. 앞으로 "여행"이라는 정의가 많이 바뀔 것이다. 그것을 준비하는 절차와 시설 그리고 설계해놓은 서비스 디자인 역시 모두 새로워야 할 것이다. 팬대믹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또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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